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쟁이가 되자] 주제를 정하고 글을 찍~2011.02.14 PM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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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백
'저와 사귀어 주세요'
고등학교 2학년 여름
아무생각없이 청소를 마치고
쓰레기를 처리하는 그 소각장에서
그녀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2. 거짓말
뜬금없는 고백에
'이게 왠 날벼락이냐?' 하고 멍하니 있기를 몇초
그 시간에 내 머리속에선
그 어떤 공식으로 이 사태를 파악하고 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열심히 계산하고 있었을것이다.
그리고, 나는 말했다.
'응, 좋아'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3. 졸업
그녀와 사귄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재미삼아 시작된 그녀와의 시간은 어느덧 길다고 생각하면 길고
짧다고 생각하면 짧은 그런 시간이 흐르고만것이다.
'하아....'
내뿜은 담배연기가 바람에 흩어져갔다.
지금 이 시간이 지나서도 같이 있을수 있을까?
졸업을 해서도 잘 해나갈수있을까?
그 질문에 답을 찾기도전에 우리는 졸업을 맞이하게 되었다.


4. 여행
그녀와 여행을 떠났다.
오늘은 그녀와 사귄지 2주년이 되는 날
그녀는 상당히 기대했다면서 나에게 언제나와 같지만
언제나와 같지않은 미소를 보내고있었다.
보는 내가 더 부끄러울정도의 화사한 미소다.

5. 배우다
역시나 여행중에는 배고플때가 많아진다.
지금도 그때라는듯
내 뱃속에서는 밥달라고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녀도 눈치를 챘는지 자신의 가방에서 도시락2개를 꺼낸다.
'가는 도중에 먹으려고 싸온거야'
그녀는 미소와 함께 도시락을 건네준다.
요리를 잘하던 그녀는 나를 위해서인지 요리학원에서
더욱 맛있는 요리를 배우고있는듯하다.
아니, 꼭 나를 위해서만은 아니겠지

6. 전차
흔들리는 전차안에서 나에게 기대어 잠든 그녀가 있다.
'덜컹 덜컹'
행여나 잠에서 깰까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레 껴안아준다.
그 자그마한 몸을 나에게 기대어 잠든 모습에
왠지 흐믓한 미소가 번져나온다.

7. 애완동물
'으응~'
그녀는 애완동물마냥 그 자그마한 몸을 나에게 부비며 더욱 가까이 온다.
이 귀엽게 잠든 모습을 보니 더욱 더 사랑스럽게 보인다.
살짝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의 표정이 더 밝아보이는것은 기분탓이였을까?

8. 버릇
그녀가 나에게 이렇게 들러붙게 되는건
이제는 거의 버릇이 되어버린듯하다.
그렇게나 내가 따듯한걸까?
그냥 좋아하는사람이라서인걸까?

9. 어른
그녀와 전차에서내린다.
여름의 햇살이 너무나 눈부셔서 재빨리 그늘로 숨는 두사람
교복을 벗어버리고 처음으로 떠난 여행
어른이 되서 그녀와 함께 떠난 여행
이 여행에서 나는 그녀와 무엇을 나누고 발견하게 될까?
그녀와 나는 서로 마주보며 미소짓고
손을 꼭 잡았다.

10. 식사
긴시간을 철로에서 보낸 그녀와 나는
간단한 식사를 하기로 하고
역 근처의 자그마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간단하게 시킨 음식은 국수 2그릇
음식의 향기가 식당안에 퍼졌다.
아, 우리만 있는것도 아니니 다른 사람들 몫도 있는건가?
' 맛있겠다~ '
그녀의 말과 함께
그녀와 나는 국수를 젖가락으로 휘휘~ 저었다.

11. 책
국수를 먹다 문득 전차안에서 보던 책을 가방에서 꺼냈다.
중요한 대목이었는데 내릴때가 되어서 그냥 덮어둔게 마음에 걸렸었다.
' 음!! '
그녀가 국수면발을 입에 물고 나에게 뭐라하려고 했다.
' 아니, 말을 하려면 먹고하던가 해야지... 그게 뭐니.. '
내가 말하자마자 그녀는 면발을 삼키고는 나에게 답했다.
' 밥 먹을때 책보는것도 나쁜거야! '
아...확실히 그것도 그렇네
' 알았어, 미안 '
나는 훗~하고 살짝 웃고는 가방에 넣기위해 책을 덮었다.

12. 꿈
식당을 빠져나온 그녀와 나는
예약해 두었던 모텔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녀는 출발하기전보다 더 밝은표정이 되어있는것 같았다.
' 왠지 기분이 좋아보이는데 무슨 좋은 꿈이라도 꾼거야? '
내 말을 듣고 살짝 미소지은 그녀는 갑자기 앞으로 살짝 나아가
내쪽으로 빙글 돌고는 이렇게 얘기했다.
' 응! 우리 고등학교때 꿈을 꿨어 '
아...

