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_습작모음] [시] 미움적기2024.10.03 PM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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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적기



네가 빼곡히 적어둔 미움은 한때, 학교를 휩쓸었다.

키득거리는 아이들 손에서 손으로, 교실에서 교실로

잘게 잘게 찢어진 쪽지는 어느새, 모두의 손에 들려있었다.


들불처럼 번져나간 미움적기는

장맛비를 마주한 듯 사그라들어

방학 지나서는 다 끝난 놀이가 되었지만

너는 여전히 미움을 적었다.

반들반들한 교실 칠판에

중앙 현관 큼직한 게시판에

우둘투둘한 학교 담벼락에

마구마구 미움을 적었다.


낙엽이 질 때쯤엔 미움은 으레 네 것인 듯

네가 적지 않은 쪽지도 네 자리로 보내졌다.

그럼에도 너는 계속 미움을 적었다.

보내고, 적고, 받고, 적고,

보내고, 적고, 받고, 보내고,

적고, 적고, 적고...

보내는 것도, 받는 것도 잊은 채

하루 종일 적기만 했다.


무엇이 그리 미웠던 것인지, 여전히 모르겠다.

나는 다만 빼곡히 적어둔 미움 뒷장

네 이름이 적혀있었다는 것만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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