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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불신의 비용 2020.08.29 PM 08:01
당신 정부를 신뢰하느냐 ?
2016년 기준 한국인
그렇다 24% (OECD평균 42%, 최근 조사에서는 그래도 꽤 올라왔다)
타인을 믿을수 있느냐 ?
2016년 기준 한국인
그렇다 26% (OECD평균 36%, 이것도 최근 조사에서는 꽤 올라왔다. 최근이라고 해 봐야 코로나 이전이지만.)
(데이터 출처
http://m.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65953.html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708160600005 )
언제부터인가 불신의 비용이라는 것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개발도상국, 후진국이 선진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술의 발전, 교육예산증가, 인프라 구축 지출 확대...등은 당연한 것이나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불신의 비용으로 인한 지출이라는 것. 불신의 비용을 줄이지 못하면 선진국으로 도입은 요원하다는 많은 연구 자료들. 굳이 선진국들의 사다리 걷어차기 뿐만 아니라 불신의 비용으로 인한 지출 때문에 지금 후진국들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 힘들 거란 이야기. 당연하지만 맞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불신의 비용이란 남을 믿지 못해 추가적으로 발생하게되는 비용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 자기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이익을 편취하는 사람들을 걸러내기 위한 비용을 이야기 한다. 지금 가장 큰 정치 쟁점 중 하나인 공수처도 불신의 비용으로 인한 지출 중 하나이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줄임말로, 권력형 비리 전담 기구이다. 원래 이미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었어야 하나, 야당의 반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불신의 비용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는 일일히 읊으려면 한도 끝도 없다. 대표적으로 보험사기, 각종 보증비용, 생수(우리나라 수돗물은 대부분의 나라보다 깨끗하며 별 다른 추가적인 정수 과정 없이 바로 먹어도 대부분의 경우 건강에 나쁘지 않으며 미네랄이 함유되어 생수보다 더 좋은 면도 있다)... 그러나 그 어느 때와 비교하더라도 요즘만큼 불신의 비용을 많이 지불하고 있는 시기는 없을 듯 하다. 나와 많이 가까운 사람들도 믿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나조차도 믿을 수 없다. 내가 어디에선가 확진자와 접촉하지 않았을까. 내가 무증상 감염자가 아닐까. 내가 모르는 새 이미 내가 코로나에 감염되어 내 가까운 사람들에게 옮길 수 있지 않을까. 나 자신조차 믿을 수 없어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고, 카더라일수 있지만 코로나 감염자는 냄새나 맛을 느끼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는 수시로 내가 냄새와 맛을 느끼는지 스스로 확인하기도 하며 이 덥고 습한 날씨에 마스크를 기꺼이 쓴다.
원래라면 사용하지 않았어도 될 마스크를 구매하여 사용한다. 미세먼지가 아무리 심한 날에도 착용하지 않던 마스크를 착용한다. 이 덥고 습한 날씨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마스크의 경제적인 비용보다도 내가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느끼는 불쾌감이나 답답함등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지출의 비용이 훨씬 크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비용을 기꺼이 감수한다. 남 뿐만 아니라 나조차도 믿을 수 없어서.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은 내 건강만 해치면 되는 일이나 내가 무증상 감염자일수도 있으니까. 내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엘리베이터 등의 공간에 어쩔 수 없이 같이 있게 되는 남들이 불안해 하니까. 혹여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누군가가 기침이라도 한다면? 받게될 의심의 눈초리, 원망의 눈빛... 생각하기도 싫다.
누군가를 만나는건 당연히 꺼려진다. 기존에 하던 경제활동을 하지 않음으로서 생기는 경제적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하지만 그것에 대해 언급하는 글이 아니고 다들 알고 있을테니 각설하고, 사교활동 뿐만 아니라 업무적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꺼려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사람을 가능한 많이 만나야 하는 직업이지만 누군가와 약속을 잡고 만나는 것 자체가 어느정도 부담이 된다. 이동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장점이 있지만, 통화로 거의 일을 처리하고는 것이 익숙하지도 않고 대면하여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답답한 부분이 많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지 말아야 한다거나 대면해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사회적인 비용의 지출과 타인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조차도 불신의 눈으로 쳐다봐야만 하는 것에 대한 피로감이 꽤 많이 쌓여있다. 사회 구성원으로써 당연히 가져야 할 배려심이나 기본적인 상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마주칠 때나 뉴스로 접할 때 드는 경멸감도 전혀 기분좋지 않다. 그런 경멸감을 속으로 꾹꾹 누르고 있는 편도 아니고... 이런 생활이 길게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손해다. 주말에 집에만 박혀있는지도 이미 몇 주가 지나간다. 주말에 집에 있는걸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아니다. 적어도 산책이라도 나가고, 잠깐이나마 바깥에 나가서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가끔은 연습장에가서 가벼운 운동이라도 하는 주말이 그립다. 코인노래방에서 노래부르는 것, 집앞 공원에서 광합성 하는 것... 언제 터져도 터질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에 대해 원망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는 그저 내가 소중한지도 자각하지 못하고 가졌던, 내가 당연하게 누리던 내 일상이 그립다.
미용실에도 꽤 오래 가지 못했다. 적어도 삼 주 전에는 머리를 잘랐어야 하지만 자르지 못했다. 기다리다 지쳐 오늘은 미용실 오픈할 때 맞추어 도착해서 머리를 자르려 했으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이미 대기줄이 꽤 길다. 열시에 오픈하는 미용실에 열시 03분에 도착했으나 나는 대기번호 6번을 받았다. 이미 앉아서 머리 자르는 사람들을 살펴보니 마스크를 끼지 않고 머리를 자르고 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번호표를 반납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른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숨 쉰 공간에서도 숨 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은 다수의 사람이 있는 실내에서는 단 한 숨도 더 쉬고 싶지 않았다. 나는 다음주에도 더벅머리로 출근해야 한다. 평소 두어달에 한번은 머리를 자르지만, 머리를 못 자른지 석달 반은 족히 지나갔다. 나 말고 누가 내 머리를 신경 쓰겠냐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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