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W & ARROW] 활 쏘기 취미로 어때요?2024.12.09 AM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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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사실 파크라이 때문입니다. 파크라이4에 많은 총기들이 등장했지만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진 건 활이었습니다.

 

양평 전원주택으로 온 후 본격적으로 활에 입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컴파운드 보우를 많이 쓰지만 저는 이런 트래디셔널 보우에 더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 중에서도 어떤 악세사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활 그 자체의 특성만으로 쏘는 배어보우(bear가 아니라 오직 활만이라는 뜻으로 bare bow)가 좋았습니다. 국궁은 국내에 저변이 꽤 넓은 편이지만 이런 서양식 배어보우들은 배우기 쉽지 않더군요.

지금은 수렵면허 2종(1종은 총, 2종은 활입니다. 2종이 있어야만 활로 수렵이 가능합니다.)도 갖고 있고 제 취미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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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는 싼 맛에 싸구려 중국제 활도 사보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죠. 지금 쓰고 있는 활은 해외에서 가장 각광 받는 헌팅보우 중 하나인 삼익 세이지(40파운드 림, 50파운드 림) 리커브 보우와 올드마운틴 아처리의 메사 롱보우(50파운드)입니다. 60파운드도 써봤는데 습사는 괜찮았지만 수렵 시 조준 유지를 생각하면 50파운드가 저한테는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삼익 세이지는 가격 대비 품질이 아주 좋은 활이라 입문기부터 실제 헌팅까지 널리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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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지는 림을 분리할 수 있는 테이크다운 형입니다. 테이크다운 활은 휴대성이 좋고 림을 교체할 수 있어 활의 파운드를 바꿀 수 있습니다. 파손 시에도 보통은 림만 교체하면 됩니다. 메사는 원피스 형입니다. 테이크다운 활의 장점들은 없지만 대신 테이크다운 활에 비해 압도적으로 가볍습니다. 또 테이크다운 활은 보통 구조적 특징 때문에 디자인이 아무래도 비슷해 집니다. 반면 원피스 형은 제작사 별로 모델별로 디자인적 차별성이 있습니다. 취향 차이겠지만 좀 더 유려한 아름다움이 있죠.


  

 

20m 정도 거리에서는 아무런 조준 도움 장치 없이 이 정도는 이제 수월하게 맞출 수 있는 수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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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익은 우리나라 국가대표 양궁팀에서도 사용하는 등 좋은 활들을 많이 만들었습니다만 현재는 도산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삼익 세이지는 이제 점점 구하기 어려워지는 활이죠. 

사실 여기에는 약간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활 분야에서 메이저 메이커라면 미국의 호이트가 유명합니다. 96년 호이트는 한국 양궁 견제 목적으로 자사의 활을 우리 국대에게 납품하지 않았고 그해 호이트 활을 쓰던 한국 남자 양궁의 성적은 좋지 못했습니다. 그때 리커브 보우의 국산화에 팔을 걷고 나선 회사가 삼익 스포츠였습니다. 양궁에 관심 많은 분들이라면 림에 SAMICK이라고 적힌 활을 들고 올림픽을 제패하던 우리 선수들에 대한 기억이 있을 겁니다. 삼익은 우수한 활을 만들어 냈고 우리 선수들이 그 활로 경기를 지배하자 전세계는 삼익에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걸 그대로 보고 있을 호이트가 아니었죠. 호이트사는 이전과 반대로 전세계 양궁 선수들에게 활을 풀며 자사의 활로 우승하면 엄청난 상금을 주는 등 물량 공세에 나섭니다. 여러 고객이 떨어져 나가고 많은 연구개발비 등을 부담하기 어렵게 된 삼익은 결국 도산했죠. 그래도 윈앤윈이라는 국내 제작사가 호이트의 물량공세에서 살아 남아 우리 양궁 국대와 더불어 신화를 계속 써나가고 있습니다.

