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비 소사이어티 - 새로운 시민들] 열두번째 기록 - 아버지와 딸32013.07.07 AM 12:15
열두번째 기록 - 아버지와 딸3
존이 다시 나섰지.
- 애...애니 너가 말해 보렴. 정말 유리에 베인 거니?
그럼 왜 아까 나보고 치료해달라고 하지 않고 숨긴 거지?
수술 끝나고도 시간은 충분했는데.
- 아... 아 저... 저는...
애니의 눈이 불안하게 떨렸어.
- 대답할 필요없다! 웃기는 소리하지마!
상처가 별로 안 깊어서 자네 손 안 빌리고도 치료할 수 있으니까 그랬던 것 뿐이야!
그리고 이미 수 시간이 지났지만 이 아이는 변하지 않았어!
좀비에 당하지 않았다는 증거네!
- 조...좀비가 되는데는 사람마다 걸리는 시간이 달라요!
10분만에 변할수도, 하루가 걸릴 수도 있죠.
저... 정말로 유리에 베인 상처일 수도 있으니 일단 한 번 보기만 하자는 겁니다.
존이 다가서자 크레이그가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들었지.
- 개소리 하지마! 아무도 내 딸은 못 건드려!
저기 누워 있는 계집애나 변하지 않을지 신경쓰는게 신상에 좋을거야!
- ... 크레이그 진정해요. 존, 죠셉도 진정하고요.
아직 확실하지 않은 거 가지고 너무 흥분할 필요 없지 않습니까?
- 다... 당신들은 몰라! 정말로 좀비에 찔린 거라면 큰일이라고!
변하기 전에 손을 쓰지 않으면... 변하기 전에...
무슨 소리지? 변하기 전에 손을 쓴다?
- 망할 놈! 결국에는 내 딸 손에 몸을 대겠다는 거냐!!
- 아버지...
- 애니 넌 닥치고 있거라! 내가 해결할테니!!
- 아... 아버지... 아...악..
- 넌 닥치고 있으...
애니의 몸이 한번 휘청이더니 급격히 떨리고 있었어.
- 아... 아버지... 내 무릎이... 내 다리가 이상해요.... 아... 아악.
휘청거리는 다리가 몸을 지탱하지 못했고 애니는 장식장에 손을 대고 겨우 서 있었지.
갑자기 애니의 바지가 찢어지면서 무릎 밑 종아리가 늘어나기 시작했어.
살이 찢어지면서 그 틈새로 허벅지와 정강이 뼈가 보였지.
순식간에 저 위로 올라간 애니의 얼굴이 크레이그를 내려다보고 있었어.
- 아버지... 내... 내 다리가 어떻게 된 거에요? 내... 내 다리가...
크레이그는 입을 벌린 채 바라만 보고 있었어.
애니는 자신의 몸이 바뀐다는 당혹감에 뼈가 늘어지는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 듯 했지.
- 변이가 시작된거야! 시간이 없어! 지금 하는 밖에 없다고!
- 뭘 한다는 거야?! 저 아이는 애니라고!
죠셉이 외쳤어.
존이 죠셉의 멱살을 잡고 다그쳤지.
- 애니가 아니야! 이미 놈은 괴물이야!
완전히 변이하기 전에 목을 긋지 않으면 나중에는 방법이 없단 말이야!
그러자 굳어서 애니를 보고 있던 크레이그가 다시 총을 존과 죠셉 쪽으로 겨누었지.
- 우... 웃기지마! 아무도 손댈 수 없어! 아무도!
- 크레이그! 지금 하지 않으면 더 이상 방법이 없단 말입니다!
턱
크레이그의 어깨 위로 무언가가 올려졌어.
애니의 손이었어.
다리처럼 늘어난 팔 끝에 달린 손이었지.
- ... 아... 빠...
- 히이이익!!
크레이그는 놀라 뒤로 넘어갔고 균형을 잃은 애니는 무릎을 꿇었지.
- 지금이야!
존은 사냥용 나이프를 들고 재빨리 애니의 뒤로 돌아 갔어.
몸은 거의 변이가 되었지만 얼굴은 아직 애니인 '그것'의 뒤로 돌아가서 목에 나이프를 박았지.
피가 튀었어.
'애니의 얼굴'이 비명을 질렀지.
