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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기브앤 노!테이크2019.04.26 PM 10:34
기브앤 노!테이크
김성태 의원 딸이 KT에 부정채용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실 그리 충격 받지 않았어. 워낙 예상했던 결과물이라서 말이지. 김성태 의원을 두고 하는 소리는 아니고. 소위 사회에서 힘 좀 쓴다는 분들이 취업시장에도 개입한다는 건 소문으로 이미 익히 들었으니까.
연줄과 빽으로 이루어진 사기가 이것만은 아니겠지. 강원랜드에는 정말 자기들의 랜드를 건설했고. 공기업뿐만 아니야. 돈에 목숨 걸어야 할 사기업조차 부탁하니 들어가더라고. 한국경제 논설실장이나 되는 분도 자기 따님을 GM에 꼽았지. 중간에 박수환이란 로비스트를 이용해서.
근데 왜 하필 GM일까? 김성태 의원이야 과거 KT에서 일하기도 했고, 사장급 대우를 받았다고 하니 그 쪽에 찌른 게 당연해. 근데 GM은 이해할 수가 없단 말이지. 거기가 꼽아가면서까지 가야 될 기업이야? 한국 철수설까지 나오는 곳이던데? 명색이 한국경제 논설실장이라는 분께서. 경제에 빠삭한 분이잖아. 이런 분의 안목이 고작 이것밖에 안 되다니. 허허, 한국 경제 앞날이 정말 암울하네.
또 하나 이해 안 되는 건, 높으신 분들이 뭐가 부족해서 자기 자식 일반기업에 들어보내려고 수작까지 부릴까. 공기업, 대기업 취직이 그렇게 위대한 거였어? 상사 눈치 보고, 월급쟁이 생활이? 호오. 내가 취직 못하는 이유가 있었네. 꿈이 너무 컸던 거야. 국회의원, 신문사 간부의 자제들이나 가는 곳인데. 후우...
정말 인맥이란 무시무시해. 얼굴 좀 안다고 대우가 달라지니. 유교의 가족주의 영향 때문인가? 이번 건은 찌르고 받는 분이 가족은 아닌데. 흠.... 평소 아름아름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돈독해진 우정 때문일까? 대체 그 유대감은 어디서 오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그런데 말야, 여기에 대한 정답을 게임하다 알았어. 내가 한 게임이 특별한 건 아니고, 보통의 게임과 비슷해. 언제나 전지전능한 주인공이 세상을 탈탈 털어먹는 내용이지. 거기서도 여러 부탁을 받거든. 인사 청탁? 아니. 이 정도야 귀여운 수준이지.
친구, 우린 돈이 없어요. 훔쳐요. 오케이 시스터. 널 위해서 다 털고 올게. 헤이, 카산드라. 날 괴롭히는 농장 주인이 있는데 처리해 줄래? 오케이 브라더. 넌 내 친구잖아. 잠시 후 주인공은 평화로운 포도농장을 피바다로 만든 후에 돌아오지. 그저 자기 친구 좀 거슬렸다고. 오, 카산드라. 역시 넌 내 친구야!
여기서 주인공을 조종한 인간은 나란걸 부정할 수 없어. 아무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았지. 친구 부탁인데! 아는 사람 부탁인데! 화끈하게 처리한 후 짭짤한 사례금을 받고 친밀도를 올릴 뿐. 나도....똑같은 놈이구나.
방심하는 순간 본능과 같은 유대감에 정신을 잃어버려. 어쩌지? 일단 방구석외톨이라 현실세계에서 연습은 못 하고. 아, 게임에서 얻은 깨달음이니 게임에서 하면 되겠다. 앞으론 인맥에 휘둘리지 않는 주인공이 되려고!
절 위해 반란군 놈들을 무찔러주세요. 싫어요! 저 사람들은 사람 아닙니까? 이왕 말이 나와서 말인데 물러나야 할 건 깽판 친 여왕 당신이야! 허, 내가 재워 주고, 먹여 주고, 밤에 누드씬까지 보여줬는데 이걸 거부해? 이 퀘스트 안 하면 전설의 검도 못 받는데? 에잇! 난 공정 사회를 택하겠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알아주는 사람도 없어, 손해라면 손해랄까. 그래도 기쁘네. 죽기 전에 반성할 일이 하나 줄었으니. 겨우 게임세계일 뿐이지만. 인맥으로 올라가고, 인맥에 휘둘리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잖아. 지나가는 조폭도 할 수 있지. 진짜 사람이라면 주위를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들 거야. 청탁이 부끄럽게. 그리고 뉘우치게.
아무튼, 누구 하나 청탁 걸 수도, 수작 부릴 수도 없는 히키코모리는 오늘도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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