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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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스포일러O] 강력추천합니다. 저니스 엔드. (0) 2018/12/03 PM 05:24


 


  


 


 


저니스 엔드는 전쟁영화라기 보다는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1차 세계대전의 악명높은 참호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기존의 전쟁영화와 다르게 주인공들이 속한


C중대는 치열한 격전이나 화약냄새, 피비린내나는 전투는 거리가 멀거든요.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독일군과 거의 전투하지 않습니다.


중간의 기습작전, 최후의 독일군 대규모 공격이 있지만 그건 전투라고 볼 수가 없거든요.


 


대신 C중대는 독일군 외의 다른 적들과 싸웁니다.


바로 군대의 jot 같음과 싸우죠.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대한민국의 군필자들의 트라우마를 진하게 건드립니다.


 


유럽 전역에 깔린 영국군 1800여개 중대가 로테이션으로 프랑스 생캉텡의 참호에 일주일간 근무를 하게 되는데, 독일군의 대규모 전면 공격이 예고된 상황이라 어느 중대가 갈때 그똥을 뒤집어쓰게 되느냐 하는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때마침 아주 재수없게 주인공 중대가 파견근무를 갈 차례에 대규모 공격 정보가 들어오는 상황이죠.


 


그렇게 영화 시작부터 주인공 중대가 생캉텡의 참호에 배속되면서 jot 같음은 진하게 시작됩니다.


 


주인공 일행이 참호를 돌아다닐때는 계속 찔걱거리고 질척이는 진흙웅덩이를 밟는 소리가 나며, 한쪽에는 말린 쥐들이 걸려있고, 전 중대는 인수인계를 개판으로 해주면서 [욕봐라] 약올리기나 하고 물자는 부족하고 장비는 작살이 났으며 참호 관리도 개판인지라 C중대원들의 표정은 말이 아니게 되거든요.


 


그나마 영국 군인들이라 그렇지 이게 2차대전 배경, 미군 배경영화였다면 영화내내 마더x커, 불쉿, fxck 같은 용어가 도배가 됐을 겁니다.


참호는 jot 같지, 인수인계는 개판이지, 시설도 열악하지, 적군은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지(그것도 50미터 앞에 참호 파놓은 적들)  밥은 영국음식이지 꿈도 희망도 없는 C중대지만 그래도 한가지 큰 위안은 있습니다.


 


중대를 이끄는 간부들이 제정신인걸 떠나서 참군인 수준이거든요.


주인공인 스탠호프 대위는 중대를 책임지는 막중한 의무로 인한 중압감으로 알콜 중독 수준인 것을 제외하면, 중대원 모두가 신뢰하고 그의 말을 적극 따를 정도로 통솔력과 판단력이 뛰어난 중대장으로 중대의 아버지 같은 역할이고,


 


오스본 중위는 영국신사란 이런 것이다를 전형적으로 박아놓은 듯한 중후하고 자상한 중년의 영국인으로 간혹 스탠호프 대위가 주사를 부리거나 비뚤어지려고 하면 달래고 챙겨주는 중대의 어머니 역할을 하며


 


그 밑의 노련한 소위들이 중대원을 챙기는 식으로 암울한 상황에서도 중대는 굴러갑니다.


히버트 소위가 극심한 PTSD로 미쳐가고 있지만, 그 마저도 스탠호프 대위가 멘탈케어를 해주고 있고, 새로 들어온 낙하산 애송이 쏘가리 로리 소위도 기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정신병자 고문관 쏘가리가 아닌, 병사들과 친하고 서로가 존중해주는 환타지에서 나올 것 같은 모범적인 장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이상적인 중대가 잘 돌아가면 영화가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참모본부가 미쳐돌아갑니다.


안그래도 매일매일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 중대원들이 날짜만 하루 하루 체크하며 버티고 있는데, 참모본부는 독일군 침공이 궁금하니까 [대낮에 독일군 참호로 돌진해서 1놈 잡아와라] 라는 미친 명령을 내립니다.


 


그냥 죽으라는 말을 길게 풀어쓴 것이죠.


 


이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을 시행한 이후 잘 굴러가던 C중대는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매우 훌륭하며


코앞의 적군과 쓰레기 같은 상부. 그리고 jot 같은 참호의 환경 속에서 점점 사람이 무너지고 지쳐가고 피폐해지면서 의지할만한 사람마저 사라지게 될 때 어떻게 흔들리게 되는지의 연출을 무덤덤하면서도 격정적으로 잘 연출하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기습작전을 제외하면 총 한방 쏘지 않습니다.


그 흔한 포성소리또한 들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인물의 감정표현에 따라 발생하는 긴장감의 조성 또한 훌륭합니다.


 


다른 전쟁영화가 보여주는 화끈함, 혹은 전장의 비참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군대의 jot 같음을 진하게 보여주는 전쟁영화로 개인적으로 매우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다만 개봉관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어렵게 찾은 영화관에도 관객이 10명도 안되었다는게 아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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