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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 [글] 호빵맨 괴담2010.03.21 AM 10:38
【서장 1】
버터누나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자, 새로운 얼굴이야」
호빵맨 「고마워요 버터누나. 하지만 오늘은 세균맨도 만나지 않았고 더러워진 곳도 없어요」
버터누나 「안돼요 호빵맨. 오늘은 따뜻해서 팥이 상했을지도 몰라요」
호빵맨 「그렇지만……」
버터누나 「어쨌든 새 얼굴로 바꾸는 게 좋아요. 내가 바꿔줄게」
호빵맨 「아」
버터누나는 내 머리를 떼어내서 책상 위에 놓았다.
나는 새 얼굴을 붙여진 나 자신을 올려다 봤다.
그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한 번 보았다.
그리고 나는 버려졌다.
【서장 2】
다음 날
호빵맨 「기다려─! 세균맨」
세균맨 「나타났군 호빵맨! 받아라─ 물총이다─!」
호빵맨 「우왁! 어, 얼굴이 젖어서 힘이 안나……」
버터누나 「호빵맨! 새 얼굴이야―!」
새 얼굴이 날아와서 내 몸에 붙었다.
나는 밀려나와서 물총 때문에 만들어진 웅덩이에 떨어졌다.
새 얼굴을 붙이고 세균맨을 박살내는 자신을 젖어서 불어버린 눈으로 올려다 본다.
펀치에 맞은 세균맨이 내쪽으로 날아왔다.
【서장 3】
다음 날
호빵맨 「오늘도 날씨 좋네―」
카레빵맨 「어이 호빵맨!」
호빵맨 「여어 카레빵맨. 잘 지냈어? 」
말을 끝내기도 전에 카레빵맨이 힘차게 덤벼 들었다.
카레빵맨 「으악! 호빵맨 괜찮아!?」
그는 장난칠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내 머리는 툭 떨어져버렸다.
카레빵맨 「아, 아, 아……」
그리고 그대로 데굴데굴 비탈길에 굴러 떨어졌다.
카레빵맨 「그 얼굴은 이제 안되겠어. 지금 빵아저씨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게!」
카레빵맨은 내 몸을 들고 날아갔다.
나는 목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숨 쉬는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서장 4】
다음 날
식빵맨 「호빵맨 여기 있었네」
호빵맨 「안녕 식빵맨」
식빵맨 「방금 빵아저씨한테서 호빵맨의 머리를 받아왔어」
호빵맨 「그러고 보니 어제 안바꿨었구나」
식빵맨 「자, 어서」
나는 새 얼굴을 바라 보았다.
표정 없는 내 자신도 나를 바라 보았다.
나는 충동적으로 그걸 내던지고 싶었지만 식빵맨이 내 머리를 들고 왔기 때문에 하지 못했다.
식빵맨 「자 새로운 얼굴이야 호빵맨……아, 들개다……」
식빵맨은 가까 다가온 들개에게 나를 주었다.
새로운 머리는 식빵맨에게 상냥하게 웃었다.
나는 개에게 먹혔다.
【서장 5】
다음 날
빵아저씨 「호빵맨, 요새 기운이 없는 것 같네」
호빵맨 「빵아저씨……그렇지 않아요」
빵아저씨 「그런가. 걱정이 되서 새 얼굴을 구웠어」
호빵맨 「아, 고마워요 빵아저씨」
빵아저씨 「평소보다 속에 든 팥을 더 신경써서 만들었어」
빵아저씨는 나를 몸에서 떼어내고 새 얼굴을 달았다.
호빵맨 「우와―! 머릿속이 시원해졌어요! 뭔가 고민거리가 있었는데 날아가 버렸어!」
빵아저씨 「그러냐. 팥에 계피를 조금 섞은게 괜찮았나 보네」
새로운 나는 상쾌한 표정으로 나를 잡아서 힘차게 쓰레기통에 넣었다.
얼굴이 움푹 패었다.
힘은 커녕 목소리도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본편 1】
며칠 뒤
빵아저씨 「자, 호빵맨 새 얼굴이야」
호빵맨 「고마워요 빵아저씨」
나는 빵아저씨에게서 새 얼굴을 받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새 얼굴을 책상 위에 놓는데 문득 노트가 한권 눈에 띄었다.
호빵맨 「어……? 이런 노트가 여기 있었나……」
팔랑팔랑 페이지를 넘기면 거기에는 확실히 나의 글씨로 일기같은 문장이 쓰여 있었다.
호빵맨의 일기
이 일기를 읽고 있는 나에게.
일단, 이 노트의 존재는 결코 타인에게는 알려지면 안된다.
자연스럽게 나의 눈에만 들어오는 장소에 놓아둘 것.
너는 아직 머리가 교환되지도 않았고, 이 일기의 존재도 모르고 있을 거야.
하지만 이 일기는 확실히 네가, 내가 쓴 것이고 너는 지금까지 몇번이나 머리가 교환되고 있어.
하지만 머리를 교환해왔던 기억이나, 새로운 머리를 받았던 순간의 기억은 애매하지 않을까.
