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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공유숙박의 꿈2019.01.13 PM 06:01
공유숙박의 꿈
공유경제의 여파는 카풀과 택시의 난타전에서 느꼈을 거야. 안타깝게 목숨을 끊는 일도 나왔지만 시대의 흐름은 막을 수가 없나 봐. 어쩌겠어. 4차 산업 혁명으로 사라지는 직업 1순위가 택시기사가 될 줄이야.
그러나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백수에겐 택시는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거든. 마지막으로 언제 탔는지 기억도 안나. 가족 중에 택시관련 일을 하는 사람도 없고. 그야 말로 방관자지. 근데 택시와는 차원이 다른 공유 경제 문제가 눈앞에 닥쳤어. 공유숙박!
산복도로 달동네에 사는 백수에게도 이건 크다고. 내 주변 몇몇 집들은 외국인 게스트 하우스로 바뀌었거든. 그걸 볼 때마다 살짝 겁이 나. 집주인 아줌마가 나가라고 할까 봐. 총각, 전세 받는 것 보다 게스트 하우스 하는 게 더 짭짤할 거 같네. 미안한데 나가줘야 하것다.
다행인건 달동네 신님은 그 우러러보는 높이로 날 지켜주고 계셔. 천혜의 경사는 양놈들의 침입을 막아주고 있거든. 밤에 맥주라도 땡기면 왕복 32분 등산을 각오해야 하지. 흥선대원군이 본다면 흐뭇해 할 거야.
그러나 올해부터는 사정이 다르지. 내국인, 우리나라 사람도 제울 수 있게 된다고 하거든. 달동네 신님은 내국인, 외국인 가리지 않고 쳐내주실 거 같긴 한데, 그래도 기어이 이 험난한 곳에 올라와서 잠자려고 하는 내국인이 있을 거 같단 말이지. 그걸 하필 주인아줌마가 본다면? 어머, 괜찮네! 이 소리가 나오는 순간 나의 불면증은 시작 될 거야.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더 올라갈 곳도 없다고. 뒤에는 바로 산이야. 이거 큰일인데. 아니지, 이거 기회일수도 있잖아? 그래! 미리 선수 치는 거지. 나도 우리집으로 투잡한다! 월세로 집 빌려서 게스트에게 집 빌려주는 방식은 나도 할 수 있다고. 심지어 전세지. 2천. 내 쪼그만 방을 에어비앤비에 올리는 거야! 건물주 행세 인정!
일단 예상 수익은 얼마일까? 바다가 있는 부산 1인실 기대 가격은...70만 7천원! 호우! 이거면 8년 동안 폰 요금은 걱정이 없군. 아니지, 예상수익은 항상 뻥튀기되잖아. 그래서 주변 경쟁자들을 봤어. 1박에 1만 2천원. 어라. 한 달하면 36만원. 그것도 여긴 교통도 좋은데. 역시 현실은 만만치 않아. 잠깐, 왜 여긴 벌써 내국인 후기가 올라와 있는 거야? 이거 불법이잖아! 이렇게 된 이상 신고로 경쟁자들을 제거한다!...는 농담이야.
돈 벌긴 글렀으니까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건 어떨까? 에어비앤비가 좋은 게 손님을 고를 수 있더라고. 공짜면 어때, 19세 이상 세계 모든 여성만 받는 거지! 드디어 모쏠 탈출인가! 집까지 안내해 주고, 청소해 주고, 그러다 슬쩍 스킨십 되고. 어. 그리곤 눈 맞고. 어. 들썩들썩. 콘돔은 꼭 배치해둬야겠다. 수많은 후기가 달릴 거야. 그레이트 러버, 찌커우상. 기모찌이이, 뜨거운 불방망이 서비스! 의사소통 별점 5개.
그러나 내 소망은 접어야겠더라고. 공유숙박업소로 등록할 때 규제를 한다고 해. 임대한 집일 경우 집주인이 실제로 살아야 할 수 있다는 거지. 마구잡이로 월세 들어서 그걸 다시 숙박시설로 쓸까봐 그런 거래. 결국 주인아줌마 허락을 맡아야 에어비앤비를 하든 부킹닷컴을 하든 할 수 있다는 말이잖아? 정말 집주인이 갑이네. 잠깐만, 그럼 나는 우리집으로 투잡한다 저자는 어떻게 월세로 투잡했지? 주인이랑 친한가? 그렇고 그런 사이? 내가 가장 먼저 공략해야 할 사람은 주인아줌마였단 거야? 커헉.
...그래, 무슨 개꿈을 꿨을까. 공유할 집도 없는 놈이 공유숙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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