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죽음에 이르는 병2019.01.20 PM 07:53

게시물 주소 FONT글자 작게하기 글자 키우기
LINK : //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78613.html

죽음에 이르는 병

 

 

전두환 각하는 참으로 정정하셔. 잊을만하면 언론에 나와서 존재감을 과시하니까. 이번에는 골프장에 간걸로 말이 많더군. 골프장이야 갈 수 있지! 통장에 29만원 밖에 없다고 하지만 인생 뭐 있어.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지. 근데 알츠하이머 걸렸다고 세금조사며 재판 출석도 못한다 해놓고 이랬으니 욕먹는 거 아니겠어. 허허.

 

처음엔 쌍욕이 나왔지. 뻔한 패턴이잖아. 재판만 열린다고 하면 환자가 되는 재벌회장님들. 그 재벌들 위에 군림했던 분인데 한 단계 높은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어.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뭐라 하겠어. 왜 나만 갖고 그래.

 

각 당들이 이 사태에 대해 논평을 하는데 특히 정의당이 인상적이더라고. 방금 한 일도 기억 못해서 하루 10번씩 양치질을 한다는 전씨가 골프를 쳤다는 것은 세계 의학계에 기적의 사례로 보고해야 할 일. 이 말을 듣자 내 생각은 완전 뒤집어졌지. 제발 전두환 각하시여, 알츠하이머의 고난 속에서도 골프를 팡팡 치소서!

 

사람을 죽이고, 상상 못할 금액을 비자금으로 만들고, 별의 별 짓을 다 한 독재자라 평을 받지만, 이런 사람이 인류 희망이 될 수 있잖아! 알츠하이머를 기적적으로 극복한 사례! 전두환은 하루 10번 이를 닦음으로써 알츠하이머를 이겨냈다. 그는 라운딩, 점수계산까지 척척 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 세계에 전씨의 비결이 퍼져나갔다. 정부는 이 공로를 참작하여 그에게 재판, 세금조사, 추징금을 면하고 국립묘지 한가운데 잠들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땅땅땅!

 

만약 거짓말이잖아? 그럼 지금 십새끼에서 천하의 백새끼로 진화하는 거야. 알츠하이머로 고통 받고 있는 가족들이 보면 뭐라 생각하겠어. 이런 개 같은 염장질이 어디 있냐고. 부모님을 증오할 정도로 미친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저 높으신 분께선 그걸 핑계 삼아 잔디밭 구멍이나 쑤시고 있잖아.

 

회장님들도 진화할 거야. 횡령이고 분식회계고 뇌물이고 이젠 다 알츠하이머로 대동단결이지. 어이쿠, 알츠하이머라 아무것도 몰라요. 재판도 못 받아요. 어쩌라고. 부글부글 끓지만 방법이 없어. 알츠하이머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머리를 잡아 째서 단백질 분석을 해야 된대. 살아있는 사람 죽일 순 없잖아. 근데 죽어서도 못할 걸? 감히 망자의 신체를 훼손하려고 하다니! 고귀한 각하의 시신을!

 

그런데도 질투가 나는 게 뭔 줄 알아? 한 결 같이 남편을 바라보는 이순자 여사 때문이지. 애인 하나 없는 내 존재가 더욱 비참하다고. 아니 저런 새.... 인간도 사랑을 하는데. 난 대체 뭐냐고. 알츠하이머는 둘의 사랑에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나 봐. 우리 남편이야 말로 민주화의 아버지요, 나라 발전의 이룩한 사람인데! 왜 아픈 사람 법정에 오라 마라 하냐고 당당히 말씀하셨더라고. 진짜 부부간 사랑이 뭔지 절절히 보여주잖아.

 

애인 없는 백수는 오늘도 웁니다. 치카치카.

댓글 : 0 개
친구글 비밀글 댓글 쓰기

user error : Error.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