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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달걀 GP2018.12.15 PM 08:10
달걀 GP
계란은 가난한 자에게 주어진 단백질 축복이지. 한동안 매일 3개씩 먹은 적도 있어. 점심에 계란 프라이로 2개, 저녁 라면에 퐁당 1개. 물론 4줄에 990원인 닭 분쇄육 소시지, 밀가루와 첨가물이 70% 넘는 만두도 단백질 보충 원으로 고려해 볼만 하지만 그건 너무 질린다고. 하루 2끼 닭 분쇄육만 먹었더니 치킨만 봐도 오바이트가 나오던데. 계란은 그런 것들에 비해 건강식이지.
오늘 이런 소중한 계란에 관련된 기사를 봤어. 양계농민들 산란일자표기 반대 시위. 흠, 이게 이해가 돼? 산란일자 표기하는 게 뭐가 나빠서 농민들이 식약청 앞에서 계란을 던지기까지 할까?
좀 알아봤지. 농민들 걱정은 이거였어. 산란일자가 찍혀서 나오면 소비자는 최대한 가까운 일자의 계란만 사갈 거 아니야. 마치 우리가 우유 살 때 굳이 뒤 칸까지 다 뒤져서 유통기한 긴 거 사는 것처럼. 그러면 어중간하게 남는 계란은 다 버려질 거란 거지.
또 신선도는 언제 달걀이 생산되었냐 보다 유통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거야. 상온에서 유통된 2,3일 지난 계란보다 냉장에서 10일 지난 계란이 신선하다는 거지.
이렇게 보니 농민들 걱정도 이해되더라고. 근데 소비자입장에선 산란일자 찍히는 게 낫지 않아? 우리가 이 계란이 냉장 유통인지 상온에서 돌아다녔는지 알 게 뭐야. 유통업자 하루 종일 따라다닐 수도 없고. 그러니 차라리 산란일자라도 알고 싶은 거지.
아니면 말야, 팔 때부터 알려달라고. 산란기간 오래되고 상온에서 유통된 것들은 마트 구석에 쌓아놓고 팔라고. 이게 안 팔릴 거 같아? 천만에. 가격만 싸면 팔리게 돼 있어. 적어도 우리 100만 백수가 있는 한 걱정하지 마시라고. 우린 절대 신선코너에서 찬바람 쐬고 있는 몸값 비싸신 계란을 사지 않는다고요!
산란일자 표기 외에도 식용란선별포장 제도에 대해서도 말이 많더라고. 진짜 용어가 왜 이리 어려워. 하나하나 분석해 봤어.
식용란은 가정용을 말한대. 일반 가정에서 계란 프라이, 계란찜 해 먹으려고 사는 거 있지? 근데 의문인 건 식용이 가정용으로 한정된 점이야. 식용이 뭐야? 먹는 용 아니야. 왜 빵공장, 라면공장, 또 뭐 찾아보면 엄청 많을 거야. 거기에 쓰인 계란은 제외인지 알 수가 없다니까. 뭐 어른들의 사정이 있겠지.
이걸 선별포장 하는 거지. 선별해서 문제 있는 계란은 나가리 시키고, 닭똥 같은 건 세척기로 박박 씻은 후에 포장 되어서 오는 거야. 엑설런트! 우리 정부 일 한다!
근데 이것도 문제가 있어. 선별기, 세척기를 갖추려면 돈이 드는 거지. 계란유통협회에선 100억 이상 든다고 했으니까 실제론 한 80억 들지 않겠어? 중소 유통업자 다 죽이고 대기업에 퍼주기식 정책이 될 거란 우려야.
소비자 입장에선 어떨까? 선별포장 괜찮은 거 같지? 그래, 난 찬성. 근데 좀 걱정되는 게 선별포장 하느라 달걀 값이 오를까봐. 상태가 안 좋더라도 일단 싼 걸 찾는 게 우리 백수 군단이거든. 사령관님 어떻게 할 까요? 내 사전에 유통이 들어간 것 치고 제 값 나오는 걸 보지 못 했다. 생산자 직송 하라고 그래! 선별포장해도 그럼 가격 안 오르잖아!
다행히 농림축산식품부가 계란유통설치센터를 지원하고 있대. 이왕 이렇게 된 거 차라리 국가가 유통해주면 좋겠는데 말이지. 나 유통업 종사자 분들에게 미움 받으려나. 이럴 때 백수가 좋지. 우린 가난하여 무서울 게 없거든.
근데 계란을 그렇게 깨끗하게 유통하며 뭐해? 엄마 닭이 깨끗하고 행복한 공간에서 낳는 달걀이 건강하지 않을까? 여기에 대해선 아무 말이 없더라고. 정부도, 농가들도. 뭐, 나야 계속 찜통 속에 알 낳는 기계가 된 닭에서 나온 계란만 먹는 신세겠지만 말이야.
닭이 부릅니다. 사람 그 싸가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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