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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차이니스 타이베이2018.12.05 PM 02:30
차이니스 타이베이
며칠 전 대만 지방선거가 있었지. 뜬금없이 남의 나라 선거 이야기를 꺼내는 건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서야. 대만에선 지방선거를 하면서 국민투표라는 것도 하더라고. 국민이 직접 발의하고 투표에 붙여서 정책으로까지 만드는 거지. 뭔가 그럴싸해 보인단 말이야. 그치? 근데 말야 좋은 건만은 아닌 거 같아. 왜냐고? 일단 대만인이 되어 보자고.
우선 국민투표로 붙여진 안건이 생각보다 많아. 10개나 되더라고. 난 이 숫자에서부터 겁을 먹었어. 투표장에 가서 후보들 찍는 것도 헷갈리는데 그 다음 장을 보니 선택지 10개가 기다리고 있다고? 게다가 그 선택들이 하나같이 나의 뇌세포를 압박하는 문제란 말이야. 대만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대 사안이라는 부담감은 여기에 양념을 치지. 완전 시험장에 온 기분이잖아?
우리나라는 국민투표라 해봤자 개헌 할 때 빼고 해 본 적도 없더라고. 10개씩 묻고 그러지 않았다고. 그런데 대만은 왜 이리 많은지 궁금했지.
일단 제안의 쉽더라고. 총유권자의 1만분의 1이야. 대만 인구가 2천 3백만이라는데 여기서 유권자수가 얼마지? 구글에 검색해도 이건 안 나오더라고. 14세인구가 14%라니까 대충 20% 빼자고. 2천 3백 빼기 6백만 하면 1천 7백만. 미안해. 미리 다 계산해 와서 외운 거야. 아무튼 한 1700명 정도만 보이면 제안 할 수 있는 거지. 제안한 안건은 거기서 총유권자의 1.5%의 서명을 받으면 정식 제안이 돼. 빠른 암산으로 약 25만 명 정도야.
세상에! 우리나라는 청원게시판에 20만 명이 동의!를 하면 청와대에서 동영상으로 고작 답변하는 수준인데 대만은 국민투표로 나갈 수 있단 말이지.
지금까지 청원 중에 이를 충족한 건 55건이야. 우리가 대만에 살았으면 이게 다 국민투표로 됐을 거라고. 대만보다 5배는 많아. 왠지 뿌듯한데.
하지만 너무 피곤해. 20만이나 25만은 그렇고, 좀 더 올려야 하지 않을까? 청원 게시판을 보니 아무리 높아도 50만은 거의 안 넘더라고. 그래 50만으로 하는 건 하자. 내가 너무 비민주적인거야? 45만 콜?
그런데 말야 우리나라는 한명만 원하면 국민투표를 할 수 있어. 대단하지 않아? 단 한명. 그 있잖아, 5년 임기에 청기와에서 사시는 분. 이걸 국민투표라 해야 되나 의심은 가지만 아무튼 그래.
다시 대만으로 돌아가서 뭐가 안건으로 올라왔나 보자고.
2020년 도쿄 올림픽을 포함하여 모든 국제 스포츠 대회에 참가할 때 대만 명칭 사용에 동의하십니까?
올림픽에 나갈 때 대만은 따이완이 아니었어. 차이니스 따이뻬이였지. 난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대만인으로서 자존심 상하잖아. 당장 바꿔야지! 했는데 실제는 아니오가 많았어. 계속 앞에 차이니스, 중화를 붙여야 하지. 흠, 그래, 자존심 상하면 어때. 중국하고 짝짜꿍해서 경제를 살려야지. 중국 바지 가랑이 잡고 형님 형님 하고, 앗. 실리를 택한 건 좋은 일이지.
중국에서야 친중 세력이 선거에서 이기기도 했고, 차이니스 따이뻬이로 계속 남으니 반기고 있어. 그거야 당연하니까. 근데 IOC 얘들은 무섭더라고. 따이완으로 고치면 올림픽 참가 못한다고 반협박을 했다니까. 역시 숭고한 스포츠 정신은 봐주는 게 없어.
양성 평등 교육법에 따라 모든 수준의 국가 교육이 양성 평등, 정서교육, 성교육, 동성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학생들에게 교육해야한다고 동의하십니까?
말도 길고 어려운데 한마디로 성소수자에 대한 교육을 말하는 거야. 이 안건 말고도 동성 커플 권리 보호, 민법상 동성 결혼 등 관련 비슷한 게 5개나 되더라고.
동성애에 관련된 의견은 모두 탈락했어. 기독교 비율이 4%가 안 되는 나라인데도 통과 못한 건 의외야. 대만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동성애 관련 법률 통과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걸 알 수 있겠지? 십자가의 나라에서 동성 합체는 상상도 하지마라고.
당신은 전기 법 제 95조 제 1항 핵 에너지 기반 발전 설비는 2025년까지 완전히 가동을 중단해야한다를 철회하는 것에 대해 동의합니까?
문장이 날 열 받게 해. 한다를 철회하는 것에 대해 동의합니까. 대체 몇 번을 읽어야 하는 거야? 대만인들은 얼마나 문장 이해력이 좋은 거야. 이 헷갈리는 걸 국민투표에 내놔도 괜찮다고?
발전소 문제인데 이것도 비슷한 게 3개 정도야. 결론을 말하자면 석탄 발전소는 줄이 되 핵 발전소까진 다 끄지 말자 인거지. 여기에 대해선 노코멘트 하겠어. 난 문대통령의 눈밖에 들고 싶지 않거든. 한 가지 분명한건 대만이 그랬다고 우리가 똑같이 하라는 법은 없어. 원전 없애고 풍력, 수력, 태양력, 인력으로 발전하면 좋지.
드디어 마지막이야. 정부가 후쿠시마 재해 지역의 농산물 및 식량 수입 금지를 유지해야한다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어 동의!
원전은 놔두지만 원전사고 지역 위험물들이 들어오는 건 참을 수 없지. 후쿠시마산 오이를 씹어 먹으며 광고하는 정치인, 연예인이 얼마나 불쌍해 보이겠어? 그런데 걔 중에는 우리나라 사람도 있더라고. 최초 우주인이신 이소연 씨는 왜 후쿠시마 가서 음식물 섭취를 하고 있대? 갑자기 대만에게 미안하네.
대만 국민의 선택이지. 우리가 뭐라 할 수 있겠어? 각자 생각에 따라 느낌이 다를 거야. 그 느낌을 살려서 우리나라 투표에 정성을 들이자고.
따이완 넘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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