• [일상] 우울함...2023.11.15 AM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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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태어나고 최근 반년...

너무나도 경사스럽고 좋은일이다.

그만큼 더 가정에 충실하고 싶은 마음은 앞서지만, 세상일이란 게 쉽지 않다.

아내는 아이낳고 (내가 보기에) 산후우울증 증상이 있어보여서,

아내가 하고싶은 것을 가능한 한 다 해주고 싶어서 많이 노력했지만

항상 문제는 가정이 아닌 더 바깥쪽 테두리에서 일어난다.

아니, 문제는 내 마음속에 있는 것 일테지만...


일단 여름즈음 내가 한 번 폭발했다.

아버지와 벌초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

아내는 벌초를 안 갔으면 했고, 아버지는 허리가 좋지 않은 상태셨는데

벌초는 꼭 직접 해야겠다고 하여 사람을 쓰지도 못했다.

다른가족은 고모들 뿐이고, 연세도 있으셔서 예초기를 들 수 있는건 나뿐이었다.

결국 난 집에서 아버지와 전화를 하다가 전화기를 던저버리고 통곡하며 쓰러져 버렸다.

집사람이 놀라 뛰쳐나와 부모님께 전화를 다시 드리고 결국 벌초를 하는걸로 넘어갔다.


그때부터였는지 나는 마음속에 불편한 감정이 계속 올라왔지만,

점점 크는 아들과 아직도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며 참아왔다.


하지만 여름, 가을이 되면서 차례로 할머니제사, 추석을 지내고

이번달에는 집안제사, 할아버지 제사로 두번이나 제사가 돌아왔다.

올해 제사는 나 혼자 본가에 가서 어머니를 도와드리고 있는데,

제사준비 대부분은 어머니께서 하시고, 나는 잔심부름이나 야채다듬기 정도나 한다.

(우리집은 작은집이지만, 가족문제로 제사를 우리집에서 지낸다.

애초에, 큰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고모들도 제사 지낼때나 오시지 준비할 때는 잘 안 오신다.)

내가 안 가면 제사 준비는 전부 어머니 혼자서 하시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사가 있으면 집사람이 싫어한다. 내가 가면 아들을 혼자 봐야되기도 하고, 혼자 있으면 불안해 하는 것 같다.

같이 가자니, 제사 끝나는 새벽까지 아들을 잘 돌볼 수 없을 것 같아서 쉽지 않다.


11월초 집안제사때는 어머니께서 좀 화가 나셔서 제사인데 안부전화도 없다고 집사람을 나무라신다.

가운데 낀 나는 할 말도 없다. 그렇다고 집사람에게 어머니 말씀을 전달할 수도 없다.

이것저것 말 해 봤자, 상황이 좋아질 리 없고, 서로 감정만 상하게 된다.

스트레스는 점점 쌓이지만, 해결할 방법이 없다.


11월 중순이 되자, 중학교 친구들이 간만에 만나자고 한다. 코로나 내내 안 만났기도 하고,

몇 년만에 만나는 거라 반갑지만, 걱정이 앞선다. 이건 아내에게 어떻게 허락을 받아야 하나...

친구들 일정을 조율하니 12월 22일로 되어서 집사람과 이야기 해 봤지만, 크리스마스 연휴시작에

꼭 만나야 되냐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일정 조율이 안 되니 이것도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가정에서 온 스트레스는 업무에 영향을 끼친다. 이것저것 일을 하다보면, 멍하니 있는 경우가 생긴다.

오늘은 출근하면서 축제 팜플렛을 봤는데, 집사람이(출근을 걸어서 해서 집사람과 아들과 같이 중간까지 나온다.)

축제에 가자고 했다. 그런데 축제날이 할아버지 제사 올리는 날이다. 그래서 제사라 안 된다고 했더니

다시 마음이 상하여 헤어질 때 까지 한 마디도 못했다. 출근하고 회사에서 내 자리에 와서 있자니 눈물이 흘렀다.

우울함이 밀려와서 업무가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그때 갑자기 자살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황급히 생각을 지우려 했지만 계속 남아서 회사 근처 상담센터를 검색해 보기도 하고

관련된 포스팅을 보기도 했다. 40대 남성의 자살률이 높은게 괜히 그런게 아니구나 싶다.

나는 아내가 우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을 뿌리칠 수가 없다. 현실을 사는 사람이라서인지, 아니면

내가 나쁜 사람이라 집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건 회피수단이고, 실은 내 행복만 찾는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온 힘을 다해 사는 것 같은데 어째선지 잘 되는 일은 없고 않좋은 상황만 반복된다.


내 정신이 문제가 생긴 것 같아서 참 힘들다. 이번년도에 난 잘 버틸 수 있을까 싶다.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고인다.

