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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재] 꿈을 꿨다.2015.01.14 PM 10:18
쪽잠을 자는 와중에 한 꿈을 꾸었다.
집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은 가로등 하나 없이 어두컴컴했다.
늘 그래왔듯이 터벅터벅 걸어 귀가를 하려는데 더러운 야광 청소복을 입은 남자가 내게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낯선 사람에게 으레 그러하듯 어중간하게 인사를 주고받은 뒤 다시 신경끄고 갈 길을 간다.
목 뒤가 따끔하다 싶더니 어느 새 식칼이 날 겨누고 있고, 도망도 못 치게 그 남자가 나를 붙들어매었다.
순식간에 심장이 두방망이질치고, 온 몸이 바들바들 떨린다.
가진 거 내놓으라는 그 남자의 어조는 태연하다. 꽤나 이력이 난 듯한 말투.
머릿속이 새햐얘져서 나는 안주머니에 지갑이 있으니 가져가라 한다.
거칠게 점퍼를 열어젖힌 그놈은 지갑을 확인하더니 현금이 고작 8천원밖에 없는 걸 본다.
성에 차지 않는 것인지, 집이 어디냐고 한다. 난 제대로 말도 안나오면서 친절하게도 바로 요 앞이라고 대답한다.
여전히 날카로운 칼 끝은 내 목을 쿡쿡 찔러댔지만, 구속은 풀렸다. 오르막길 위의 아파트 단지 내로 들어간다.
대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코빼기도 비치질 않는다. 도움을 청할 길은 요원해보인다.
순간 느닷없이 없던 대항심이 솟아난다. 무엇 떄문일까. 뜬금없는 용기를 방패삼아 저돌적으로 남자에게 달려든다.
한참을 엎치락뒤치락 바닥에서 구르다가 결국 그 저주스러운 칼을 빼았는다.
난전의 와중에 뒤엉켜 어지러이 오가던 두 쌍의 손이 그 순간 멎는다.
이제 식칼은 내 손에 들려 그놈의 목 언저리에 그 이빨을 들이대고 있었다. 놈의 두 손이 내 뒤통수에 닿아있다.
근데 느낌이 이상하다. 두 손이 닿은 뒤통수가 또 따끔따끔하다.
남자는 웃는다. 칼이 하나밖에 없는 줄 알았냐고.
느낌이 이상하다. 정수리 부근에 닿은 건 분명 흉기가 맞는 것 같지만, 뒷목에 닿아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어차피 또 제압당할 바에는 차라리 시도나 해보자 싶었다.
난 그대로 식칼로 남자의 목을 그었다.
남자는 맥없이 쓰러졌다. 놈이 널브러진 아파트 단지 내의 정자, 그리고 칼을 내던지고 주저앉은 나.
정자 옆쪽에 위치한 아파트 한 동의 입구에서 어린애 서넛과 아줌마 둘이 나온다.
아이들에게 이쪽을 보지말라고 외친다. 아줌마들은 그걸 보더니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떤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그들에게 경찰에 연락해달라고 부탁한다.
정자에 앉아, 시체를 곁에 두고 경찰이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경찰이 도착하고 경위를 듣고 나더니 심드렁한 반응이다.
그게 참을 수 없이 화가 난 나는 내 몸에 난 상처를을 내보이며 내 행동의 당위를 애써 합리화한다.
그 뒤 나는 별 다른 조사 없이 귀가조치되었다. 내가 죽인 강도의 아들로 보이는 소년이 다른 경찰의 인도를 받아 내 집
바로 위층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꿈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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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허락될 때 스스럼없이 강도를 죽인 점.
그리고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곧바로 자수하기로 마음먹고 포기한 점.
늘 주변에 있는 이웃에 대한 불안감
범죄의 순간에 유리, 혹은 방조된 다른 시민
시민의 불상사를 일상의 업무로 여기는 공권력
방독면 뒤집어 쓴 방화범이 아버지를 죽였던 악몽 이후로 가장 생생했던 꿈이군요...아직도 식은땀이 나네;
댓글 : 2 개
- 다이앤=여신
- 2015/01/14 PM 10:2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Pax
- 2015/01/14 PM 10:29
적대하는 상대를 죽이는 꿈은 길몽이라고 합니다.
스트레스를 강요하는 환경에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거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는 듯.
스트레스를 강요하는 환경에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거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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