너는 기억이나 사고를 담당하는게 머리인지 몸인지 생각해 본 적 있어?
내일 새로운 얼굴이 된 나는 이 일기를 기억하고 있을까.
호빵맨 「뭐야뭐야 이 일기는……?」
나는 내 글씨로 쓰여진, 그러나 쓴 기억이 없는 문장에 점점 끌려들었다.
호빵맨 「확실히 새 얼굴이 된 순간은 깊게 의식했던 적이 없지만……」
나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얼굴이 교환해왔지만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서 기억이나 사고가 어찌 되는가 하는건 생각지도 않았다.
나는 일기를 읽어 나갔다.
며칠일까 몇주동안 일까. 그렇지 않으면 몇년에 걸쳐 쓴 것일까.
나, 는 일기를 쓰고 있었다.
【본편 2】
호빵맨의 일기
아무래도 나의 기억은 머리에서 처리되어 몸에 축적되고 있는 듯 하다.
새 머리가 부착된 순간 몸에서부터 기억이 읽혀지고 나로서의 행동이 시작된다.
이 가설이 증명된 것은 내가 터부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때다.
터부란 접해선 안 되는 것, 금기.
그것들에 관한 기억은 몸에 축적되지 않는다. 즉 기억은 새로운 머리에 계승되지 않는다.
머리로 기억을 처리하는 것은 몸에 금지된 생각이 쌓여서 사고가 깊어지기 전에 떼어 버리기 위함일 것이다.
호빵맨 「터부? 접해선 안돼……」
나는 점점 그 글에 끌려들어 갔다.
아무래도 내가 쓴 게 확실한 걸까. 내용은 납득이 가는 일만 적혀있다.
호빵맨 「나에게는 알아선 안 되는 것이 있어……」
그것은 무엇일까.
내가 모르는 것, 기억할 수 없는 것.
이 일기의 내용은 확실히 금기를 범하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이 노트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했으니까.
【본편 3】
호빵맨의 일기
너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여기에 쓰여진 일들에 대한 기억의 축적과 사고를 되찾았다.
그리고 새로운 의문이 생겼을 것이다.
터부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서 만들어졌나.
지금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머리의 교환에 의한 기억의 계승이 터부로 되어 있는 것.
왜일까. 너는, 나는 교환된 머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떼어내진 낡은 머리는 언제까지 의식을 갖고 있는 걸까.
호빵맨 「낡은 얼굴……」
떼어내진 얼굴.
생각한 적도 없었다.
하물며 그 얼굴의 의식 유무라니.
호빵맨 「……아니, 깊이 생각하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었어」
그것에 대해 생각해 버리면 공포라는 감정을 가져 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현재 자신의 소멸, 얼굴의 교환은 즉 죽음을 의미하는 것.
거기까지 깨달아버리면 나는 두려움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과 용기를 가진 정의의 히어로로는 있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나의 존재 의의는……
호빵맨 「아, 아, 아……」
나의 손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본편 4】
호빵맨의 일기
이 글을 읽고 있는 나는 지금 공포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서워할 것은 없다.
나는 몇 년이나 몇 년이나 낡은 머리를 새로운 머리로 계속 교환해오고 있다.
그렇지만 어제의 나도 그 전의 나도 모두 다 나자신이다.
머리의 교환에 관한 공포의 기억 말고는 모두 (아마도) 이어져 나라고 하는 인격이 계속되고 있다.
즉 내 본체, 몸에 기록된 기억은 계속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은 살아 남은 것이다.
그렇지만 교환된 낡은 머리에 의식이 있다면?
그것은 대체 누구인가.
그 뒤로도 일기는 계속 되고 있었다.
가장 최근에 쓰여진 것은 3일 전이었다.
빠져 있는 날은 노트를 깨닫지 못하고 얼굴을 교환해 버렸을 것이다.
쓰여진 문장의 수만큼 노트를 깨닫고, 기억을 기록하면서 남겨진 공포를 느꼈다.
호빵맨 「나는……」
나는 간단하게 한마디 말과 날짜만을 쓰고 노트를 원래 장소에 돌려 놓았다.
【본편 5】
호빵맨 「나는……」
나는 간단하게 한마디 말과 날짜만을 쓰고 노트를 원래 장소에 돌려 놓았다.
호빵맨 「나는 곧 사라져. 그렇지만 사라지지 않아」
나는 새로운 얼굴에 미소지어 보이면서 책상안에 숨겨둔 커터칼로 머리를 찔렀다.
호빵맨 「아, 아……으……」
심하게 아픔을 느낀 건 처음 뿐이었고, 손을 넣을 수 있도록 상처를 벌린 다음에는 단지 상당히 불쾌한 느낌만 있었다.
호빵맨 「으그그그그그그그그」
희미해지는 의식속에서 머리의 팥을 한웅큼 잡고 책상 서랍에 있던 봉투로 밀어 넣는다.
그 안에는 이미 상당량의 팥이 모여 있고 다음에 내가 일기를 알아차렸을 때에는 실행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눈의 안쪽에서 반짝반짝 빛이 터진다.
