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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최고의 감성훈련 비결2019.04.27 PM 10:06
최고의 감성훈련 비결
호객행위. 어우! 사람 만나는 것도 드문 방구석인생에겐 버거운 일이지. 그 분들의 살짝 과도한 열정에 겁이 날 정도거든.
근데 나의 찐따력에 비해선 호객 면역력이 높은 편이야. 컴퓨터, 전자제품이야 부품 하나 따지는 젖문가 수준이지. 그 외 분야도 그리 겁먹진 않아. 호객행위도 사람을 가리거든. 돈 없는 백수에겐 감히 접근도 하지 않지. 특히 백화점에선 말야. 5개월 자르지 않는 머리에 추리한 셔츠면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으셈!
이 전법은 노량진수산시장에서도 잘 써먹었어. 노량진에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 만나러 갔을 때 수산시장을 돌았거든. 학원가랑 바로 붙어 있더만. 수산물이라곤 일도 모르는 남자 둘이 그 넓은 곳을 탐방했건만 잡는 사람 하나 없었어. 상인 분들도 아는 거지. 쟤들은 공무원 시험에 찌든 인생이다. 어구 불쌍한 놈들. 공부나 할 것이지 여긴 왜 왔데.
어릴 때 겪은 일도 내 호객대응력에 한몫 했지. 부산 국제시장! 깡통시장! 자갈치! 들어봤지? 그래, 북적한 거래의 장이자 다르게 보면 마의 호객지대! 그 바쁜 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어. 할머니가 거기서 장사를 하셨거든. 매일 저녁 장바구니를 들고 그 길을 지나갔지.
여기서 조언! 아무리 험난한 곳을 가더라도 할머니랑 함께라면 무서울 것이 없어. 공격 자체가 없으니. 오직 흥정만 있지. 갈치 얼만교? 이거에 이만원. 비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서셨어. 너무 자연스러워서 서로 간 감정도 안 상해. 아직 그 경지까지는 올려다 볼 수도 없지만, 쿨 정신만은 영원히 내 속에 이어질 거야.
깡통시장과 자갈치는 할머니의 영역이었지. 근데 저기 국제시장 아래, 옷하고 신발 파는 곳은 그 분의 힘이 미치지 못 했어. 위험지역! 서울로 치자면 동대문이랄까. 얼마나 호갱을 당했는지, 하. 가죽도 아닌, 비닐구두 하나에 10만원을 줬다면 믿어져? 그게 나였어. 흐흐흐흑. 학생 한번 보고 가. 싸게 해 줄게. 이제 대학 간다고? 가방도 새로 사야겠네. 예예. 노브랜드 가방 3만 6천 냥 날아갔고요.
이 분야에 면역력을 높인 것은 친구 덕이었어. 목소리는 하이 톤에 붙임성 좋은 남자 친구. 겨울날 공원에 놀러갔을 때 팔짱 낀 게 아직도 기억나네. 워호. 그땐 순수해서 무슨 의미인지도 몰랐어. 추워서 그런가 했지. 나도 좋았고. 아, 팥빙수도 같이 먹었는데. 궁금해? 이건 다음에 말해줄게.
아무튼, 그 친구와 다시 국제시장을 갔을 땐 신세계를 봤어. 호객하기 전에 미리 선수 치는 압도력! 1번? 2번? 3번?? 오, 맙소사. 4번을 내려치는 흥정까지! 솔직히 말할게. 이건 타고나는 거 같아. 난 도저히 이렇게 할 자신이 없어. 혼자 갈 땐 어쩌겠어. 백수전략으로 회귀할 수밖에. 지갑엔 오직 1만 2천원만 들고 가는 거야. 돈 없으면 다 포기하거든. 갑자기 그 친구 보고 싶네. 일본에서 잘 살고 있으려나.
전자상거래가 일반화 된 오늘날에는 호객 당하지 않을까? 근데 아닌 거 같아. 뽐뿌, 지름게시판만 봐도 엄청난 호객력을 볼 수 있잖아. 그 뿐이야? 칭찬 가득한 블로그, 광곤지 리뷰인지 헷갈리는 영상들까지. 현실 호객처럼 사람 면상 바라봐야 하는 두려움은 없지만 정신줄 놓으면 탈탈 털리는 건 똑같지.
흥정도 필요해. 특히 돈 한 푼이 소중한 분들에겐. 중고나라! 자, 이 님은 뭘까요! 또로로록. 사기꾼! 축하합니다, 당신은 16만원을 날리셨습니다. 끄아악! 더치트 조회까지 했건만! 사기는 그렇다 치고 뚜껑 열리는 일이 한 두 개야 말이지. 상태 좋다면서요? 좋잖아요? 기스 다 나 있는데요? 사진을 잘 보셨어야죠. 지금 시청역 앞에 왔어요. 어디세요? 응, 안 팔아. ......야이! 신뢰범위 5%인 수박바야!
후우....근데 호객행위다 흥정이다 좋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극혐하진 않아. 아마...할머니 때문일까? 할머니도 내복 하나, 런닝 하나 팔기 위해 노력하셨어. 보고 가세요. 도매가입니다. 아이고 남는 거 없는데. 호객을 당하는 입장도, 하는 입장도. 넓게 보면 다 아웅다웅 세상 살아가는 모습이구나. 사람 냄새 나는.
그래도 이왕이면 좋은 사람 냄새 맡고 싶네.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사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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