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료)몸값올리기] 설명하지 않기 위한 설명을 해라2014.02.05 PM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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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 개소리냐고?


설명하지 않기 위한 설명을 하라
특히 자신이 관리직이나 업무선상의 상위에 위치한다면 이건 더더욱 절실합니다.

저는 기술영업 합니다. 일본대상으로요
고객에 따라 요구사항이 천차만별입니다.
이걸 수용해야 할때도 있고, 거절해야 하는경우도 있고 조율해야 하는경우도 있지요


지금 회사에 들어와서 가장 큰 문제는, [테스트 생산] 파트의 생산담당자가 회사에서는 왕따이고 대화도 안통하고 제멋대로 처리해버리는 외골수라는 점이었습니다.
가령, 다른 생산성 보조기능을 제외한 기본기능만으로 양산성 테스트를 하려고 하는 손님의 기계에다가
마구 기름칠을 하거나, 제멋대로 셋팅을 바꿔서 [당장 눈앞에 좋은 양품]을 뽑아버리는겁니다.
"일단 기름칠하면, 다 빠질 때 까지 본래 특징을 확인 할 길이 없습니다. 젠장"

하지만 손님이 원하는건 품질조율중인 프로토타입 기계에서 "양품"을 얻으려는게 아니고
"무얼 고쳐야 할지"를 판단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기사님은 "안좋은 것은 숨기고 좋은것만 보여줘야지"라는 생각으로 움직였던 겁니다.


대화로 풀어야 하는데, 사내 다른 영업담당자를 비롯하여 생산자들까지 이 사람을 싫어하였습니다.
제멋대로 해버리고, 기계가 망가질듯한 셋팅을 하면서도 손님들은 매번 "다시"를 외치니, 일정은 틀어지고 평가는 바닥을 쳤으며, 영업적 가치도 무너지고. 생산자들의 실력도 악평가를 받아요.


저는 입사 후 전혀 다른방식으로 접근하였습니다.
저에게 욕을하면 때리기 편하게 안경을 벗어드렸죠.
생산담당을 욕하고 간 사람을 욕했습니다.
"씹알새끼, 뭘 원하는지 미리 말해줘야지"
"기계설비문제가 있는데 교체해 줘야 하는거지, 죶같은새끼"

그리곤 내 업무에 대한 설명을 했습니다.
"이 기계는 최종고객 개발테스트품을 뽑아야해요. 도요타 품질기준이라 존나 까다로워요. 실력껏 100개를 만들어주세요"
"이건 문제점을 찾기위한거에요. 수량이 100개긴 한데, 연속생산/양산성 환경에서의 문제를 찾아야 하는 거니까 절대 기름칠하면 안되요, 안나와도 양산조건으로 뽑으세요"

뿐만아니라 내 입장과 영업적 측면에서의 입장을 같이 설명하기도 했다
"이번 생산은, 일본고객이 실수했어요. 우리가 긴급히 기계를 올리고 다시 만들어주는 재료비와 생산공수, 급히 수정하기 위해 세운 기계와 투입된 기술자 공수 생각하면 2~3백만원이 넘고, 항공운송과 현지퀵배송비만 100만원이 들어가지만, 이 담당자가 개인적으로 가진 발주권이 년 100억 수준입니다. 옆 회사보다 우리가 부족한게 많지만 이런걸 때워줘야 다음일을 받아요"


처음에 사수한테 핀잔을 많이 들었지만, 내 전략을 설명하니 딱히 방해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략 8~9개월차 정도 되었을 즈음에, 엄청난 업무폭탄이 밀려들어왔는데

회사 역사상 하루에 기계 3개분 작업이 한계라고 했던 우리 기사님이, 하루에 8개를 처리한겁니다.
그것도 몇일간 연속으로

모두 제가 가져온 일이었고, 저는 지난 반년넘게 각 회사별, 제품별 이해관계와 기술적 내용을 설명했으며
손님대응하면서 생산대응하고, 문제점 찾고, 개발테스트품 포장발송을 해야하는 도저히 혼자몸으로 안되는 상황이었는데
생산담당자가 알아서 평소 요구하던대로 생산을 해놨고(무처리 양산성 테스트 샘플+고객납품용 조립샘플+전시용 샘플등), 기계쪽은 현장검수와 정도측정을 위한 조치가 완료된 채로 현장에 넘어갔으며, 다음기계를 셋팅하는데 어떠한 지연도 없이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로 올라가 손님도 기다림 없이 이것보고 뒤돌아서면 저것이 되어있는 그런 상황이 연출된 것이지요


"설명하지 않기 위한 설명"을 반년넘게 지속하면서
습관이 된 것이엇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당연한 내용으로 인식되어버린 겁니다.

이것은 "사양서"나 "지시서"로 한두장의 종이로도 가능한 일이었지만
받아들이는 것이 차이가 결정적이었지요

업무변수가 생겼을 경우 "무엇을 위한 조치인지" 이해하고 있다면 담당책임자인 제 의견을 물을 필요도 없이 선택지는 이미 몇가지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기사님은 제 의지를 묻지 않고도, 가능성 예측이 되는 경지에 이르렀고, 가용한 가능성의 조치를 모두 해서 나에게 가져다주게 된 것이지요


지금 회사에서 제 별명중 하나는
그 담당자분 이름..... "홍길동 담당"이 되어있습니다.

귀찮지만 이 죶같은 회사를 놀이터로 삼고있는 저에게는 나름 "관념적 성공"의 사례로 앞으로도 긍정적으로 작용 할 것 같습니다.
댓글 : 11 개
아따 닉값 재대로 하시는구만.
글쓴분이 잘 대처하신것같아요! 잘하셧어요~
'전제조건이 8~9개월을 버틴다'라서...

어려운 문제죠.
특히 경력 채용으로 8~9개월을 버티기는 쉽지 않죠.
들어오신지 얼마 안되셨으니까 회사 분위기랑 업무 파악하시면서
천천히 하세요.라는 말도 첫 3개월 뿐.6개월째부터는 슬슬 성과를 요구함.
아 좋아요 버튼이 어딨더라..
마이피에 추천버튼을 도입하라
대단하시네요 추천드리고싶다!
좋은 거 배우고 갑니다.
말없이 추천! -_-b
기술 영업이면 거의 테크트리 끝부분인데..
엔지니어 중에는 외골수들이 많이 있는것도 사실이죠..
그래서 소프트 스킬이 뛰어난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보통 엔지니어들이 이 소프트 스킬이 뛰어난 사람을 질투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이건 뭐 스토리텔링이 아주 그냥 착착 감기네요 ㅎㅎ
뭐든 성공해 내실 분이시네요
매 에피소드마다 배우고 느끼는 부분이 많아서 몇번씩 탐독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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