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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단편식 생각] 나를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상처 입혔던 기억 (8) 2017/12/28 PM 09:49
* 정말 친했던 여자애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어났다고 톡하고, 점심땐 뭐 먹고 있냐고 톡하고, 저녁땐 통화하고, 자기 전엔 잘자라고 톡하고.

 

통화요금이 너무 부족해서 스카이프는 물론이고 각종 통화앱까지 이것저것 다 깔았다. 통화음질 더 좋은거 찾으려고.

 

어떻게 2시간 3시간동안이나 통화했을까, 신기하기도 했다.

 

그냥 신기해하기만 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 여자애는 그렇게 생각안했던게 분명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까.

 

 

 살면서 처음으로 여자애한테 제대로된 생일 선물을 받아봤다.

 

비싼 립밤과 핸드크림 그리고 다이어리. 팔찌. 신기하고 고마웠다. 그런데 난 그 애 생일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뭐할까 고민하다 문상을 주려다가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땐 진짜 괜찮은 줄 알았다..

 

 

 물론 그 애는 직접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는 않았다.

 

나도 별 생각이 없었고, 그 애도 생각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신중했을 수도.

 

그 애가 바뀌게 된건, 자신의 친구를 소개시켜 준 뒤였다.

 

두 명이었는데 정말 이뻤다. 한 명은 기본적으로 애교가 가득했고 나머지 한 명은 소위 말하는 일진상이었는데 시끄럽고 재밌었다.

 

 

 그때부터 그 여자애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거 같다.

 

내가 친구들에게 관심을 표하니까 불안해하고 기운이 다운되고 나한테 성질을 부리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 갑자기 성질이지? 이전엔 안그러더만 왜 이러는거지?

 

 그 애는 '내 친구들을 너 같은 놈한테 소개시켜줄 수 없다!!' 라고 말하면서 극구 번호를 알려주는걸 거절했다.

 

하지만 두번째 만남때 우리는 모두 폰 번호를 교환했다.

 

그 날 이후 우리는 단톡을 만들었다. 단톡은 엄청나게 활발했고 시끄러웠다. 정신이 없을 정도로.

 

그렇지만 그 어떤 단톡보다 사이가 좋았다. 서로 걱정해주고 서로 뭐하는지 묻고 관심 가져주고.

 

 

 그러다 여자애의 친구, 그러니까 귀여운 애와 개인 톡을 하기 시작했다.

 

굉장히 잘 맞았다.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고 개인톡을 하는 동안 시간이 엄청 빨리가고 행복했다.

 

당연했다. 예쁜애하고 톡을 하고, 그 예쁜애가 나랑 잘 맞는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런 상황을 여자애는 눈치챘다.

 

그 귀여운 여자애랑 나랑 단톡에 없다가 갑자기 같이 나타난다거나, 다른 주제로 깔깔 거린다거나 하는걸로.

 

그때부터 였던거 같다. 여자애는 서서히 나에게 본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불안했던거 같다.

 

장난식으로 좋다, 좋아한다, 하다가 사실 구라지롱! 하고 한동안 말이 없다거나.

 

전화를 하다가 친구들 얘기를 꺼내면 조용해진다거나.

 

여자애는 안절부절해 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말투로 나타났다. 나에게 칭얼거리고 징징대고 계속 붙어있으려했다.

 

나는 그 행동이 이해안갔다. 임마가 갑자기 왜이러지? 뭐 힘든일있나?

 

 점점 마음 속이 썩어 문드러질때쯤 사건은 터졌다.

 

우리 네 명이 모여 놀러갔을때 였다. 나는 평소처럼 그 여자애와 일진같이 생긴 여자애한테는 장난 마구 치면서 툭툭 건드리고 했지만,

 

귀여운 여자애한테는 나도 모르게 다정하게 행동하고 쉽게 장난을 치지 못했다.

 

이 날 여자애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왜 그러냐고 걱정했더니, 일진같이 생긴 여자애가 대신 대답했다. 아, 생리인거 같다고. 

 

 

 그 여자애는 나랑 성격이 비슷해서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괜히 오버하는거 아닐까 하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그저 마음에 담아두고 끙끙거렸다. 그러다 결국 폭발했다.

 

내가 개인톡에서 또 그 귀여운 여자애 얘기를 꺼냈다가 성질 부린 것이다.

 

 

 대체 걔가 뭐가 좋아. 귀여운거?

 

 

 나는 싸늘해졌다. 얘가 진짜 이상하네.

 

 

 니 지금 친구 질투하는거가?

 

 

 그러자 걔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후로도 카톡이 없었다. 그 날은 더 이상 카톡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우연찮게 페북을 봤는데.. 이상한 직감이 들어 확인했는데 페북 친추가 끊겨있었다.

 

다음날 마주쳤을때 여자애는 싸늘했다. 심장이 쿵 떨어지는듯 했다. 건성으로 인사만 하고 나를 지나쳤다.

