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린풍자쇼] 집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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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빵

여름이 되니 별별 불청객들이 창문을 뚫고 와. 모기, 술 먹고 소리치는 아저씨, 붕가하는 고양이들. 어오. 이것들은 그나마 참을 만 해. 진짜 미치겠는 건 따로 있지. 301호에서 올라오는 담배냄새!

돌아버리겠어. 그 역겨운 냄새! 내 소중한 피겨짱이 소리쳐. 주인님, 담배냄새 배겨요! 담배 피는 여자는 중고시장에서 안 팔린단 말이에요! 냄새뿐인가? 왜 애꿎은 내가 발암물질을 드링킹해야 하는 건데. 아오!

따지진 못했어. 알잖아. 나, 방구석 여포인거. 사람 얼굴 마주보면 한 마디도 못 하지. 에휴. 그저 냄새 올라올 때마다 기침소리만 냈어. 콜록콜록. 효과는 당연 없었고. 조지콜린 센세 말마따나 빠따든 죠페쉬가 그리웠어. 우리나라엔 누가 있을까. 마동석? 마동석은 생각보다 순둥하게 보이던데. 그래. 강호동 좋다! 지금 말고, 중3 버전 강호동. 아그야, 내려가서 한 마디 하고 온나. 그 날로 문제 해결. 아,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현실은 죠페쉬도, 마동석도, 강호동도 없는 찐따지. 그래도 당하고만 있을 순 없잖아. 복수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 밤마다 쿵쿵 거리기는 안 돼. 우리 집은 402호거든. 옆이야. 흐. 오징어를 하루종일 구워? 이것도 옆집에만 데미지를 줄 텐데. 옆집엔 주인아줌마가 살고 있고.

인터넷을 보니 밖에 선풍기를 설치한 경우도 있더라고. 호오. 받은 만큼 돌려준다 정신 좋아. 근데 설치하려고 보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냐. 전기선이며, 선풍기며, 고정은 어떻게 해. 크으. 정녕 이대로 간접흡연의 희생양이 돼야 하나!

그래! 법대로 하자! 이 끔찍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법 말곤 보이지 않았어. 담배냄새 관련법이 뭐가 있나 살펴봤지. 그 중 첫 번째가 국민건강증진법이야. 제 9조 5. 공동주택의 거주자 중 2분의 1 이상이 그 공동주택의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을 금연구역으로 정하자고 하면 금연구역이 된다. 키야!

여기서 문제. 공동주택이 뭐지? 내가 세들어 사는 집은 여러 명이 사니까 공동주택인가? 그래서 찾아봤어. 공동주택이란? 건축법 시행령에 따른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을 말한다. 야! 아이 환장하겠네. 찾으니 더 모르는 말 3개로 말해놨어. 아파트는 뭐 그냥 아파트겠고. 연립주택하고 다세대주택은 뭐야? 끄이익!

자, 두 걸음 더 들어가서. 아파트는 5층 이상 건물이야. 왜 5층인지는 모르겠어. 아무튼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은 4층이하 건물인데 둘의 차이는 크기라네. 면적이 200평 이상은 연립주택, 이하면 다세대주택. 왜 200평이 기준인지 묻지 말아줘. 으히. 고생했어.

그럼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다세대주택이군 했는데...., 미안해. 더 있지롱! 한 건물이 주인이 여러 명이면 다세대주택, 한 사람만 있으면 다가구주택! 주인 아주머니 한 분이니까 최종 다가국주택! 쾅쾅쾅.

이 복잡한 추적 끝에 알았어. 난 국민건강진흥법에서 말한 공동주택에서 살지 않아. 그러니 투표고 뭐고 할 수 없지. 오피스텔도 마찬가지라네. 오피스텔은 업무시설로 분류된대. 그냥 사람 살면 사는 곳이지, 왜 이렇게 복잡한 거야? 뭐, 사정이야 있겠지만 불편!

그럼 공동주택에 사는 분들은 간접흡연에서 해방이냐? 여기 아파트 사시는 분. 자유롭나요? 아니죠? 그래, 현실은 만만치 않아. 복도, 계단이야 막는다고 하지만 진짜 발암의 근원은 막지 못했거든. 화장실, 방안, 베란다! 진짜 문제는 여기서 올라오니까.

이것도 막는 법이 있긴 한데 애매해. 공동주택관리법 20조 2. 공동주택에서 사는 사람은 발코니, 화장실 등 건물 안에서 흡연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력해야 한다! 피우면 죽는다가 아니라. 그나마 다행인 건 관리주체가 있으면 피우지 마세요 권고할 수 있다는 정도랄까. 아아, 관리사무소에서 알립니다. 301호 발암물질 배출을 중단하십시오. 왜 계속 펴요. 전쟁이다!

크흠. 오늘 말이 길었지? 갈 땐 가더라도 법 두 개 쯤은 괜찮잖아. 아무튼. 이제 난 담배연기에 찌들어 살아야 하나? 근데 뜻밖에 구세주가 나타났어. 단 한방에 이 모든 일을 해결하신 분. 바로 주인집 손녀딸!

지지난주 주말이었지. 평소 내 방 맞은 편 창문은 항상 닫혀있었는데 그 날은 활짝 열려 있었고, 아기 옹알옹알 소리로 가득했어. 가정의 달을 맞아 집에 왔나 봐. 그 아기는 기적을 보여주었지. 앵알앵알. 아앙! 어구어구, 울지마라. 킁킁. 어디서 담배냄새가 나노? 새댁요! 집 안에서 담배피면 안 되지! 애 운다 아이가! 필라믄 저 나가서 피라! 그 날 이후론 깨끗한 미세먼지만 가득해!

호우! 주인아줌마 사랑합니다. 아기야 자주오렴. 그날 처음 알았어. 301호에는 신혼부부가 산다는 걸. 남편이 피는지, 아내가 피는지, 아니면 둘 다 흡연충인지는 모르지만. 신혼의 신음소리야 얼마든지 들어줄텐데.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 왜 주인이 한명인 주택에선 간접흡연 관련법이 없는지 알았고. 주인 마음대로니까!

간접흡연 없는 세살이를 하고 싶어? 주인이 비흡연자인지 확인해. 같은 건물에 사는지, 주인집으로 통풍은 잘 되는지 살펴보고. 담배 없는 세상을 쟁취할 수 있을 거야. 길빵충, 베란다충, 방안충, 화장실충이여 안녕! 주인이 흡연자다? 인생의 좋은 경험이다 생각해야지 방법이 없습니다.

흡연자들 억울해? 후훗. 이미 당신네들은 인구에 20%밖에 안 되는 소수일 뿐이야. 더 줄어들고 있고. 결국 백만 백수군단에게도 발리게 될 걸. 국가도 이미 당신들을 버렸어!....왜 째려보고 그러세요. 중3 강호동 소환해요?

주인아줌마! 쟤 담배 펴요!

[사카모토마야]

하... 시벌....
몇개월동안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문제인데
본인들 담배 피면서 미세먼지 쳐 걱정하는 짜증나고 몰상식한 인간들

[풍신의길]

잘 해결되셨으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