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몬스터 인 파라다이스] 몬스터 인 파라다이스 062013.07.04 PM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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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의 말대로 순식간에 청소가 끝나버렸다. 이에 조폭들은 화생방 방호장비를 갖춘 채 곤죽이 되어버린 시위자들의 시체를 대충 주워 담아 큼직한 쓰레기통에 아무렇게나 던졌다. 심지어 몇몇은 한때 ‘사람’ 이었던 고기반죽을 서로에게 던져대며 천박한 웃음을 흘리기까지 했다.

물론 그 중에는 미처 도망가지 못한 조폭들도 있었지만, 남은 동료들은 오히려 나눠먹을 식구수가 줄어든 것에 더욱 기뻐했다. 그것은 보수단체들도 별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서로의 죽음을 슬퍼할 시위자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썩은 냄새를 풍기는 오물로 변했다.

케리 역시 부엽토로 변한 시위자를 기계 의족으로 짓밟으며 느긋하게 담배를 피웠다.

“조카. 휴가 도중에 투입된 거지? 집에서 잔소리 듣기 싫으면 더 질질 끌지 말고 당장 들어가서 해치우라고.”

“헛 참 삼촌도 오지랖 한 번 넓네요. 뭐 빨리 다녀오지요. 오늘 저녁에는 삼촌하고 술 한 잔 하게 말입니다.”

드랑크르는 화생방 무기에 삭아서 너덜거리는 망토를 휘날리며 유유히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코웃음을 치며 혼잣말을 읊었다.

“빌어먹을 영감탱이. 그깟 휴가 좀 더 보내게 해 주려고 이런 짓까지 하다니. 그러다가 당신은 대체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 거야! 쳇!”

드랑크르는 담배를 바닥에 버린 뒤 발 뒤꿈치에 힘을 실었다. 그러자 발바닥 한 가운데에서 톱날 달린 휠이 튀어나와, 맹수의 포효 같은 소리를 내며 지면을 갈았다. 그리고 전차 같은 장갑판을 두른 드랑크르는 엄청난 속도로 질주했다.


두터운 셔터로 뒤덮인 공장 문 앞은 새까맣게 변색된 핏물이 흘러나와 콘크리트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드랑크르는 허리춤의 하드 포인트에 채워둔 헤비 머신건을 두 손으로 쥐고 마구잡이로 쏴댔다.

총구에서 불꽃과 함께 메탈 가수의 그로울링 같은 굉음이 터져 나오며 5mm셔터를 벌집으로 만들었다.

드랑크르는 기관총으로 셔터를 스펀지처럼 만든 뒤, 다시 한 번 휠을 꺼내서 질주해 셔터를 어깨로 힘껏 들이받았다. 그리고 팔목에 성형작약 카트리지를 끼운 뒤, 작약식 너클로 발로 밟은 캔 같은 셔터를 수차례나 두들댔다. 그러자 두터운 철판이 찢어지며 셔터에 장갑차 하나 들어갈 정도의 큼직한 구멍을 뚫었다.

드랑크르가 공장 안으로 한 발짝 들어서자마자, 짙은 피비린내가 단단히 밀폐된 갑옷 안까지 흘러 들어왔다. 그는 담배 생각에 입이 근질거렸지만 꾹 눌러 참고 투구에 붙어있는 회전식 카메라를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인간을 괴상하게 뒤틀어놓은 형상의 몬스터들이 그를 맞이했다. 게들 중 몇몇은 찢어진 인간의 시체를 들고 있었다. 그것들은 적을 눈앞에 둔 상황에도 아무런 경계를 보이지 않았다. 이들의 외관과 지능을 볼 때 ‘모체’로부터 감염된 몬스터의 유생일 확률이 높았다. 드랑크르는 팔등의 슬라이드를 힘껏 뒤로 젖히며 피식 웃었다.

“이 녀석들이 오늘 먹잇감인가? 그것 참 시시하게 생겼군 그래.”

드랑크르의 환영 인사는 중기관총으로 시작했다. 송곳니 모양의 8mm은탄이 가장 앞에 서 있는 몬스터들의 몸뚱이를 꿰뚫자, 그제야 적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괴물들이 드랑크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드랑크르는 기관총을 쏘면서 옆으로 물러난 뒤, 몬스터 한 마리의 옆구리에 주먹을 힘껏 박아 넣었다. 그리고 주먹에서 폭음이 터지며, 손목의 이음매에 화약 연기와 함께 탄피가 튀어 올랐다.