- 아아아아악!! 아버지!! 아빠! 너... 너무 아파요....
팔이.. 다리가... 왜 존이 날 찌르는... 왜...
크레이그는 엉덩방아를 찧은 채 그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었어.
애니의 파닥거리는 팔다리가 멈출 때까지도 전혀 미동이 없었지.
물론 나도 죠셉도 마찬가지였어.
애니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고 더 이상 피가 나오지 않을 때 쯤, 크레이그가 일어섰어.
- ... 무슨 짓을 한거야?
- 크레이그... 어쩔 수 없었어요. 당신도 봤잖습니까, 당신의 딸이 변했던 걸.
이 방법 밖에는 없었어요.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 우... 웃기지마! 죽이는 거 말고도 방법이 있었으면서!
그래! 그 백신! 당신네들이 만든 그 잘난 백신을 썼으면 됐을거야! 됐을거라고!
- 이미 변이가 시작된 상태에서는 백신을 써도 소용이 없어요. 정말이에요.
- 거... 거짓말!! 거짓말!!
크레이그의 흔들리는 총구가 존을 향했지.
내 옆에 있던 죠셉이 나지막이 말했어.
- 큰일이군. 이성을 완전히 잃었어.
맞아. 이성을 잃었어.
혹시라도 총을 발사하기라고 한다면 그 소리에 놈들이 몰려 올거야.
쓰러져 있는 마키에를 데리고 도망치기는 무리겠지.
여기서 다 죽을 수 밖에 없을거야.
- 크레이그, 애니가 잘못된 건 정말 안된 일이에요.
하지만 조금만 진정하세요.
이러다가 우리가 다 죽을 겁니다.
- 오냐, 네 놈들도 한 패거리야!! 다 똑같은 놈들!
내 딸을 죽인 놈들! 다 죽여...
크레이그의 총구가 내 쪽으로 향하는 순간 존이 튀어 나와서 크레이그의 팔을 붙잡았지.
애니를 찔렀던 그 나이프로 크레이그를 찌르려고 했어.
- 놔... 놔라...!
크레이그가 남은 팔로 존의 팔을 쳤고 나이프가 날아갔지.
그래도 존은 필사적으로 총을 갖고 있는 팔에 매달렸어.
죠셉도 달려가서 크레이그의 나머지 팔을 붙잡았지.
- 에드가, 나이프를 갖고 와, 빨리!!
나이프...
- 어서!! 크레이그는 이미 이성을 잃었어! 가만 있다간 우리를 다 죽이고 말거라고!!
나이프...
어서!!
내가 어떤 정신으로 어떻게 움직였는지도 모르겠어.
그저 나이프를 들고 크레이그의 목을 찔렀던거 같아.
존이 애니에게 했던 그대로.
크레이그가 발버둥치는게 느껴졌어.
움직이지 못하게 목을 꽉 눌렀지.
크레이그의 목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우리 세명에게 공평하게 흩날렸지.
총성은 울리지 않았고 크레이그의 팔다리는 축 늘어졌어.
존과 죠셉이 숨을 헐떡이면서 내 어깨에 손을 올렸지.
- 어쩔 수 없었어.
다이앤, 손을 내려다 봤어.
온통 붉었지.
너무 피를 많이 빼서 꾸는 꿈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난 크레이그를 죽인거야.
사람을 죽였지.
그건 좀비가 아니였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 말 밖에 난 할 수 없었던 거야.
크레이그와 애니의 시신을 정리하고 피를 닦았어.
그리고 아직 마취에 취해 새곤히 자고 있는 마키에 옆에 앉았지.
배를 뚫린 마키에는 변하지 않았고 발목을 조금 베인 애니는 변했지.
존은 좀비를 죽였고 난 사람을 죽였어.
뭐가 잘못된 걸까?
내가 잘못한 걸까?
아냐.
내가 잘못한게 아냐.
당신이 잘못한 거야.
자기 가족들을 학대하다니.
당신이 나빴던 거야.
자기 딸에게 손을 대다니.
죽어도 마땅했어.
당신이
당신이
어쩔 수가 없었어.
난 해야만 했어.
꼭 잡은 마키에의 손 위로 눈물이 마구 떨어졌어.
댓글 : 0 개
user error : Error.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