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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아지오2019.05.04 PM 11:28
아지오
오덕에 대한 편견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있는 거 같아. 오덕, 오타쿠. 사람보다 애니 캐릭터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 혹자는 오덕들이 3D보다 2D를 더 좋아한다는데 그건 아냐. PVC 재질의 미끈한 다리에 말캉말캉한 실리콘 가슴 미소녀 피겨를 못 보셨구나. 진짜 철로 만든 로봇은 어떻고. 초합금혼!
누군가, 아니, 어떤 캐릭터를 좋아해서 빠는 거야 만국공통 아닌가? 전 세계 방탄 팬들도 넓게 보면 오덕이겠지. 문화의 중심 오덕! 돈도 많이 쓰지. 팬심으로 대동단결. 점심은 굶을지언정 강렬한 소비생활은 계속 돼. 이래도 철없는 애늙은이들이라 할 수 있겠어? 내 눈엔 인생 제대로 즐기는 소비주역으로 보이는데?
이 오덕 마케팅이 글쓰기 직종에도 들어왔어. 요새 서점 시집 코너 가 봐. 여기가 서점인지 아이돌 굿즈 판매하는 덴지 헷갈린다니까.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볼펜 증정. 사진엽서 포함. 표지만 바꿔서 똑같은 시집을 4권이나 주는 혜자같은 혜자아닌 구성까지! 그리곤 가격 3만 3천원. 대놓고 윤동주 빠를 저격한 상품이잖아. 이런 한 놈만 걸려라 하는 걸 누가 사냐고? 내가 바로 그 호갱이다! 음머~.
후우. 윤동주 형님이야 영원한 청춘에 워낙 인물이 좋으셔서 그럴 수도 있어. 암. 오덕 마케팅 통할만 하지. 근데 이젠 시집도 모자라서 정치권까지 오덕마케팅을 하더라니까. 우리 매력적인 박근혜, 나경원 누나는 아니고. 노무현 대통령! 10년 전에 돌아가신 분이 왜 이렇게 덕후 파워는 세세요!
대표적으로 봉하 쌀. 10KG에 4만 8천원이나 하지만 어때. 비닐 봉투에 노짱 얼굴이 딱 들어갔는데 사야지 뭐. 그래도 쌀은 이해할 수 있어. 농약도 비료도 안 쓰고 오리가 키운 쌀이니까. 한번쯤은 먹어볼 만하잖아. 서민적인 대통령 마크가 들어간 서민적이지 않는 쌀이라. 찜찜하지만 빠심으로 통과!
이제 본격적으로 한정 굿즈로 넘어가자고. 구찌 아닌 굿즈. 빠 용품. 올해는 10주기 제품들이 기다리고 있어. 우선 알록달록 색깔별 티셔츠! 1벌당 1만 8천원. 흠, 가격을 보니 최소 60수 이상 고급 실 썼겠다. 아니라면 실망인 걸! 어이쿠, 에코백도 노랑, 파랑, 남색 3종으로 내놨네. 환경을 위해 집에 에코백을 버리고 새로 삽니다. 키야, 감성 키링! 배지도 빠질 수 없지. 뭐야? 아, 기분 좋다! 소주잔, 맥주잔까지 있잖아! 마일리지 한정이라니! 노빠들이여 모두 지르세!
정말 다행이야. 노무현 덕후가 아니라서. 근데 뭔가 아쉬워. 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대통령인데... 다른 대통령들이야 회장님 느낌이지만 노짱은 잘 들어줄 거 같거든. 연설도 시원시원하고. 정치색이나 정책을 떠나서. 서거 10주년. 백수지만 작은 덕질을 하고 싶었어. 5천원 이하 제품이 없어서 포기했지만. 어디 서민적인 굿즈 없나.
좋아. 오덕상품들. 노무현 재단도 먹고 살아야지. 서울에 시민센터도 건립해야 되고. 다만 걱정인건 덕후 상품들은 언제고 현자타임이 올 수 있거든. 덕심이 사라지고 합리적 경제인이 되는 순간. 그 소중하게 여겼던 기념품들이 모두 부질없는 것이 돼버리지. 아항? 지른 액수가 클수록 그 시기는 빨리 오고 후유증은 더 커져.
왜 그리 확신 하냐고? 내가 단순히 윤동주 빠였던 건만은 아냐. 백수가 아니라면 아직까지 오덕생활을 즐기고 있었을 걸! 빠심은 결국 품질과 가격 저울질에 이기지 못해. 그러니 오덕 상품을 팔면 팔수록 책임감이 막중해 지지. 팬들에게 항상 좋은 모습 보여야 할 거야. 노짱, 아니 노무현재단 모든 사람들아!
오늘 애기는 뭔 소린지 나도 정리가 안 되네. 아무튼 여기까지 정리하면 노짱굿즈 비싸서 배 아프다는 거였고.
여기부터가 진짜 이야기! 걱정돼서 하는 말이었어! 아지오 구두! 아지오 구두 아시려나? 문대통령 구두, 청각장애인들이 만든 구두, 유시민과 유희열이 광고한 구두! 한번 망했다가 다시 일어섰지. 여기엔 문빠들의 지원이 99.8% 이상 차지할거야. 장애인 분들도 돕고. 좋지!
근데요! 잘못했다간 잠깐 반짝하는 오덕상품 꼴이 날 것 같거든요! 제품들이 모두 20만원 이상이야. 고급품이지. 안쪽 바깥쪽 다 천연가죽이고 맞춤 재단인거까진 좋아. 그 외엔? 흠. 냉정히 말해 금강제화 구두보다 좋은 점을 모르겠어. 송아지 가죽 제품? 없어. 가죽창 제품? 없네. 고급구두에 쓰이는 핸드쏘운 웰트나 볼로냐 제법인가? 아니! 그냥 밑창 풀로 붙이는 시멘트 방식인걸.
이건 아냐! 문대통령 임기도 이제 2년밖에 안 남았다고. 또 쓰러질 순 없잖아. 소비자는 냉정해. 장애인 사회복지기업이라고 봐 주지 않아. 특히 나는! 백수생활로 다져진 소비감각을 물로 보지 말라고! 여기 주머니 사정 어려운 분들도 다 그렇지?
아지오 모든 분들. 더 달리셔야 합니다. 백수 마음까지 사로잡는 제품을 만들어 주십시오.
협찬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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