그리고 드랑크르의 무쇠 주먹이 몬스터의 새까만 몸뚱이를 꿰뚫었다. 뒤이어 드랑크르의 주먹이 다시 빠져나올 때에는 낙지처럼 꿈틀거리는 고깃덩이가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괴물이 고통에 겨운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자, 드랑크르는 어깨 장갑판의 헤치 안에 들어있는 도끼를 뽑아 들어 몬스터의 머리통을 힘껏 내리쳤다. 몬스터가 세로 방향으로 두 쪽이 나면서 밑동 잘린 나무처럼 바닥에 엎어졌고, 드랑크르의 큼직한 손에 쥐어진 고깃덩어리는 더욱 세차게 요동쳤다.

그리고 두 쪽으로 갈라진 몸뚱이 역시, 아직 죽지 않고, 자신의 몸뚱이를 다시 이어 붙이려는지 힘겹게 팔다리를 버르적거리고 있었다. 그 때 두세 마리의 몬스터가 드랑크르의 오른쪽과 등 뒤를 향해 동시에 달려들었다. 그리고 왼쪽에서는 유난히 팔 다리가 긴 몬스터가 드랑크르의 팔과 다리를 붙잡았다.

그는 투구 안에서 비뚤어진 미소를 지으며, 왼손 주먹을 폈다가 다시 꽉 쥐었다. 그러자 손등에서 눈이 시릴 정도로 번득이는 송곳이 튀어나왔고, 드랑크르는 발의 측면에 장착된 고정용 픽을 지면에 꽂은 뒤 휠을 이용해 몸을 반 바퀴 돌렸다.

그러자 드랑크르의 왼팔과 다리를 붙잡은 몬스터의 팔이 찢어졌고, 등 뒤에서 그를 덮치려던 몬스터는 바닥에 나자빠졌다. 드랑크르는 오른쪽에서 날아 들어오는 몬스터의 턱을 주먹으로 찍어 올려서 바닥에 내리꽂은 뒤, 몬스터의 머리통을 힘껏 밟은 뒤 다시 휠을 가동시켰다. 그러자 그라인더로 고기 가는 소리와 함께, 몬스터의 머리통이 갈려 나가며 앞뒤로 피와 육편을 뿌려댔다.

드랑크르는 한 놈을 완전히 침묵시킨 뒤, 높이 뛰어올라 철퇴같이 묵직한 무릎으로 몬스터의 복부를 내리찍었다. 그리고 오른팔의 샷건으로 몬스터의 등에 큼직한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등에 맨 십자가에서 에너지 엑스를 꺼내 팔이 끊겨져 비명을 지르고 있는 몬스터의 복부를 향해 날렸다.

그는 마지막으로 손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고깃덩이를 짓이겼다. 그러자 두 쪽이 난 채 아직도 살아 움직이는 몬스터의 몸 역시 축 늘어진 고깃덩이가 되었다.

드랑크르는 오른팔을 뻗은 채 가운데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아직 살아남아 있는 두어 마리의 몬스터들에게 비꼼을 날렸다.

“자 이걸로 하루치 금일봉은 들어왔군. 남아 있는 녀석들 중에 내 양식이 되어줄 놈들은 사양 말고 덤비라고!”

그러자 몬스터 무리가 서서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드랑크르는 그제야 얼굴가리개를 벗은 뒤 담배를 빼물고 기관총을 뽑아 마구 쏴 갈겼다. 드랑크르에게 등을 돌린 몬스터 두 마리가 다리와 어깨에 총을 맞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러자 드랑크르의 복부 장갑판 한 가운데가 열리면서 짙은 오렌지색의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불길에 휩싸인 몬스터 두 마리는 한참 동안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뭔가에 홀린 것처럼 격렬한 춤을 추다가, 팔 다리가 잔뜩 오그라든 채 바닥에 쓰러졌다. 드랑크르는 아직도 불이 붙어 있는 몬스터의 몸뚱이를 발로 걷어 차버렸다. 불에 타서 숯덩이가 되어버린 몬스터는 썩은 나무토막 마냥 쉽게 부스러졌다.

“하여튼 다들 겁이 많아서 탈이라니까 으하하하! 아 그리고….”

드랑크르는 갑자기 뒤로 돌아 피가 잔뜩 묻은 도끼를 주워들었다. 그리고 거미줄처럼 금이 가 있는 공장 내벽을 향해 던졌다.

“네놈! 거기 숨어있는 건 다 알고 있다. 나오라고 사랑스러운 후배 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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