 

진짜.. 부모님한테 거짓말 들켰을때 만큼이나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나는 곧바로 일진같이 생긴 여자애한테 상담을 요청했다.

 

그 여자애는 나를 마주보고 비웃었다. 정말 말그대로 비웃었다.

 

 

찌질하네. 내가 왜 내 친구 감정을 말해줘야하는데? 난 내 친구가 아깝지, 니가 아깝다고 생각 안하는데?

 

 

 너무 솔직해서 말문이 막혔다. 나는 착각하고 있었다.

 

 

 우린 니한테 호감이 있어서 놀아준게 아닌데? 니가 비호감이라는 소리가 아니라, 난 내 친구가 더 중요하지 니가 중요한게 아니라고.

 

만약 OO이가 너랑 절교하면 나도 너랑 절교할거야. 이해했어?

 

 

 그날 정말 너덜너덜해지는 심정이었다. 눈물이 솟아올랐다. 성인이 되고 처음 펑펑 울었다.

 

뭐가 그렇게 서러워서 울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때의 그 감정을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일진같은 여자애가 말해줬듯이.. 단톡은 조용해졌고 개인톡도 조용해졌다.

 

 

 며칠간 나는 남자 동기들이랑 같이 다녔다.

 

동기들이 나를 보며 놀랬다. 뭔가 정신나간 사람 같다고. 다크서클이 왜 이렇게 심하냐고.

 

근데 나는 아 요새 좀 피곤해서 그런거 같다며 둘러댔다. ...하루 하루 썩어가는 기분이었다.

 

 

 일어나도 심장이 시퍼랬고 자기 전에도 온몸이 차가웠다. 자기전에 깊은 한숨을 쉬지 않고서는 잠이 오지 않았다.

 

여자애한테 먼저 말을 걸어야하나. 근데 어떻게 말을 걸어야하지. 그 생각도 하루 종일이었다. 해결책은 없었다.

 

상황이 더 악화되질 않기 빌었다. 그때는 종교를 믿었으니까 하염없이 빌었다. 너무 멍청했다.

 

 

 6일 정도 됬을때 교수님이 수업 하기 전 나를 보며 놀랄 정도였다.

 

혹시 요새 무슨 일 있냐고. 안 그래도 말랐는데 지금 살이 더 빠진거 같은데?

 

그것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등에 땀이 흘렀다. 아니라고 부인했는데 주변 애들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진짜 심해보이는데? 이랬다.

 

나와 친하던 몇몇 애들은 곧바로 눈치를 챘다. 아 임마랑 같이 자주 다니던 여자애가 안보이네.

 

 

 일주일째 되는 날, 여자애가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속이 메스꺼웠다. 눈물이 또 핑 돌았다.

 

그 애는 여전히 표정이 차가웠다. 항상 웃는 표정만 짓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냥 내 앞이라서 웃고 있던거였다.

 

다른 여자들이 길거리를 걸을때 차가운 표정을 짓듯이, 남에게 차가운 표정을 짓듯이. 그런 표정이었다.

 

 

 이제 나랑 말 안할거야?

 

 

 고개를 저었다. 목이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눈가에 눈물이 가득차서 시야가 흐렸다.

 

그렇지만 눈물 보이기 싫어서 눈을 깜빡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미안해서..

 

 

 겨우 그 말만 했다. 나는 평소 표현력이 부족해서 그게 최대였다. 짧았지만 여자애는 이해한듯 했다.

 

조금은 사나운 표정이 풀린거 같았다.

 

 

 야, 밥 먹으러 가자. 저녁 안 먹었지? 아주 해골이 다 됬네 해골이. 어휴 과에 소문 다 났더라

 

 

 나는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에 감사하다고 계속 감사하다고 속으로 말했다.

 

우리는 다시 평소대로 같이 다니기 시작했다. 단톡도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활발해졌다.

 

그렇지만 그 사건 이후로 우리는 애매한 감정.. 서로의 감정을 묻어둔채로 지냈다.

 

더 이상 그 애는 나에게 성질을 내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나에 대한 호감도 표현하지 않았다. 딱 친구였다.

 

 

 내가 바라던 대로였다. 나는.. 우리가 친구로만 지내길 바랬다. 파이어에그 친구처럼, 그냥 우정 친구로 남고 싶었다. 너하고는.

 

하지만 그 애는 그런 사이를 바란게 아닌거 같았다. 마음이 식어서 그럴까. 내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깔깔 웃던 그 애는 정색을 하기도 했다.

 

 

 와 개노잼.. 진짜 개심각하다.

 

 

 내가 원한 반응이었지만 마음 한 켠이 찝찝했다.

 

그렇게 학기가 무사히 끝나갈때쯤 그 여자애는 저녁에 나를 불렀다.

 

바람도 추웠지만.. 으슬으슬한 한기가 느껴졌다. 다른쪽으로. 마음쪽으로.

