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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작은 행복2019.03.12 PM 10:56
작은 행복
설이 지난지가 한 달이 넘었는데 아직도 그 여파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어. 설 때 천혜향이라는 오렌지만한 귤이 한 박스 집에 들어왔거든. 아빠가 일하는 곳에서 선물로 받아온 거야.
살면서 처음 봤다고. 귤이 주먹만 하니까 포스까지 느껴져. 비싼 건 줄 알아서 처음엔 먹지도 않았지. 아끼려고. 그러다 냉장고 아래 칸에 처박아 둔걸 잊어버린 채 한 달이 지났네? 부랴부랴 먹기 시작했어.
근데 이게 곤란한 거야. 커서 좋을 줄 알았는데 천만에! 혼자 먹기엔 너무 크다고! 뭔 귤 하나 까먹었는데 배가 불러와! 썩기 전에 빨리 먹어 치워야 한다! 꾸에에엑!
나만 그런 게 아니더라고. 엄마는 손도 안 대. 헐. 어쩌겠어. 백수인 내가 냉장고 하나만큼은 책임져야지. 인간이 가장 텁텁할 오전 9시. 하나씩 까먹기 시작했어. 3일 정도 지나니 응가에서 머멜라이드 향기가 나네! 그 있잖아, 3일 정도 귤만 깐 손에서 날 벗한 냄새.
이젠 알아. 왜 서양인들이 오렌지를 짜먹는지. 그 커다란 걸 잘근잘근 씹어 먹기엔 너무 부담 되거든! 집에 짜개는 없어서 손으로 짰어. 하나하나 움켜쥐었지. 손끝부터 똥냄새까지 완전 귤향으로 덮어버렸어. 웟더.
근데 짜먹는 것도 할 짓이 못되더라고. 2번 하고 그만뒀어. 한 개 다 짜면 머그컵 하나 정도는 물이 나오거든. 그만큼의 부산물도 나오고. 변기에 그것들을 버리는데 죄를 짓는 느낌이더라니까. 아직까지 박혀있는 노란알갱이들이 소리쳤어. 지옥에서 보자! 변기물 촉촉이 젖은 상태로 네 입에 들어가 주겠다!
후. 아직 6개 남았는데 꾸역꾸역 먹어야겠지 뭐. 이번 일로 뼈저리게 느꼈어. 과일은 작은 게 좋다! 우리가 흔히 보는 자그마한 귤이 너무 그리워! 어오...천혜향 농가한테 피해주려나. 에잇. 할 말은 해야지! 1인 소비시대라고 하는데 천혜향은 너무 크다구요 농민 여러분!
작은 것에 대한 그리움이 일어났지. 미깡? 할머니는 그렇게 불렀는데, 엄청 작은 귤. 껍질째 먹는 거 있잖아. 낑깡? 아하 그렇게 부르는구나. 얼마나 좋아. 한입에 쏙쏙 들어가고. 방울토마토야 너무 흔해졌으니 패스! 할아버지집에 엄청 작은 사과가 열리는 나무가 있었거든. 살구랑 교접했나? 정확한 건 모르겠어. 그것도 그립고.
그래! 소위 짜투리 등급외 판정 받는 것들 있잖아. 그냥 자연에서 큰 것들, 고구마도 쪼그라든 거시기처럼 한입거리인 것들. 오히려 이런 것들이 앞으로 각광받지 않을까? 내가 농사짓는다면 요런 귀여운 것들로 밀고 가겠어. 비료도 가지치기도 필요 없겠지? 자동으로 무농약마크도 딸 수 있겠다.
이렇게 장밋빛 미래를 그려보지만 이미 경쟁자가 있더라고. 신선물 제외하고 모든 식품업체! 경쟁자가 뭐야 이미 선구자들이지. 혼자 사는 이들을 위해 최저의 량을 제공합니다. 부족하면 질소를 드세요!
아무튼. 이번 일로 반성했어. 크고 거대한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란 걸. 오히려 보통보다 작은 게 좋을 수 있지. 뭐가 있을까. 흐음. 아랫도리? 작으면 한 입에 쏙 빨 수 있고, 뒤로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크흠. 이건 내가 판단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가슴? 글쎄, 전 작은 가슴을 가진 여자가 좋아요. 그녀의 심장소리를 더 가까이 들을 수 있으니까요. 오우! 인터넷 어디서 봤는데 누가 말했더라.
전 가슴이 작든 크든 모든 여성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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