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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유아독존2019.05.01 PM 10:06
유아독존
선풍기를 한 대 질렀어! 경축! 방구석 백수의 장점을 살려 인터넷에 있는 리뷰란 리뷰는 다 보고 결정했지. 가전 쪽이라 그런지 엄마들 리뷰가 많더라고. 아기바람~ 우리 애가 참 좋아해요. 에헴. 썩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협찬 느낌이 물씬 났거든. 내가 숫자에 민감한 스펙충이기도 하고 말야. 그 있잖아. 소비전력 몇 와트, 소음은 몇 데시벨 해야 믿는 거.
여기서 잠깐. 맘카페?, 육아블로그를 운영하는 부모를 쉐어런츠라 한대. 쉐어는 공유, 런츠는 패런츠, 부모. 공유부모? 잘못하면 패드립으로 들리겠다. 아무튼 공영방송에서도 육아를 공유하는 이 시기에, 여기에 대해 태클을 거는 기사가 보이더라고.
부모에게 침해당한 애들의 사생활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배변연습이라며 힘주고 있는 모습, 배고파서 울음 터뜨린 장면까지. 너무하잖아. 애가 커서 성형이라도 해 봐. 그런데 블로그에 올라온 아기모습 때와 너무 다르네? 자기야, 왜 어릴 때랑 얼굴이 달라? 눈 밑에 애벌레는 넣지 말지. 우리 아기는 나 닮아야 할 텐데. 호우!
사실 큰 문제는 없을 거로 봐. 남의 자식 그렇게 뚫어지게 볼 때가 있어? 없잖아. 발가벗은 사진 아니고서야. 응? 왜? 아이! 내가 애들이랑 지내봐서 확실히 아는데 소아성애자는 아니야! 단지 꼬꼬마 시절 추억 때문에 그렇다고. 유일하게 여자 나체를 본 게 네 살인가 다섯 살인가 부산 송도해수욕장에서였거든. 희미하지만 사진 한 장처럼 남는 그런 기억. 어.....내가 무슨 말 하고 있었지? 그래. 요즘, 밑에까지 깐 모습 공개할 정도로 관종인 부모는 없잖아.
자! 허잇! 계속 말하자면. 아이를 위해서 인터넷에 올릴 필요는 없을 거야. 추억을 남긴다면 그저 자기 카메라나 컴퓨터 안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편하기도 하고. 업로드 하려면 보통일이 아니잖아. 사진 하나 찍으려면 각도 재고, 조명 보고, 표정 안 좋으면 좋아질 때까지 달래서 다시 찍고. 영상은 더 하지. 촬영하고, 편집하고, 효과 넣고, 압축하고, 유튜브에 올리고, 댓글 달리면 하트 달아주고. 헉헉.
뭐, 애 보면서 소일거리로 하는 것일 수도 있어. 근데 살짝 걱정 돼. 애가 주인공이 아니라 부모가 주체가 될 까봐. 육아영상 보면 마치 LG 스마트폰 언박싱 영상이랑 똑같아 보이거든. 자 오늘 영상은 짱구 옹알이에요. 우에에엥! 아주 우렁차죠. 건강한 뜻이랍니다. 쓰읍.
내가 이렇게 애를 잘 본다. 내 새끼가 이렇게 예쁘다 전시하는 장. 사랑스럽고 예쁘니 자랑하고 싶겠지. 이해해. 근데 관심이 없어요! 학예회, 요즘은 성과발표회라고 하더만, 가서 남의 자식까지 4K로 촬영하는 분 있어? 없어! 간혹 아이돌 뺨치는 외모를 가진 애를 보면 오~ 하겠지만 그 뿐이라고. 그 보다 내 아이 율동 봐야 하지.
내 사진, 내 영상 갖고 남이 광고비 받아먹는 것처럼 속 뒤집히는 경우가 없을 거야. 아무리 부모자식 사이라도 그렇지. 애 사진, 애 영상이라면 저작권은 애한테 있잖아. 본인 허락하기 전까진 고이 모셔두자고. 그러다 애가 오케이하면 풀고. 누가 알아. 세계적 장난감 유튜버가 될지.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짱구의 장난감 지름 채널! 본 채널의 모든 수익은 저에게만 있습니다. 갓난아기 때 동의 없이 푼 영상요? 차차 상환 받을 겁니다. 에헤헤헤.
아무튼. 내 고추, 머리에 주사기 꼽은 사진 공개하지 않은 부모님께 이 자리에서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기억은 사랑하기 때문에 가치 있는 거 같아. 저 사랑스런 녀석이 나라니. 나도 귀여운 때가 있었구나. 언젠가 만날 수 있을까? 내 어릴 적 모습을 사랑스럽게 봐줄 사람을. 좋아요가 아닌....
알았어. 꿈 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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