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비 소사이어티 - 새로운 시민들] 두번째 기록 - 숨바꼭질2013.06.08 AM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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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기록 - 숨바꼭질


20XX년 09월 10일 05시 23분

- 누구세요?

그 목소리가 등 뒤에서 내 귓가까지 훑고 올라올 때 피가 얼어 붙을 거 같더군.

어린 소녀였어.

다이앤, 당신과 묘하게 닮은.
당신이랑 같은 검은색 단발머리와 가을같은 갈색 눈동자의 소녀.

새벽 무렵에 도우 페이스를 만나서 이 빈 집까지 도망왔었어.
들어올 때 틀림없이 방을 다 체크했었는데 이 아이는 어디서 튀어나온거야? 젠장.

12, 13살쯤 되었을까.
내가 괴물이 아니란 걸 알자마자 달려와서 날 붙잡고 물었어.

- 혹시 이 아이 못 보셨어요? 제 동생인데?

하면서 작은 액자의 사진을 보여줬어.
귀여운 금발의 꼬마 친구였어.
아쉽게도 사흘 전부터 살아 있는 건 보지 못했지.
움직이고 있는 것들은 봤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동생이 이틀 전에 같이 숨바꼭질을 한 후로 사라졌다는 거야.
아빠는 건축가인데 지금 영국에서 일을 하고 있고 엄마는 러쉬먼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데 아직 연락이 없고.

밖에 나갔다가 꽤나 쫓겼던 모양이야.

- 집에 돌아온 뒤론 계속 여기서 냉장고에 남은 음식과 통조림같은 걸 먹었어요.

아빠가 직접 이 집을 지었는데 보안에 깐깐한 사람이라 집 안 곳곳에 숨겨진 공간을 만들어 놨다고 했어.
뭔가 수상한 소리가 들리면 그 안에 숨어있었다고 하더군.
어쩐지... 실제로 보니 정말 감쪽 같았어. 정말 그냥 벽처럼 보였지.

- 동생이랑 숨바꼭질을 하면 항상 방 안의 패닉룸에 숨었었어요.
우리 가족 밖에 패닉룸의 위치를 모르거든요.
동생이 온 집 안 벽을 막 두드리며 돌아다니다 제가 있는 패닉룸을 찾으면 '까꿍, 찾았지롱!' 하고 놀렸었죠.
그리곤 같이 냉장고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곤 했어요.
엄마는 항상 일 때문에 바쁘셨고요.

언제 놈들이 들어 올지 모르니 무서워서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고 했어.
내가 망을 볼 동안 씻고 옷을 갈아 입었지.

냉장고 속 음식으로 간단히 요기거리를 만들었어.
이 친구도 나도 씹느라 정신이 없었지.

- 아, 인사가 늦었네요. 전 '마키에'라고 해요.
미국식 이름도 있지만 부모님이 항상 고향을 잊지 말라는 의미로 마키에(?希?)라는 이름을 붙여 주셨어요.
'진실된 희망과 은혜를 베풀다' 라는 뜻이래요.

어른스런 아이다.

앞으로 어쩔거냐고 묻자 동생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어.
차라리 나와 같이 엄마를 찾으러 러쉬먼 연구소로 가자고 말하려는 순간,

앞 쪽 뜰에서 소리가 들리더군.

끄드드드....

놈이다. 한 놈이 이 집으로 오고 있어.





튀어나온 팔 뼈로 현관문을 치고 있었지. 빌어먹을! 부서지겠어!

그 때 마키에가 내 팔을 잡아 끌더니,

- 이 쪽이요!

하면서 날 자기 방의 패닉룸으로 데려 갔어.

- 여기라면 안전할 거에요. 문 보다는 이 벽이 훨씬 튼튼하거든요.

별 수 없지. 놈이 갈 때까지 숨어 있을 수 밖에.
패닉룸은 생각보다 넓었어.
성인 두 명 정도는 발뻗고 누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지.
여기 저기 마키에가 먹은 듯한 통조림들이 엷은 푸른 빛을 반사하고 있었어.

끼익 끼익... 발소리가 들린다. 근처까지 왔어.

뭔가 찾고 있는 듯한, 서성이는 발소리.

마키에와 나는 입을 막고 숨죽이고 있었어.
놈이 내는 옅지만 기괴한 울음소리와 끼익거리는 마룻바닥 소리가 우리를 지나갔지.

방을 나간건가?

라고 안심한 순간,

툭...

귀 옆에서 울리는 소리



틀림없어. 패닉룸의 벽을 두드리는 소리다.

툭 툭...

악의없이 노크하듯이 두드리고 있어.

알고 있다는 거다. 이 곳 위치를...

마키에를 봤어. 내 눈은 쳐다 보지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인채 계속 떨고만 있더군.

몇 분이나 지났을까. 그 소리는 드디어 우리를 포기하고 돌아섰어.

놈이 없는 걸 확인하고 조심조심 나왔지.
창가로 나가는 놈의 뒷모습이 보였어.

우리 둘은 말이 없었지.
나도 사람을 찾으러 제약회사에 가니 그 친구에게도 엄마를 찾으러 같이 가자고 했어.
말없이 고개를 끄떡이더군.

- ...혹시 동생이 올지 모르니까 냉장고 안에 샌드위치 넣어 놓을께요.
엄마 찾으러 갔다 올거니 집에서 기다리라고 메모도 붙여 놓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어둑해질 무렵 길을 나섰지.

그래도 생각보다는 잘 걸어서 다행이었어.
같이 걸으면서 아빠 엄마와 동생 얘기도 들려주더군.
가족에 대한 상냥함이 느껴졌어.

다이앤, 당신 생각도 났고.

이 여행은 혼자하는 쪽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 아이가 있어서 조금은 안심이 되는군.
아주 혼자는 아니라는 생각에...

이 아이의 이름처럼 희망과 은혜가 나와 이 아이, 그리고 다이앤 당신도 지켜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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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집 안에 누군가 들어왔다.
그리 크지 않은 회반죽색 등 뒤로 저녁놀이 스며든다.

뭔가 찾으려는 듯이 두리번 두리번 거린다. 엉거주춤한 걸음이 냉장고 쪽으로 향한다.

뭉개진 얼굴, 유일하게 나와있는 천진난만한 눈이 냉장고 앞에 붙은 포스트잇을 물끄러미 본다.

오른팔 뼈보다 왼팔의 뼈는 짧았지만 뼈 끝에서 늘어진 살에 작은 사람의 손이 대롱거리고 있다.

한참을 가만 있는다.

팔 끝으로 나있는 뼈를 들더니 냉장고 문을 두드린다.







늘 했던 버릇 처럼 두드린다.

장난기 어린 동작이다.

계속 냉장고에 붙은 포스트잇을 본다.


까꿍, 찾았지롱
댓글 : 1 개
소설(?)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글이지만 제목 모집 중입니다용>_<ㅋ
혹시 제목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 있으시면 알려주시면 정말 감솨. ㅜㅁ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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