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허공에 망치 같은걸 휘두르는 공포의 사나이를 목격했습니다.

급한 회의가 잡혀 고객사 빌딩으로 노트북을 들고 올라가

30분만에 마치고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며 신입사원과 수다를 떱니다.

나

-아 집에 가고 싶다. 당장 가고 싶다.

신입

-ㅎㅎㅎ

이런 시시껄렁한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창밖으로 시선이 향했습니다.

창밖에는 옆 건물이 보이고 있었는데, 여기가 9층정도의 고층이기 때문에 같은 층의 옆 건물 외부계단이

아주 잘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한 남자가 손에 망치 비슷한 것을 들고 허공에 원한에 찬 스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휘두른다기에는 하나하나에 힘이 잔뜩 실려있는 동작인지라 심상치 않아 보이는 분위기에

저는 '뭐지... 저건 스트레스를 푸는건가 아니면... 누굴 잡고 싶어서 울분을 토하는건가....' 하고 생각하고 고개를 갸웃 거립니다.

일단 여긴 썬팅 유리이기 때문에 저 수상한 중년 사내가 우릴 볼 일은 없어서 그 점은 다소 마음을 놓고 동작을 보고 있는데, 동작이 어딘가 눈에 익습니다.

마침 신입도 제가 보는 광경을 봤는지 고개를 갸웃 합니다.

신입

-저 사람... 이상하지 않습니까....?

나

-음.... 그러게.....

신입

-신고할까요...?

나

-잠깐만.. 저거...동작이 좀....

그리고 잠시 후 동작을 읽어낸 저는 웃으며 신고하지 말라고 얘기했습니다.

나

-저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탁구 연습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손에 든거 라켓이네 멀어서 잘 안보였어 ㅎㅎㅎ

탁구대회에서 패한 것인지, 탁구내기빵에서 진 것인지 열심히 연습하는 선량한 직장인을 난처하게 만들 뻔했네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