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동사니] [책]평행우주 - 미치오 카쿠 지음2015.06.29 PM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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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카쿠의 책을 대부분 읽었지만 역시, 평행우주가 참 재미있게
읽혀져서 구입도 하고 가끔씩 펼쳐서 읽습니다만, 그 내용중에
제가 어렸을 적 조금 빠졌었던 유아론唯我論, 또는 관념론이라는 것이
이 책에 나와서 읽다가 놀랬던 기억이 있네요. 그 일부를 옮겨 보겠습니다.

p.252~254 숲속의 나무
로마시대의 정치가였던 키케로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바보같이 들리는
말들은 모두 철학자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가끔씩 철학자를
비난할 때 키케로의 대사를 인용하곤 한다. 평소 '바보 같은 개념에 고명한
이름을 지어주는 행위'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폴란드의 수학자 스타니슬라프
울람은 이렇게 말했다. "광기란 다양한 종류의 헛소리를 세분하는 능력이다."
그런가 하면, 아인슈타인은 철학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모든 철학
서적은 잉크 대신 꿀로 써놓은 것 같다. 처음 읽을 때는 매우 그럴듯해 보이지만,
다시 읽어보면 싸구려 감상밖에 남지 않는다."
또한, 물리학자들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출처불명의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어느
대학의 총장이 물리학과와 수학과, 그리고 철학과의 예산신청서를 받아들고 몹시
분개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아니, 물리학과 교수들은 실험기구를 살 때
왜 이렇게 비싼 것만 고집하는 거야? 대학이 무슨 봉인 줄 알아? 수학과 교수들을
보라구. 이 사람들은 연필 값하고 종이 값, 그리고 종이를 버릴 쓰레기통 값만
청구했잖아. 그런데 철학과 교수들은 더 맘에 드는군. 이 사람들 , 쓰레기통 값은
아예 신청하지도 않았어!"
그러나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물리학자와 철학자가 논쟁을 벌인다면 철학자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 양자역학은 그 체계가 아직 불완전한데다가, 철학적 기초도
그리 탄탄하지 않기 때문이다. 양자적 논쟁에 몰입하다보면 18세기의 철학자 조지
버클리 주교의 생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는 "모든 사물들이 존재하는
것은 그것을 봐주는 관측자가 있기 때문이다."-(이 부분이 제가 어려서 심취했던 생각^^)-
라고 주장했다. 이런한 관점을 유아론, 또는 관념론이라 한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숲 속에서 홀로 쓰러지는 나무는 진정으로 쓰러진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쓰러지는 나무를 양자역학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관측이 행해지기
전에는 나무가 서 있는지, 또는 쓰러졌는지를 알길이 없다. 나무는 모든 가능한
상태에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타버렸을 수도 있고 쓰러졌을 수도 있으며
장작이 되었거나 톱밥이 되어 바람에 날아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관측이
행해지면 나무의 상태는 단 하나로 명확하게 결정된다.
파인만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철학적 난점을 비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과거에는 상대성이론을 이해하는 학자가 전 세계에 12명뿐이라고
말하던 시절도 있었다. 나는 그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는 또 양자역학에 대하여 이런 말을 남겼다. "양자역학은 상식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정말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자연을 서술하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은
실험결과와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연이라는 것 자체가 원래
부터 터무니없는 존재였음을 사실로 인정해야 한다." 물리학자를 꿈꾸며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면 모래 위에 집을 짓고 있다는 느낌을
갖기 십상일 것이다. 스티브 와인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평생 아무도 이해하
지 못하는 물리학이론을 개발해오면서 마음 한구석에 찜찜한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전통적인 과학에서, 관측자는 연구대상과 가능한 한 먼 거리를 유지하면서 공정한
관점을 유지하기 우해 노력해야 한다(세간에 떠도는 농담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나체 클럽에서 과학자를 골라내기란 아주 쉽다. 쇼에 관심 없이 관객들의 반응을
연구하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양자역학의 등장과 함께 관측자와
관측해위를 분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막스 플랑크
가 말한 대로, "과학은 자연의 궁극적 신비를 결코 풀지 못할 것이다. 자연을 탐구
하다보면 자연의 일부인 자기 자신을 탐구해야 할 때가 반드시 찾아 오기 때문이다."

---어려서 부터 토론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마이피에 여러 주제의 글들이 자주 올라와서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그중에 매우 직관적 결론을 가지고 글을 쓰시는 분들도 종종
보이네요. 뭐, 논쟁이나 토론을 좋아해서 크게 거부감은 없지만서도 뉴턴이 말한것 처럼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확고한 자기 주관도 좋지만
수 천년간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해왔던 선조들이 남긴 생각들도 참고 하면
타인에 대한 이해도 늘고, 즐거운 마이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명작가의 글로
제 생각을 대신해 보았습니다.

날이 덥네요. 건강 유의하시기를...

댓글 : 2 개
하드커버 사서 읽었는데,
꽤나 재미있더라구요.
저도 하드커버 소장중 ㅎㅎ
저서의 깊이를 떠나서 글 자체를 참 위트있고
쉽고, 재미있게 써서 좋아하는 책이에요. 선물도 하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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