13. 여자와 여자
고등학교 2학년 여름
그녀가 나에게 고백해온것은 그때였다.
여자에게서의 고백
그것을 받아들인 나
여자와 여자가 사귄다는것은 이 사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14. 편지
그녀에게 고백을 받고 난 뒤의 편지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읽고난후에는 거부감이 언제 있었다는듯이
마음이 편해졌다.
그녀의 애정이 그대로 서려있는 그런 편지였다.

15. 신앙
생각해보면 점이나 궁합도 많이보러 다녔다.
여자까리 궁합을 본다고 점쟁이들도 꽤나 놀랐었지만
그녀와 나는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렇다고 좋은 점괘가 나왔던거 아니지만...
역시 미신같은 신앙은 믿을게 아니다 싶다.

16. 놀이
연애란 일종의 놀이다.
유희다.
즐긴다라는 느낌이다.
그런걸로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고 하면 그것도 문제인가?
너무 무겁게 생각해도 문제인건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렇다면 가볍게 생각하는게 마음이 편해서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녀와의 관계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것이 아닐까?

17. 첫체험
모텔에 짐을 풀고 신나게 놀고 돌아온 그녀와 나
저녁이 되었다.
그녀와 나는 서로 말없이 손을 맞잡았다.
무언의 약속
밤이 깊어졌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그녀로서도 나로서도
처음으로 체험하게 된 그 날은
영원히 잊지못할것이다.

18. 일
4년이 지났다.
그녀는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직장생활을 해나갔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서로 일때문에 차츰 얼굴보기가 힘들어지고
점점 더 서로에 대해 멀어져가는듯 느껴졌다.
이건 그녀도 나와 같지않을까?

19. 화장
그다지 화장을 좋아하지 않던 그녀가 화장을 하고있다.
무슨 특별한 날인건가?
여러가지로 복잡한 마음이었지만
일단, 그녀에게 물었다.
' 오늘 무슨 날이야? '
' 아, 오늘 누구를 좀 만날일이 있어 '
' 누군데? 내가 아는 사람이야? '
' 아니, 그냥 회사동료야 '

20. 분노
나와 같이 있을때도 화장을 거의 하지않던 그녀가
다른 누군가를 위해 화장을 하고있는것 자체가 나에게는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아니, 화가 났다.
하지만, 그녀에게 나는 미소를 지었다.
' 잘 다녀와, 차 조심하구 '
애써 웃음짓고있는 나에게도 화가 치밀었다.

21. 신비
내가 알던 그녀는 신비한 느낌의 여자였다.
여러가지로 신선하달까?
그런 여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생활에 치여 보통의 현대를 살아가는 여자가 되어있다.
아니, 보통 그렇게되는건가?
지금의 나도 다른사람의 눈에는 그렇게 보여지는걸까?

22. 소문
그로부터 몇일이 지난 어느 날
여전히
똑같은 아침
똑같은 일과
똑같은 사회
톱니바퀴 돌아가듯 부대끼며 돌아가던 생활이
삐걱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남자와 다닌다는 소문을 듣게 된것이다.

23. 그와 그녀
처음에는 누가 나쁜 소문을 퍼트리나하고 믿지 않았지만
내 두눈으로 직접
아파트입구에서 그와 그녀를 보았을때는
믿을수밖에 없었다.
믿고 싶지않았지만
믿을수밖에 없었다.

24. 슬픔
뒤로 돌아서서 근처의 공원으로 달려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슬프다
왜 슬프지?
그 전에 가볍게 생각하고만 있던 그녀와 나의 관계가
이렇게나 무겁고 아프고 슬픈거라는걸
이제야 알아버린걸까
나는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다.

25. 삶
고백을 받아들였던 그 시점에서부터
그녀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었다.
지금 어떤 남자로부터 내 삶이 도려내지고 있는것이다.
아, 아파
내 삶의 일부를 가져가지마

26. 죽음
외로워졌다.
평소와 같이 그녀를 배웅해주지만
마음은 외로웠다.
그녀는 나에게 아무말도 해주지않았다.
' 어디 아픈거야? 괜찮아? '
그녀는 어디가 아프냐는 말뿐...
바보야..
나는 마음이 아픈거란 말이야
생각만해도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죽을것만 같았다.
외로워서
가슴이 갈기갈기 찢겨죽을것만 같았다.

27. 연극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연기하였고
나는 그에 대해서 모르는척 연기를 하기로 했다.
이대로 나만 괴로워하다가는
지금의 일상도 깨져버릴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28. 몸
조금씩 그녀가 나와 몸을 가까이하는걸 피하기 시작했다.
왜? 어째서?
그 때문이야?
그렇구나
그 때문에 그런거구나
내 몸은 더러운거야?

29. 감사
요즘 일도 잘 안풀려서 스트레스를 받을만큼 받아서인지
언제나 미간에는 주름이 가득하다.
그것을 잘 알아준 과장님이 조금 쉬다오라면서
출장을 보내주신다고한다.
일의 내용은 간단한거라서 힘이 들지는 않았다.
일을 마치고 돌아설때 그곳의 자녀인듯한 꼬마가 나에게 다가왔다.
' 감사합니다! '
해맑은 웃음과 함께 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는 꼬마
내 미간의 주름은 언제 있었냐는듯 미소와 함께 사라졌다.

