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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스케일링 TV2019.03.29 PM 09:42
스케일링 TV
앞니 뒤가 근질근질 하네. 잇몸과 치아가 맞닿는 부분 있지? 스케일링을 받아야 하나.
어릴 땐 그렇게 치과를 들락날락 했는데 중학교 이후론 근처에도 가지 않았어. 정말 다행이야. 아직까지 썩은 것도 없고. 다만 사랑니 부근 잇몸이 부을 때가 있는데 참고 넘어가. 뒤로 앞으로, 옆으로! 솟은 건 아니니.
어른이 된 후 딱 한번 치과를 간 적이 있는데, 군에 있을 때였지. 죠스바를 먹는데 투둑하면서 돌가루 같은 것이 떨어져. 깜짝 놀라서 거울을 봤지. 세상에, 앞니 중에서도 아래에 있는 작은 녀석들 뒷면이 떨어져 나간 거였어.
수요일마다 군병원에 갈 수 있었거든. 그 날이 빨리 오길 기다리며 제대로 씹지도, 칫솔질도 하지 않았어. 소중한 앞니에 금이 갔는데 어떻게 손을 댈 수가 있겠어. 근데 이상한 거야. 이가 이 꼴이 났는데도 하나도 안 아파. 신의 축복인가? 내 딴엔 이거 신경까지 작살나서 아픔을 못 느끼는구나 비관했지. 흑흑.
수요일, 기다리던 군병원에 갔네. 군대병원은 여성분들도 대충 들어봤을 거야. 돌팔이, 야매의 천국! 병 고치러 갔다가 붙이고 오는 곳. 내 선임 중 한 명은 사랑니 뽑을 때도 기어이 휴가 써가며 민간병원에서 뽑았어. 난 그럴 수 없었지.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민간과는 차원이 다른 장점이 있거든. 바로 공짜! 양잿물 시원히 원샷 해보는 거야! ....가족들 걱정시키는 것도 싫었고.
이렇게 겁먹고 도착했지만 막상 가보니 괜찮더라고. 군에서 좀처럼 맛보기 힘든 평화로운 오후 3시의 햇빛을 받을 수 있었지. 혈압 재는 간호사 누나도 보고. 아 물론 이빨 엑스레이 찍을 때는 친절한 남자 병사님께서 해줬어. 크흠.
의사쌤이 엑스레이를 보더니 이가 멀쩡하데. 단지 치석이 떨어져 나간 거라고 했지. 치석? 그 세균과 석회질과 음식물이 이빨에 굳은 걸 말하는 건가요?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부끄러웠지.
스케일링을 받으래. 처음엔 스케일링이 뭔지도 몰랐어. 받으라니 받아야 되는가 보다 하고 예 예 했지. 정말 간단했어. 치과 의자에 누워서 한 10분 있었나? 드릴소리는 요란한데 하나도 안 아팠어.
치석이 떨어져나간 앞니 뒤쪽을 보는데 적응이 안 되더라니까. 앞니가 이렇게 작고 얇은 걸 그 날 처음 안 거야. 혀로 만졌을 때 송송 구멍이 느껴져. 지쟈스! 중대장한테 추잡한 놈이라고 한 소리 들었지만 그것도 아무렇지 않을 개운함이었지.
평생 처음이자 지금까진 마지막이었던 스케일링. 그 이후론 하지 않았어. 왜냐고? 3주면 원상복귀던데! 마치 상처가 재생하듯 그 자리 그대로 붙더라니까. 내가 칫솔질을 게을리 했으면 할 말이 없지. 근데 당시 밥 먹으면 열심히 이 닦아야 했던 군인이었거든. 왜지? 칫솔질 자체를 엉터리로 하는 건가?
1년에 한번은 건강보험이 적용돼서 만 원 정도면 받을 수 있대. 흠. 만원이라. 홈플러스 닭다리살 순살 닭강정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래도 받아 봐? 백수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은 이도 3일에 한번 닦는데? 그것도 치약 없이 칫솔질만.
병원보다 싸면서 지속적으로 받는 방법 없을까? 항공모함까지 판다는 인터넷쇼핑몰에서 찾아보니 스케일링 도구를 팔더라고. 5천 원짜리 쇠갈고리부터 20만원이 넘는 치석제거기까지. 어라, 강아지용은 13만원이나 하네. 사람거 보다 더 비싸잖아!
그 중에 눈에 확 들어오는 건 2만 원짜리 전동 치석 제거기인데, 매우 중국틱한게 걸려. 에잇, 전동칫솔도 샤오미가 잡고 있는 세상인데 아무렴 어때! 가즈.....여기 치과선생님 안 계십니까! 사도 괜찮나요!
아무튼, 잘하면 치석 잘 쌓이는 체질을 이용해서 생활비도 벌 수 있을 거 같아. 그 있잖아. 여드름이고 귀지고 무좀이고 종기 파내는 영상. 치석도 비슷한 느낌일 거야. 더럽지만 왠지 시원한. 묘한 중독성이 있는.
푸슝푸슝. 2달 동안 모은 치석 오늘 제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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