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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어머니의 약점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2019.05.09 PM 09:25
어머니가 무서워하는건 세상에 없었습니다.
사나운 개가 달려들면 빗자루로 휘둘러 쫓아내고, 아무리 무서운 영화나 귀신, 미신이 나오는 영화 드라마를 보아도 눈썹하나 끄떡하지 않으시는 분이 우리 어머니이십니다.
집에 쥐나 개미는 물론 바퀴나 온갖 흉측하고 혐오스러운 괴생명체가 출몰해도 손바닥으로 처치하면서 [이 집에는 인간 외엔 아무도 살 수 없다]라고 천명하시는 분이 바로 어머니셨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개봉했을 때, 너무나 큰 감명을 받았던 저는 어머니에게도 명작 영화를 보여드리기 위해 어머니를 모시고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깜짝 놀라는 파트를 이미 알고 있기에 이 부분에서 어머니가 놀라시겠거니 하고 반응을 지켜보는데 어머니는 역시 눈썹하나 미동이 없으십니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어머니께 '무섭지 않았냐' 라고 하시자
"저런게 뭐가 무섭냐. 진짜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 병원에서 죽지도 못하고 골골 거리는 노인들을 보고 그러다 보면 저런건 장난처럼 보이게 된다." 라고 하시던 분이 어머니셨습니다.
노인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를 하셨었거든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디워가 한창 상영할 때, 어머니를 모시고 갔는데, 거대 이무기가 꾸물럭 거리며 시가지를 파괴하는 모습을 보자 어머니가 움찔 하시는거였습니다.
그때만해도 '영화가 너무 끔찍해서 그러신가보군'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참의 세월이 흐르고 오늘.
매형이 퇴근해 맡아둔 조카를 데려가는데 여조카가 '아! 장난감!' 이라고 하면서 빠뜨린 물건을 챙기려 합니다.
장난감이라는 것은 바로.....
끝을 잡고 흔들면 흔들리는 나무뱀장난감.
그런데 어머니는 그게 장난감이라는걸 명확히 인지하고 계시면서도 꿈틀 거리자 움찔하고 한발 물러나십니다.
조카가 집에 들고간다고 휘두르자 역정을 내십니다.
그제야 디워의 일이 오버랩되면서 모든 퍼즐이 맞춰집니다.
다른건 몰라도 뱀 하나만큼은 정말 무서워하신다는걸 말이죠.
도대체 뱀보다 더 무서운 것들에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으시면서, 왜 뱀에는 저렇게 약하신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저 뱀 장난감은 제가 요긴하게 써먹어야...........
- M12
- 2019/05/09 PM 09:32
어릴때도 비둘기 만지고 뭐하고 해도 거미를 못만지더라구요
- †아우디R8
- 2019/05/09 PM 09:34
심지어 사진도 무서워하십니다
- 김꼴통
- 2019/05/09 PM 09:36
- 간G나게
- 2019/05/09 PM 09:54
작성자분도 뱀에 트라우마 생김
- kosumi0401
- 2019/05/09 PM 10:05
호수나 그런데 보면 뱀이 물위로 몇마리가 지나가는게 보이고, 나무위에도 많고 특히 물기가 있는 물가 구석에 뱀 수십마리가 모여있는 경우도 많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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