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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방금 생생하게 올라오는 다행이야 꿈이었어2020.08.04 PM 09:54
휴가 마지막 날.
원래 계획대로 어머니 서울 병원 검진에 모시고 다녀오고나서 머리를 하러 미장원에 갑니다.
단골 선생님과 수다를 떠는데, 제가 한마디 던지니 10마디 하는 선생님의 수다를 받아주고나서
(나: 9월부터 토요일에 못나오신다 하셨죠? 큰일이네요
선생님: 근데 고객님 평일 오후에 지금처럼 오시면서요 ㅎㅎ
나: 휴가라서요 ㅎㅎ 원래 전주내려가기로했는데
선생님: 전주 자주 안가봐서 모르는데 전주에 뭐가 있어요?
나: (대충 먹부림 얘기) 근데 전주가 홍수라 이번엔 못갔지요.
선생님: 그쵸. 보니까 차도 엄청 잠기고 근데 그런 차들은 어떻게 되는거에요??
나: (대충 침수차 중고차 이야기)
선생님: 그러고보니 아는 오빠들이 나보고 외제 중고차 싸게 살생각 없냐고 하던데
나: (기겁하며 말림)
선생님: (그럼에도 외제차가 갖고 싶다는 하소연 + 자기의 고물 엑센트 이야기 + 자기 하소연 들어줘서 고맙다는 마무리까지 혼자 독주 -> 이 하소연 이후 저는 네 네 그렇죠. 아유 어떡해요 만 했습니다.))
오후에는 집에돌아와 게임을 하다가 저녁을 먹고 잠깐 누워서 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꿈이라서 다행이야 1.
회사에 돌아가 일을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스마트폰으로 알람이 옵니다.
온라인 펀딩 사이트입니다.
곧 21만원이 결제될거란 예고 알람입니다.
기겁하여 사이트에 가봅니다.
올 여름 보양을 책임지는 그 이름! 인삼! 소중한 서포터님들의 건강을 저희 ㅁㅁㅁ에서 책임지겠습니다.
우리 인삼액기스의 효능은 어떤게 있을까요??
라고 하며 시작하는 문구가 나옵니다.
그리고 제가 제 이름으로 하나.
친구 이름으로 하나.
그외 주변에 뿌릴 용도였는지 8개나 사서 총 10개를 질러놓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펀딩시작까지는 2시간이 남았습니다.
취소하면 되는 것입니다.
인삼 같은건 온라인에서 사는게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가격도 터무니없이 저렴한게 도저히 믿을 수 없는데 무슨 생각으로 지른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마우스로 취소를 누르지만 자꾸 사이트 오류를 일으키며 되돌아옵니다.
꼼짝없이 질러야할 판입니다.
모든걸 포기하고 눈물을 머금으며
'어머니한테 등짝맞고, 이건 나중에 카드자체 할부로 돌려놔야겠다'
하고 체념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죠.....
꿈이라서 다행이야 2.
눈물을 머금고 그대로 일을 합니다.
중간에 산속과 숲을 헤치고 시골버스를 타고 4시간짜리 모험을 떠나는 삽질을 한 덕분에
(회사는 서울인데 숲을 헤치고 시골버스를 탄 시점에서 꿈이란걸 눈치챘어야 합니다만)
퇴근은 이미 8시 이후로 늦어진 상태였습니다.
제 뒤에 앉은 여자 차장님은 짐을 싸고 퇴근하려 합니다.
그런데 돌연 저에게 다가와 선물을 주고 가십니다.
밤 늦게 고생할텐데 단거라도 먹고 힘내라고 하시네요.
고맙게 받고 일을 하려 하는데 또 와서 선물을 하나 또 주십니다.
이건 남편이 주는 거라고 합니다.
분명 미혼이실텐데요? 남편이라니 언제 결혼하셨나요??
하고 생각하는데 청첩장도 꺼내주십니다.
아 내가 소식이 늦었던 모양입니다.
또 돈나갈 이야기가 되버렸습니다.
하다가 허푸헙 하고 깨보니 사방이 어둡습니다.
곰곰히 되새겨봅니다.
중국산 장뇌삼은 안사게 되어 다행이고
동료 여 차장님은 결혼 안하게 되어 다행입니다.
제 지갑은 안전합니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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