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동사니] [독서] 이문열과 시오노 나나미2015.07.01 PM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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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 갔더니 신간도서가 많이 들어 왔는데 이문열의 초한지가 한 질(10권) 들어와 있더군요.
이문열 책은 '사람의 아들'하고 삼국지를 읽은 정도인데, 삼국지는 참 재미있게 읽어서 옛날에
배다리 헌책방에서 전권을 구입해서 지금도 가지고 있는데요. 나중에 머리가 굵어지고 나서는
사실 이문열을 좋게 평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념을 떠나서 삼국지도 읽다 보면 개인적인
의견이 너무 강하고, 그것도 편향적으로 들어가 있고, 사회/정치적 발언도 영 형편없고 해서
철들은 후엔 딱히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지요.
초한지는 월탄 박종화 선생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데, 한 번 새로운 해석의 책도 봐 볼까하고
대출을 해와서 한참 읽고 있습니다. 신간인줄 알았는데 나온지는 오래됐네요.(2008년 1판1쇄 출간)

작가를 논하는 것은 한도가 없으니 그냥 책에 대해서만 얘기 해 보고 싶습니다.

딱 읽고 느낀 생각은,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를 역사서인양 가장해서 자신만의
소설을 썼다면 이문열은 소설(본인은 권두에 초한연의 보다 사기, 자치통감등 역사서를 참고해서
자기가 재창조했다고 씀. 부제도 이문열의 史記 이야기 임)을 가장한 역사서 '처럼' 써 놨네요.
참 교묘하게 썼어요. 문체도 소설처럼 느껴지지 않고, 상당히 건조하게 써서 정말
사마천의 '사기'를 번역해 놓은 것 처럼 썼습니다. 내용 전개도 소설의 연속적인 구성이 아니고
마치 사기열전을 읽듯이 단락을 지어 놨습니다.
그래서 딱 사람들이 '이건 소설이 아니고 소설을 빌어 쓴 역사서이다'라고 받아 들이게 끔 해 놨습니다.
근데, 그 내용이 제가 느끼기에는 굉장히 주관적이라 이건 뭐 소설도 아니고 史書도 아니고 뭐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물론, 제 지식이 얕아서 스스로가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천년도 더
전의 유방의 가족을 설명하는데 저자가 기록이 거의 없다고 하면서도 어디서 줏어 왔는지 모를 얘기를
장황하게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어디까지가 역사서에 근거한것이고 어디 부터가 작가의 주관인지가
전혀 알수 없게 썼습니다. 마치 시오노 나나미가 그랬던것 처럼요.

로마인 이야기도 처음 읽을 때는 특유의 흡입력 있는 글솜씨로 상당한 재미를 주지만, 나중에 그게
역사적 근거가 희박한 작가의 주관이라는 것을 알고 참 어이가 없었는데, 이 이문열판 초한지가 딱
그 짝이 아닌가 싶네요.

이 책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으신 분들도 계실텐데 죄송하고요, 저는 단지 오랜만에 이문열 삼국지
같은 재미를 줄 역사소설을 원했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약간 실망을 하게 되어 몇 자 적어 봤습니다.
제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한 번 도전은 해 보고 싶습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네요. 앞으로는 추리물이나 스릴러물로 더위를 좀 이겨 볼까 합니다. ㅎㅎ

댓글 : 2 개
네. 머리말은 저도 읽다가 어이가 가출했습니다.
그 홍위병 논란이 이 대목에서 생겨 나온거였군요. 덕분에 알게 되었네요.
사실, 대출한 계기가 얼마나 재미있게 썼길래 10권인가 싶었던것도
있었습니다. 보통 초한지는 3권 내외 잖아요.ㅎㅎ
지금도, 읽고 있는데 말씀하신대로 오글거리는 부분이 많네요.
저는 건조하게 썼다고 했는데 ㅎㅎ 꽤 간지러운 얘기가 많습니다.
동아일보 연재라는게 머리말에 있었는데 그 부분은 제가 간과했네요.
10권 다 읽을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ㅎㅎ
참으면서 읽어 봐야겠어요. ㅎㅎ
삼국지가 울고있네도 한 번 읽어 봐야겠네요.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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