 

어두운 자취방 앞에서 여자애는 말했다.

 

 

 니가 저번에 말했던거 기억나? 내가 애정결핍 같다고. 맞아. 애정결핍.

 

그래서 난 계속 투정 부리고 달라 붙어있어야 하고 귀찮게 해야해.

 

근데 넌 못 받아준다고 했지.. 그래서 이제 완전히 맘 다 접었다?

 

자.

 

 

 편지를 쥐어준 여자애는 나와줘서 고맙다고 웃었다.

 

앞으로도 잘 지낼 수 있으면 잘 지내자고 말했다. 그 말이.. 가슴 아프게 들렸다.

 

여자애가 들어간뒤로도 나는 한참 동안 서있었다. 어둠 속에서 한참을 멍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결국 우리는 친구로 남지 못했다.

 

시간이 꽤 지나고 그 애는 고백을 받았던거로 기억한다.

 

축하한다고 말했을때는 또 가슴 아팠다. 그 애는 아무렇지 않았을까. 내가 보이는건 웃음이었다. 짜식, 고맙다.

 

우리는 연락이 끊겼다. 서서히 연락 빈도수가 줄어들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연락하기가 좀 그렇지.

 

그 애도 남자친구가 남사친 이런걸 싫어한다고 했다.

 

 

 편지 내용이 기억난다.

 

나와 일주일간 떨어져 있으면서 종이에 화풀이를 한듯 했다. 나한테 하려 했던 말이 가득 적혀 있었다.

 

 

 질투하는거 맞는거 같아. 근데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니 엄청 비참해진다..

 

내가 다음날 친구들 봤을때 얼마나 죄책감 들었는지 아니. 진짜 비참하다..

 

뺏길거 같아서 혼자 전전긍긍하고 마음 고생하고. 똑바로 말 못하는 내가 멍청한건지..

 

 

 문득 여자애가 기억이 났다.

 

나를 좋아하다가 상처를 가득받고 놓아버린 여자애가.

 

일진같은 여자애와 오랜만에 연락이 되서 여자애 생각이 떠올랐다.

 

오래 친구로 남고 싶었는데..

 

아직도 여자애는 그 남자친구와 오랜 기간 사귀고 있다.. 물론 헤어진다 하더라도 내가 연락 하지는 못하겠지.

 

그 일주일의 기간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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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ΟㅏОㅑ    친구신청

좀 다르지만 윤종신의 오래 전 그날이 떠오르는 글이네요.

콘솔 게이머    친구신청

와와 필력 b
단편집 읽는 느낌이었음
저도 학창시절 비슷한 경험이있었기에 더욱 공감이가네요
지금도 가끔씩 생각나는 그녀
아마 지금쯤이면 애엄마가 되서 잘살고있겠지

도미너스    친구신청

내 사랑이 누구에게는 상처가 되는 경험이라니...
연애는 참 어렵네요.

파란나비.    친구신청

이제 저도 곧 서른이지만 20대 초반까지 쭈뼛쭈뼛대던 제 모습이 떠오르네요.
하고싶은말 하나 못했던 제 자신이 답답해서 노력하다보니 지금은 그 일진같은애 성격처럼 되어버렸네요 ㅎㅎ..
돌아보는 시간동안 깨닫게된게 있다면 남여 사이에 친구는 깊은우정을 가진 사이가 될 수 없다는 것.
둘중에 한쪽이라도 1% 이상 관심이 있는 사이 이거나, 애초에 깊지않은 사이여서 언제든지 흐지부지 무너질수 있는 사이..
또는 환경적으로 (애인이 생기거나 결혼하거나) 유통기한이 있는 사이..
상대 마음을 알고서도 어쩌지 못한 적이 있었는데 이게 오히려 상대한테 더 고문을 시킨거 같아 매몰차게 잘라냈던 기억도 있네요.

Clair Redfield    친구신청

예전 교회 다녔던 시절
본의 아니게 울렸던 또래 여자애가 생각나네요
평범하면서 착하고
친구로썬 좋아서
손잡아 준게 전부 였는데
그 당시 맘에 둔 다른 또래 여자애가 있어서
마음이 들킨 후 옆에서 울었을 때
뭔가 미안해지는 느낌이 쏴~악 들었다능..

TM™    친구신청

어 아래에 있는 고등학생 이야기는 끝인건가요?
마지막 만남의 얘기가 궁금한데 ㅋㅋㅋㅋㅋㅋ
주인장님 필력이 좋아서 글들 잘읽고 갑니다

프라이슈츠    친구신청

ㅇㅎ... 궁금해하시는 분이 있는줄 몰랐네요 ㅋㅋㅋㅋ
끝은 아니랍니다 ㅎㅎㅎ 시간되면 써볼게여 감사합니다!!

루리웹-1106716875    친구신청

어릴때야 잘 모르죠 ㅎㅎ
이런저런 일을 격어야 알게된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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