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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빈자의 공정무역2019.06.03 PM 10:58
빈자의 공정무역
블러드 다이아몬드. 피의 다이아. 한번쯤은 들어봤을 거야. 영화로도 나왔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2007년도에 나왔네. 아무튼 분쟁광물! 지금까지 계속 기사에 올라오는 거 보면 상황은 그대로인 거 같아. 아니면 더 막장이 됐거나.
탄탈, 텅스텐, 주석, 코발트, 다이아, 금. 이 중에서 다이아, 금이야 못 가져서 안달 난 거라 치고, 그 외에는 생소하지. 근데 여러분 주머니에 다 있어. 폰! 이것들이 주로 쓰이는 데가 반도체, 전기 회로, 리튬전지거든. 후우. 우리나라가 반도체 대국이잖아.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겠는 걸.
크아악! 이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심각한 내적갈등에 빠졌어. 분쟁광물? 어쩌라고! 아프리카에서 내전을 하든, 애들이 굴러먹든, 강간 당하든, 노동착취가 이루어지든, 고릴라가 죽어나가든 무슨 상관이야! 내 살기도 어려운데. 치고 박고 싸우라지. 대신 광물은 쪽쪽 빨아서 값 싼 핸드폰 만들자. 경제발전 이룩하자. 나도 좀 편하게 살아보자!
워호. 그래도 다 같은 사람인데,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 차라리 몰랐다면 좋았을 것을. 안 이상 뭐라도 해야지. 어떻게 하지? 망막해. 할 수 있는 게 보이질 않아. 군대 나온 경험을 살려 콩고내전에 참전해야 하나? 아싸리 정부군이고 반군이고 다 족쳐서 평화로운 나라 건설? 캡틴 코리아가 아닌 이상 어려운데...
그렇다고 핸드폰을 안 쓸 순 없잖아. 유튜브로 영상 보고, 유머게시판도 봐야 하고, 게임도 하고. 전화나 메시지는 친구가 없어서 할 필요 없지만. 그나마 타협점이 폰을 오래 쓰는 건데, 자유 시장 국가에서 소비까지 눈치 보며 하기엔 그래. 2년마다 폰 바꾸는 사람한테 괜한 죄책감 주기 싫어. 아, 참고로 난 5년 전에 나온 LG폰을 아직 쓰고 있지. 뭐, 그렇다고. 크흠.
공정무역은 어떨까? 스타벅스에서 공정무역 원두 판다며? 근데 분쟁광물에는 적용이 안 될 거 같아. 우리가 공정무역 탄탈, 코발트를 볼 기회가 있나? 어떻게 생긴 지도 모르는데. 아마 우리나라에서 재용이형 빼고는 다 모를 거야. 재용이형, 콜탄은 어떻게 잘 사고 계신가요? 고릴라 죽이고, 애들 착취해서 사는 건 아니죠? CFSP? 콘플릭트 프리 서플라이 체인에서 산다고요? 믿어요. 파이팅! 쌈바!
분쟁광물은 삼성, LG 회장님, 아니 부회장님께 맡겨두고, 일상생활에 쓰는 거, 먹는 거는 우리 소시민도 할 수 있을 거야. 포도, 망고, 바나나, 쵸콜릿, 커피, 옷, 그리고 축구공? 살 때 공정무역 제품 사는 일. 어디보자.....잠깐, 난 사 본 적도 없네!
아까 말한 스타벅스 원두야 내가 스타벅스를 가 본 적이 없으니 그렇다 쳐. 공정무역 제품을 어디서 파는지도 모르겠어. 여기, 내가 공정무역 제품 사봤다 손? 호오. 어떻게 구분해요? 마크가 붙어있구나. 광고를 보고. 아하. 여기 자상하고 선구적인 분께 박수!
마크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공정무역 인증이 2개더라고. 하나는 FAIR TRADE. 또 하나는 WORLD FAIR TRADE ORGANIZATION. 영어발음은 잊어 줘. 하나만 있어도 헷갈리는데 두 개가 있으니 덜컥하는 거야. 뭐지? 한 개는 사칭인가? 이런 생각도 들고. 실은 둘 다 공정무역 기관이야. 차이는....모르겠어. 하나로 합치면 안 되나?
아무튼, 과제 하나는 해결했네. 요 마크 찍힌 제품을 사면 애들이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 받는다. 그럼에도 아직 미심쩍어. 우리가 어떤 나랍니까? 사기의 나라 아닙니까. 겉만 번지르르하고 뒤로 등쳐먹는 경우가 한둘이어야지. 마크딱지 붙어있다고 해서 믿을 수 있나? 중간에서 다 빼먹는 거 아냐? 크흡. 어려워.
사례를 찾아보니 몇몇 경우엔 우려가 사실이더라고. 공정무역이라 해봤자 농부, 노동자들에겐 생각보다 혜택이 가지 않는데. 그도 그럴 것이, 공정무역 인증하는 데만 해도 돈이 들잖아. 신청하고, 조사받고. 이 뿐인가? 그럴싸한 포장비며, 감성 자극하는 마케팅비며. 조합이 또 하나의 권력기관이 돼버리기도 하고. 야!
결정적으로 가격! 크윽. 옳은 일을 하기엔 백수 주머니는 너무 가볍구나. 그냥 원두커피 1kg은 8900원. 공정무역 커피는 2만 7천원. 3배! 1.5배도 아니고 3배! 갑자기 현자타임 오네. 그래, 이것도 LG회장님과 삼성 부회장님에게 맡겨야 할 일이었어. 돈 좀 있는 분들....
에라이, 커피 안 마시고 말지! 원래 난 유자차 파였어! 전라남도 고흥에서 생산된 무농약 유자. 2KG에 8천원. 신토불이! 네팔 아주머니, 페루 할아버지, 르완다 꼬꼬마야. 미안합니다! 여러분 노동 없인 살 수 없는 몸이 돼버렸어!
어헉, 오늘 말이 너무 기네. 분쟁광물 이야기였는데 어쩌다 세계 노동 착취 문제까지 왔지? 어우. 내 알량한 개똥철학으론 다루긴 너무 버거워. 드러누워서 고민해봐야지 뭐.
뒷이야기는 내일!.... 언젠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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