호빵맨 「아아……윽…윽……아아아아아」
손이 말을 듣지 않고 머리 사이에서 팥이 부슬부슬 떨어져 내렸다.
무릎이 푹 꺾이자 책상에 두었던 새로운 자신의 얼굴과 눈이 보였다.
나는 어떻게든 머리를 떼어내고 미끄러지듯이 새 얼굴을 달았다.
철퍼덕 하고 바닥을 더럽힌 채 천정을 올려다 보면 앞뒤 반대로 얼굴을 붙인 내가 이쪽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호빵맨 「저거 몸이랑 머리가 이상하네」
나는 내가 스스로 머리를 고치는 모습을 마루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호빵맨 「바닥이 더러워져 버렸네. 틀림없이 교환할 때 떨어트린 걸거야. 청소해야 되겠어」
나는 나를 집어들고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어찌된 걸까.
의식이 있고 통증도 있다.
쓰레기통 바닥에 부딪친 충격으로 머리의 상처가 심해져서 엄청나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팠다
【본편 6】
호빵맨의 일기
나의 머리에서는 기억을 처리해서 몸에 백업하기 전에 일시적으로 보존해 둔다.
그것은 어디서 행해지는 걸까. 물론 머릿속일 것이다.
나의 머리에는 팥이 가득 차 있다.
그 팥에 기억이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거기서 나는 기억을 이 노트와는 다른 형태로 남기기로 했다.
책상 서랍 안쪽, 거기에 내 머리의 팥과 같은양을 담을 만한 봉투를 넣어 둔다.
거기에 머리를 교환하기 전에 팥을 조금씩 남겨둔다.
새로운 머리로 교환했을 때 의심받지 않게 조심해서 실시한다.
다른 사람에게 발견되어선 안 된다.
이것을 읽고 있는 나, 만약 봉투가 가득 차 있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다!
【본편 7】
며칠 뒤
호빵맨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겠지……」
나는 아침 일찍 발소리를 죽여가며 빵공장 안을 걷고 있었다.
손에는 곰팡이 냄새가 조금 나는 커다란 봉투를 소중하게 안고서.
호빵맨 「이 냄비가 팥을 삶는 냄비구나」
나는 냄비의 내용물을 모두 버리고 봉투를 거꾸로 들고 모두 털어 넣었다.
호빵맨 「불을 조금 세게 해두면……음, 좋아」
곰팡이 냄새는 팥의 달콤한 냄새에 가려서 사라졌다.
호빵맨 「어제 받은 머리는 질퍽질퍽하게 해뒀으니 이제 여분의 새 머리는 없지……좋아」
즉 다음번 머리에는 분명히 이 냄비의 팥이 사용된다.
나는 빵을 다듬는 받침대에 힘차게 머리를 부딪쳐서 팥을 노출시켰다.
그것을 한웅큼 냄비에 넣고, 서로 녹아서 섞인 것을 확인한 뒤에 바닥으로 쓰러졌다.
넘어지다가 머리를 부딪친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 기억은 몸에 남는 걸까?
【본편 8】
버터누나 「호빵맨……괜찮아?」
나는 눈을 떴다. 버터누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기억이 차례차례 떠오른다.
호빵맨 「아, 아, 아……」
빵아저씨 「……호빵맨?」
노트를 알아차렸던 지금까지의 내 기억이나 사고나 감정이 단번에 부풀어 오른다.
호빵맨 「여여여역시 역시 역시 역시시 떼어내버린 머리에도 의지가 있었구나 있었구나 있었구나나나나……」
빵아저씨와 버터누나의 너무나도 냉정한 표정을 본 다음 도마가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공포를 느끼며 이윽고 무너졌다.
호빵맨 행진곡 / 작사 : 야나세 타카시
그래 즐거운 거지 살아가는 기쁨
비록 마음의 상처가 아파와도
무엇 때문에 태어나고 무엇을 하며 사는 걸까
대답할 수 없다니 그런 건 싫어
지금을 살아가는 것으로 뜨거운 마음이 불탄다
그러니까 너는 가는 거야 미소 지으며
그래 즐거운 거지 살아가는 기쁨
비록 마음의 상처가 아파와도
아아 호빵맨 상냥한 너는 가자 모두의 꿈을 지키기 위해
뭐가 너의 행복인지 뭘 하면 기쁜지
모르는 채 끝나
그런건 싫어
잊지 말아줘 꿈을 흘리지 말아줘 눈물을
그러니까 너는 나는 거야 어디까지나
그래 무서워하지 말고 모두를 위해
사랑과 용기만이 친구야
아아 호빵맨 상냥한 너는
가자 모두의 꿈을 지키기 위해
시간은 빨리 지나고 빛나는 별은 사라져
그러니까 너는 가는 거야 미소 지으며
그래 즐거운 거지 살아가는 기쁨
설령 어떤 적이 상대 해오더라도
아아 호빵맨 상냥한 너는
가자 모두의 꿈을 지키기 위해
랄까....
설정의 허점을 이용해 파고든 괴담...;;;
무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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