어째서 점점 더 힘들어지는 걸까

댓글 : 9 개
큰냥님 고충을 글로만 보고 어떻게 함부로 판단을 하겠냐만은
충분히 스트레스 받으실 상황에 계신것도 맞고, 또 어떻게든 어른으로써 해결을 해야 살아갈 수가 있겠지요.
그리고 그런 나쁜 생각 마시고 (와이프 분과 쥬니어는 어떻게 합니까)
힘내시고 현명한 돌파구를 찾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보니까 너무 많은것들을 챙기려는 경향이 있으시네요.
몇개 좀 놓고 여유를 가지세요.
지금 능력 이상으로 주변을 신경을 쓰고 있으신겁니다.
사람은 슈퍼맨이 아니에요. 많은 일을 한번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뭔가 요청이 들어올때 약속한게 아니라면 반드시 실행할 필요는 없어요.
그게 가족의 요청이라도 말이죠.
여기서 관계의 어그러짐이 생겨도 주인장분의 잘못은 전혀 없습니다.
그 사람이 옹졸한거죠.
이럴땐 웃으면서 알겠다고 하고 그냥 넘겨버리세요.
그걸 반복하면 제풀에 지쳐서 본인이 하게 되있습니다.
중요한건 상대를 무시하라는게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라는것입니다.
제가 볼때 벌초의 경우 아버지께서 고집을 부리는 것이니
앞으로는 이렇게 하시면 어떨까요 의견만 여쭙고 아버지가 알아서 하시도록 냅두시면 됩니다.
일단 지금 과부화로 인해 예민한 상태이신거 같으니까 쉬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지고
주변을 좀 둘러보면서 정리가 필요할거같습니다.
앞으로는 비슷한 선택의 갈림길이 생기면 이것은 지키고 저것은 넘긴다 이렇게 규칙을 세우는 정리를 하세요.
저도 100일 앞둔 딸아이를 가진 입장에서 동감 가는 내용이네요. 결국 선택을 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야할것 같아요.

저같은 경우는 아이를 우선순위 1위로 정하고 선택을 했습니다.

아이는 보살핌이 필요하니깐요. 님도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순위 내에서 움직이고 선택하시면

스트레스가 덜할겁니다.
항상 하는 말인데, 부모가 자식키울때 할수 있는 범위에서 해줬듯,
자식도 부모한테 할수 있는 범위에서 해주면 됩니다.
하지마시라 했는데, 한다면 그건 그분들 선택이고 책임입니다.
그리고 님의 선택은 님이 하시면 됩니다.
아버지는 강합니다.
다 이겨 내실꺼에요~!!

자재분이 조금 더 클때까지만 참으시면 돼요!!
감사합니다. 버틸 수 있을만큼 버티어 봐야지요. 내년에는 좀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ink7
  • 2023/11/15 PM 12:54
현대적 사회에서 바라는 가정상(내 가족)과 과거 부모님 사회의 가정상(내집안,제사)이 다른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엄청나지요.
저도 어머님과 제사 문제로 다투기도 해서 더 공감이 가네요

큰냥님은 와이프,아들,부모님한테 더 잘해주지 못해서 오는 우울감이 있으신거 같습니다.
사실 이미 결혼,출산,제사도 안하는 사회에서 많은 것을 하고 있으니 대단하다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 받아야 하는 좋은 가장이어서 더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 선택을 하셔야 할듯하네요
개인적으로 우리세대에서 제사는 거의 소멸 할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모님들과 갈등이 되는 제사 문제에서 벗어나시길 바래봅니다.
우리 부모님세대에선 제사는 인간의 도리이자 조상과 집안 미래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제일 중요한 집안 일이기 때문에 일반적 대화로는 절대 설득 되지 않습니다.

그냥 부모님께 병이 생겨서 병원치료를 해야다고 말씀 드리시고 너무 죄송하지만 집안일은 참석이 안된다고 하시고 본인과 가족에 집중하시며,
치유의 시간을 가지셔야 할거 같습니다.

부모님은 마음의 병,정신의 병은 인정 안하실수 있으니 부모님이 납득할만한 신체적 병명이라도 말씀드려서
"그래 아무것도 신경쓰지 말고 꼭 병 낫는데만 전념해라!"라는 말을 듣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시는게 어떨까합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줄이고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면서 자신의 행복부터 찾으시길 바래봅니다.
하하... 그러면 아내가 끌려가지 않을까요... 며느리이기 때문입니다...
힘내세요

아기가 어린 지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가장 힘든 시기입니다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언제나 가장 우선 순위를 와이프와 아들한테 두고 생활하시기를 바래요

힘든 시기 잘 지나가길 바래봅니다

..그리고 이 글로만 봤을 땐 제사가 가장 큰 문제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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