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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크리스마스의 기적2018.12.25 PM 06:10
크리스마스의 기적
크리스마스 잘 보내고 있어? 나는 뭐 똑같아. 오늘도 겨울의 어느 하루일뿐이지. 집구석 히키코모리에겐 성탄캐롤도 고막을 자극하지 못 한다고. 그래도 고마워. 누추한 곳에 내 말을 들으러 이렇게 와 준 여러분에게 감사!
오늘 문대통령이 좋은 말을 페이스북에 남겼더라고. 페북하지 않는 아웃사이더라도 대통령이 무슨 글을 썼는지는 봐야 할 거 아니야. 클릭 몇 번에 원문을 봤지.
성탄절 아침, 우리 마음에 담긴 예수님의 따뜻함을 생각합니다. 흠, 마음에 들어. 특히 우리 마음에 담긴 이라는 표현이. 이걸로 교회, 성당, 그리고 모텔에 가지 않는 사람이라도 위안을 얻을 수 있거든. 내 안에 계시니까 다른 곳에 갈 필요가 없다고.
그리곤 박노해 시인의 그 겨울의 시 라는 작품을 적어놨어. 오늘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추운 겨울 할머니의 따뜻한 걱정이지. 물론 할머니가 걱정한다고 거지와 동물들이 괜찮아 질 것 같진 않아. 얼어 죽거나 굶어 죽겠지. 그래도 할머니 같은 분들이 많아지면 사회는 움직일 거야. 어떻게든 살 수 있도록.
마지막 문장이 가장 인상적이었어. 나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이 되길 바랍니다. 호오. 문대통령 행복하신가? 그렇게 보이진 않는데 말이야. 업무를 밑에 맡기고 사저에서 마사지 받는 분이라면 모를까. 아니면 권력 휘두르는 맛에 눈 돌아간 분이거나. 문대통령이 그런 사람은 아닌 거 같거든. 욕망의 소용돌이인 정치판 속에서 조정자 노릇 한다는 게 괴로운 일이잖아.
아니면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지. 여기서 말한 나를 행복한 사람 전체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행복한 사람들이라, 주머니 사정이 두둑한 분들, 가족과 비싼 외식도 기꺼이 할 수 있는 분들, 사랑하는 사람과 열정적으로 체액을 주고받는 분들 등. 이런 행복이 모두에게 퍼졌으면 좋겠다는 소리 같아.
근데 남의 행복이란 건 퍼트리기가 참 어렵단 말이지. 무한경쟁 속에서 남의 행복은 곧 나의 불행이지 않아? 질투, 시기가 끓어오른다고. 게다가 돈도 많이 들어. 성탄절 모든 국민에게 이부진 누나 신라호텔급 행복을 주기 위해 외식권이라도 발급한다 쳐 봐. 크리스마스날 과로사 할 기재부 공무원들이 벌써부터 그려지는군.
그래서 말인데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거야. 나의 불행이 모두의 불행이 되길 바랍니다. 캬! 성탄절만큼은 모두가 불행을 나누는 거지. 가족 없이 혼자 눈물 흘리는 독거노인, 절망 속 패배자가 된 백수들, 병원비 걱정에 몸보다 마음이 골병드는 환자. 그 외에 셀 수도 없이 많은 아픔이 있을 거야. 그 불행을 모두가 겪어 보는 것.
남의 불행이 나의 불행이 되었을 때 그제야 상대에게 깊이 공감했어. 진심으로. 만약 크리스마스 때마다 불행이 전파된다면 매년 우리는 성숙할 수 있을 거야. 너무 고통스럽고 잔혹한가? 1년에 딱 하루인데? 그래, 사실 나도 그럴 용기는 없어. 불행하다고 자처하지만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기에. 이 보다 더 큰 고통은 견뎌낼 자신이 없다고.
그래도 한번 용기를 내어 예수님께 빌어보자고. 인생 뭐 있어! 오늘 하루 저의 불행이 모두의 불행이 되게 해주소서! 에이맨! .....내 불행이 옮겨졌나? 아니면 다른 사람의 불행이 나에게 왔나? 아니네.
불행이 옮겨지지 않는 이것이야 말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구나! 모두 행복한 성탄 보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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