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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글] 고려인의 흔적을 찾아서.. 카자흐스탄 벽지 '우슈토베' 여행기 (0) 2019/04/12 PM 06:55

고려인의 흔적을 찾아서.. 카자흐스탄 벽지 '우슈토베' 여행기

  

 

 

타 커뮤니티에 한번 소개했던 내용인데 루리웹에 사진과 일부 자료를 추가하여 다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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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디아스포라(Diaspora)’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래는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사는 유대인을 지칭하는 말인데,

후에 그 의미가 확장되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민족 집단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 디아스포라에 관심이 참 많습니다. 왜 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거친 운명을 겪어야 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고, 

생각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가 앞으로 살아갈 우리와 다음 세대들에게 

어느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이미 방송국에서도 많이 다루었고 비인기 종목(?)이라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줄지 의문이었지만… 제가 직접 경험해 보고 기록하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공부하고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사할린 동포도 만나고, 고려인도 만나고 

재일/재중 한국인도 만나보고… 하와이 사탕수수 이주자, 멕시코 애네켄 노동자의 후손도 만나보았습니다.

한국에서 만나기도 하고, 해외로 직접 나가서 만나 보기도 했죠.

 

 


고려인?

그중에… 특히 고려인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마 고려인 또는 까레이스키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2차세계대전 당시 소련과 일본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스탈린에 의해 일본의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연해주에서부터 중앙아시아까지 강제 이주 당한 사람들입니다.

갑작스레 살던 곳을 ‘강제로’ 떠나 연고도 없는 황무지에 뿌려진 그들의 삶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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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들은 이렇게 화물차로 짐승처럼 실려서 이주되었습니다.

난방은 물론 먹을 것 마실 것도 없이.. 무려 17만 2천여 명이 강제로 이주되었습니다.

그중... 1만 여명이 동사(凍死) 또는 아사(餓死) 했다네요 ㅜㅠ


고려인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하던 중에... 중앙아시아로 직접 그분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3-4년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후원이나 도움은 전혀 기대할 수 없었고... 오로지 개인적인 희망 사항이었습니다.


 

 

카자흐스탄 ‘우슈토베(Ushtobe)’로 Go!


결국엔 결심을 하고 고려인들을 만나러 가기로 했습니다.

먹고 살기 바쁜데 내가 가는게 맞는가?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뭐… 어쨌든 출발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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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북쪽으로 약 3시간 가량 떨어진 ‘딸띄꾸르간(Taldykorgan)州’의 작은 소도시인 '우슈토베(Ushtobe)'.

‘우슈토베’는 연해주(沿海州, Primorskii)를 떠난 고려인 강제이주자들이 처음으로 도착했던 곳입니다.

 

아직도 이곳에는 강제이주되신 분들의 후손이 많이 살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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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Ussuriysk)'로 가서 그들이 거쳐갔던 이주 경로를 따라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중앙아시아까지 가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만!

결혼 1년차 새내기 남편에게 장시간의 부재는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가는 데만 대략 일주일이 소요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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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냥 일단 카자흐스탄 '알마티(Almaty)'로 항공편을 통해 이동하고, 거기서 다시 육로로

우슈토베까지 이동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위 사진은 알마티에서 우슈토베로 이동 중에 '그냥' 찍은 것인데 정말 멋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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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무척 반겨 주셨습니다.

6,000km 떨어진 이국 땅에서 같은 동포를 만나니 너무 반가웠습니다. 


고려말과 러시아어가 섞였지만 의사소통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오랜기간 타민족 속에서 사시다 보니 고려말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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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알마티를 출발해 우슈토베에 도착했을 때가 마침 구정이었습니다.

고려인들이 모여 강제이주 당시 먹었던 음식 ‘오구레’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음식이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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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레는 팥죽에 밀가루 반죽을 섞어 만든 음식입니다.

