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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새야 새야 2019.05.12 PM 10:53
새야 새야
난 아직 동학농민 혁명이라는 말이 입에 붙지 않아. 동 학. 혁. 명. 밑에 받침이 세서 그런가. 어제가 동학 농민 혁명일이었거든. 네이버에서 배너로 안 뛰어 났으면 몰랐을 거야. 올해 처음으로 기념일이 됐다네.
왜 하필 5월 11일일까? 알고 보니 동학 관련 지역 지자체에서 추천을 받았더군. 고창에선 4월 25일, 부안은 5월 1일, 전주시는 6월 11일. 왜 이렇게 다른고 하니 각자 자기 고장에서 일어난 일 시점으로 추천해서 그래. 이를테면 전주는 전주화약일을 밀었고. 아무튼 최종 결정된 안은 정읍시가 제출한 5월 11일, 황토현 전승일.
황토현 전승일은 몰라도 고부군수 조병갑은 얼핏 들어본 것 같지? 조병갑을 족치자 관군이 진압하러 왔는데, 이걸 황토현에서 개박살 낸 날이야. 황토현은 지금 정읍 근처라네. 이후 농민들 사기야 정말 대단했을 거야.
전승일이라...왜 근데 난 패전일을 기억하고 싶을까. 11월 20일부터 시작된 우금치 전투. 일본군 기관총 앞에 금강이 시뻘겋게 변했다는 전투. 안타까워. 그리고 허무해. 모든 동학 사상이 구차해 보일 정도로.
이 울분은 모두에게 향하지. 전봉준 장군에게도! 당신이 들고 일어난 목표가 뭡니까? 고통 받는 농민을 위한 것이었나요? 아니면 한 자리 잡수고 싶어서? 남북분단도 전에 이미 북접이다 남접으로 나뉘고. 거기서 또 흥선대원군파랑 급진개혁파가 나뉘고. 완전 바른미래당 보는 거 같잖아.
민비를 비롯한 경복궁에 있는 작자들도 그래. 청나라, 일본 다 끌어들여서 자기 나라 백성 학살하고. 씹어죽일 놈이라 전두환을 욕한다면 민비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 아무리 전또라이도 미군 불러서 우리 국민 학살했다는 소린 없잖아. 민비 이 수박. 아으, 황후께선 보면 볼수록 일제침략 원흉이야!
후우. 아무튼. 어, 동학으로 돌아가서. 동학! 교과서에서도 배우는 종교인데 뭔가 아리송 해. 교리를 들어보면 좋아. 시천주, 인내천! 사람이 하늘이다! 향아설위는 뭐야. 어...아무튼 이것도 좋은 말인데. 제사는 나를 향해 지낸다! 또 뭐 있더라. 경인, 경천, 경물! 우주는 모두 한울님이니 다 존경해라. 좋네!
근데 이 사이비스러운 기운을 떨칠 수가 없어. 창시자 최제우부터 그래. 하늘의 소리를 들었다는 거야. 천서! 무극대도! 잠깐만요. 이거 어디서 많이 본 패턴인데. 빵상? 빵빵 또로로로. 정말 간절히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줍니다. 꿈은 이루어집니다! 근혜짱! 근혜짱!
다행히 모세가 들은 10계명처럼 정신 나간 수준은 아니니 괜찮은 걸까? 그래도 이상해. 인내천이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데 왜 교주가 있지? 요즘은 교령이라고 하더만. 이상한 무늬 새겨진 특별한 옷 입고. 어, 주문이 있고. 기도가 있고. 거기다 일요일에 예배드리는 건 어느 종교랑 똑같네? 거기다 성금 내는 거 까지? 호우!
마치 순한 맛 기독교를 보는 듯 해. 사랑하십니다. 안 믿는 사람도, 물건까지도. 종말은 없습니다. 죽으면 다 한울님으로 돌아갑니다. 좋은데.... 왜 끌리는 맛이 없을까? 아! 음식도 몸에 좋은 건 맛없지. 적어도 악마랑 천사가 치고 박고, 말 안 들으면 지옥불구덩이에 처박는다 해줘야 강렬한 맛이 나잖아. 이래야 신앙심이 무럭무럭 자라지.
그런 점에서 동학이 천도교로 간 건 아쉬워. 아무리 봐도 반대로 가야 흥할 거 같은데 말이지. 아무튼.
승전일이 기념일이 됐건만, 씁쓸함 가득한 동학농민혁명 날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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