30. 이벤트
일도 잘풀렸고 기분도 조금풀려서
출장에서 돌아가는걸 하루 앞당기기로 했다.
이왕 이렇게된거 이벤트파티라도 할까?
그녀가 놀라겠지?
몰래 출장에서 돌아온 나는
케익과 와인을 사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곳은 그녀를 깜짝 놀라게 할 나의 이벤트는 있을 곳이 없었다.
나를 놀라게한 그녀의 이벤트가 있었을뿐

31. 부드러움
집에 퍼져있던 부드럽고 달콤한 분위기가
나로인해 산산히 흩어져갔다.
그 와 그녀는 깜짝놀란듯했다.
물론 나도 몰라기는 마찬가지였으니 피장파장이다.
'아, 이거 실례...'
나는 뒤돌아 집을 뒤로한채 뛰어나갔다
근처 공원에 홀로앉아 케 잌을 열었다.
맛있어 보이는 생크림 케 잌이다.
살짝 손가락으로 생크림을 떠서 입안에 넣어본다.
부드러운 생크림은 내 안에서 녹아내렸다.
내 마음이 녹아내리듯...

32. 아픔
'흑...흑...'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생크림으로 얼룩진 얼굴과 옷
반쯤마셔버린 와인을 들고있는 손
참아왔던만큼 감정이 복받쳐올라왔다.
아프다.
아니, 이젠 아픔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무작정
눈물만이 흘렀다.
눈물만이

33. 좋아해
미친듯이 울어버리고 퉁퉁부어버린 눈으로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렇구나
나는 그녀를 좋아하는구나
먹다버린 케 잌과 와인을 뒤로한채
나는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다.

34. 옛날과 지금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열었다.
그 곳에는 걱정스런 눈빛을 하고있는 그녀만 있을뿐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눈물을 흘릴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옛날의 그녀다.
그때 그녀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굳혔다.
무언가 결심을 한 표정이었ㄷ.
아....
이게 지금의 그녀인가

35. 갈증
그녀가 집을 나간지 2주일이 지났다.
나는 똑같은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니, 달라진게 있다면
집안에서도 그녀가 질색이였던 담배를 피우게 됐다는것정도?
요즘은 저녁마다 맥주를 마시고있다.
그녀가 나간뒤에 왠지모를 갈증이 밀려왔다.
분명 다른의미의 갈증이겠지만
나는 그것을 부정하며
오늘도 맥주를 마신다.

36. 낭만
회사동료들간에도 소문이 돌았던 모양이다.
내가 그렇고 그랬다는 소문이
뭐, 이제서야 내가 알게된것뿐이지
예전부터 돌았던 모양이지만
그런데도 나에게 작업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는듯하니
이 사람을 떨쳐버리려면 조금 시간이 들듯하다
뭐, 나쁜남자는 아니지만 좋은남자도 아니다.
딱히 아주맘에 안드는것도 아니니
마음이 없다는건 아니다.
아직 나는 잊을수없는것뿐이다.
나도 낭만적인 사랑을 할수있으려나?
기대와 희망이 조금 생겨나는듯하다.

37. 계절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뀌고
내 옆에는 그녀가 아닌 그가 있다.
그가 어떻게 내 마음을 바꿔놓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뭔가 수상한 수를 썼겠지
그녀도 이랬을까?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38. 이별
나는 잠시 밖에 나와있다.
집근처의 사람들이 잘 안다니는 외곽
그녀와의 이별을 고하고있다.
그녀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과 물건들
타오르는 불꽃에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일단, 이건 나쁜짓이니까
주위는 잘살피면서
이건 나를 위해서
그리고, 그를 위해서
내가 해야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39. 욕
그녀는 나에게 욕을 하고있을까?
이 앞에 있는 아줌마처럼
불태우는것에 심취한 나머지 동네아주머니에게 붙잡혀
설교를 듣는중이다.
후훗
정말 바보같다.
이런 바보라도 그는 괜찮았던걸까?
그녀도?

40. 선물
그로부터 몇달이 지났다.
그는 나와 동거를 시작했고
깨가 쏟아지게 살아보려고 발버둥치고있다.
물론 담배도 끊었다.
구박이 동네아줌마들보다 더 심해서 말이다.
내가 이렇게 살 줄 그 누가 알았을까
나도 신기할따름이다.
여느때와 같이 시장을 보고 돌아오던 나는
우편함에 놓여있는 봉투를 보게된다.
그것은 그녀에게서 날아온 편지와 청첩장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그와 결혼한다는것 같다.
나는 우편함 앞에서서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읽어내려가면 갈수록 그녀와의 생활이 생각나
눈물이 흘러나와 읽기가 힘들어졌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적혀있었다.

'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

그리고

그 아래에는

고등학생때의 둘이서 같이 찍은 스티커사진이 붙어있었다.

둘은 해맑게 웃고 있었고

그녀가 나에게 보내준 작은마음의 선물은

나를 우편함앞에 멈춰서있게 만들었다.
댓글 : 3 개
만상님 쫭이심
오오미 쩐다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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