원래는 밀가루로 반죽을 해서 수제비처럼 넣는데.. 요새는 저렇게 가래떡을 잘라 넣는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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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이주 1세대 분들을 만났는데…

이미 너무 고령이신지라 앉아 계신 것이 어려울 정도로 거동이 불편하셨고 말씀도 잘 못하셨습니다.

이제 정말 몇 분 안남으셨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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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의 소개로 ‘조 베녜라’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고려인 2세로 당시 이주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베녜라 할머니의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고려말 교육을 게을리 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돌아가실 때까지 한민족임을 강조하셨다고 하네요.




바스토베(Bastobe)

 


1937년 우슈토베 역(驛)에 고려인이 도착했을 때가 11월 즈음이었습니다.

이미 카자흐스탄은 한창 겨울이었는데달리 추위를 피할 곳이 없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찾은 곳이 이곳 '바스토베(Bastob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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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하기 그지 없습니다. 넓다란 평지가 그냥 쭈욱 이어집니다~ 바람도 칼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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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없고 평지가 펼쳐져 있는 이 곳에 유일하게 솟은 언덕인 '바스토베'는 바람을 피하기 좋았던 것 같습니다.

 

고려인은 언덕 밑에 토굴을 파고 근처에서 갈대를 모아와 불을 지피고 몸을 덮었다고 합니다.

두툼한 옷을 입고 있어도 추운데.. 그들은 얼마나 추웠을까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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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토베 언덕 아래에는 당시 1세대 고려인들의 무덤이 있습니다.

태어나신 연도를 살펴보니 당시 강제이주 되신 분이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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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의 맞은 편에는 강제이주 기념비가 있습니다.

강제이주를 간략히 설명하는 한국어와 카자흐스탄 언어가 돌에 새겨져 있습니다.



카작 사람들의 초대

 

갈 곳 없는 고려인을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도움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은 손님을 모시고 함께 음식을 나누는 것에 인색하지 않은 민족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당시 고려인들을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집으로 데려와 먹여주고 재워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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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슈토베 부시장님의 소개로 ‘몰도굴로뱌’ 가정에 초대되어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에르네스트’ 할아버지(가운데)는 강제이주 당시 아주 어린 나이였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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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네 땅에 다른 민족이 대거 이주 되어 오는 것에 반감을 가지고 배척하기 보다 
포용하고 안아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무척 감사하더라고요.

“고려인들과 앞으로도 사이 좋게 지내고 싶다”

“그들과 우리는 다르지 않다” 라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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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채소를 먹지 않고 육류만 먹었었는데 고려인과 살면서 채소를 먹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사람이 온다고 하니까 이렇게 김치도 준비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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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슈토베에서 약 일주일정도를 머물면서 여러 고려인분들과 카자흐스탄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는데 뭔가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습니다 ㅜㅠ

기회가 된다면 따뜻한 여름에 다시 찾아 뵙고 싶습니다

(가능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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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저는 우슈토베 역에서 기차를 타고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Novosibirsk)’까지 
3일 동안 
강제이주 경로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회가 된다면 그 이야기도 한번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뭔가 수익성이 있나? 이걸 하면서 어떤 이득을 취하는 거지?

네.. 뭐 이익은 없습니다. 벌어놓은 돈을 까먹는 거죠. ㅜㅜ 많이 까먹었습니다.

 

하지만 뭐랄까… 그냥 주어진 일만 하며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어려웠던 시절의 역사를 잘 모르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

IT강국, 분단국가, K-pop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 해보고 싶었던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종종 이런 이야기들 올려보겠습니다

 

아래는 다녀와서 만든 영상입니다.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육성으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혹시 구독도 해주신다면… 너무 감사드리겠습니다~~)

 

 https://youtube.com/solardog?sub_confirmation=1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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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베스트에 올라갈거라 생각못했는데..
많은 관심과 응원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마침 어제 카자흐스탄을 떠나 러시아로 넘어간 두번째 이야기도 여행게시판에 올려놓았습니다~
http://bbs.ruliweb.com/hobby/board/300100/read/30573298?

 

이어진 이야기가 더 궁금하시다면 위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다시한번 루리웹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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