 

올드마운틴 아처리는 경기용 활이 아닌 헌팅용 활을 주로 만들고 해외 헌터들에게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회사입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해외 메이커라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데 삼익 도산 후 삼익의 인재들이 활을 만드는 회사가 바로 올드마운틴 아처리입니다. 국내 브랜드이고 정말 좋은 활을 만듭니다. 혹시 활 특히 배어보우에 관심을 가져볼 마음이 있으시다면 올드마운틴 아처리 활을 전 추천드립니다.

 

호이트는 그래서 한국인에게 있어서 애증의 브랜드입니다. 지금도 좋은 활을 만들고 있지만 저 이유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호이트의 기함급 헌팅보우인 사토리도 언젠가 쏴보고 싶긴 합니다.  

댓글 : 16 개
와 멋지네요
감사합니다. 게임 덕에 실제 헌터까지 됐네요.
와 멋지십니다!
저도 땡기지만 쏠 수 있는 곳이 ㅜㅜ
쏠 곳만 있다면 참 좋은 취미인데, 도심에선 아무래도 접근하기 쉽지는 않은 취미인 것 같네요. 실내 양궁장이나 양궁 카페 같은 게 그래도 더러 있습니다. 한 번 찾아가셔서 체험해 보시는 것도 재밌습니다.
저는 원래 서울 뒷산에 저만 아는.. 아니 알고있는 줄 알았던 꽤 넓은 공터가 있었는데요 주말에 타겟 두고 습사하고 있었는데 인기척이나서 돌아보니 커다란 리트리버 한마리가 달려오고 있더라구요.. 알고보니 강아지 주인도 자기만 아는 공터인줄 알고 목줄을 풀어놨었다네요 ㅋㅋ;; 사람 다닐만한곳을 등지고 언덕쪽에 타겟을 둬서 다행이지 그래도 그 일 이후로는 시골나가서 교각 아래 아무도 없는 탁트인곳애서만 습사합니다 ㅠㅠㅋㅋ 활취미 재미있어용~
활도 활이지만 서울에 개를 풀어놓고 뛰게 해줄만한 공간도 진짜 없죠. 양평에 이사 오지 않았으면 아직도 게임 속에서나 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ㅎㅎ 서울에 사시면서 취미 유지하시니 어떻게 보면 저보다 더 대단하시네요
요즘 수렵면허 갱신에 매년 정신과 감정서 필요하지 않나요?저도 그것 때문에 갱신포기 하였는데 요즘도 같나요?
수렵면허 갱신 시 운전면허가 있을 경우 운전면허로 갈음이 됩니다. 운전면허에 정신관련 감정이 포함되어 있어서요. 다만 수렵면허와 별개로 총포소지허가를 받을 때는 정신과에서 정신감정서를 받아야 합니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선수가 아닌 일반인이 총포소지허가를 받기 위해 소명 가능한 이유가 수렵 밖에 없기 때문에 수렵면허는 총포소지를 위해 필수항목이라 하더군요.
저도 세이지 갖고있는데 쏠데가 없음 ㅠㅜ
도심에서는 정말 쏠 데가 없긴 합니다. 세이지 정말 이 가격에 나올 수 없는 퀄리티를 가진 좋은 활인 것 같아요. 저도 아직 많이 쓰는데 내년 봄에는 다른 제조사에 새 테이크다운 보우 주문을 넣을 생각 중이긴 합니다.
오 멋지네요
꼬꼬마때 친구 할아버지가 국궁장 갖고 계셔서 자주 놀러갔었는데 ㅎㅎ
국궁도 관심은 있는데 뭔가 되게 친목과 간섭이 심하다고 하여 아직 미루고 있습니다. 언젠가 국궁도 해볼 것 같긴 합니다.
와 멋집니다!
감사합니다. 호기심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왔네요.
  • M12
  • 2024/12/09 PM 02:51
서울은 국궁 활터 근처에 상암정이나 영학정 옆에나 그런 양궁할 수 있는 곳도 있는데, 살펴보심 어떨까여?
서울에서 활에 관심 가진 분들에겐 좋은 정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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