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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떨리는 아침2019.06.05 PM 10:55
떨리는 아침
직장인들! 매일 반복된 일상,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출근하는 고단한 인생들. 다가오는 월요일이 무서운가? 월요일 좋아! 난 요일 관념 없는 백수니까. 크흡. 부러우면 지는 거.
사실 부러워 할 필요 없어. 적어도 나는. 백수지만 제대로 잘 수 없거든. 새벽 1시에 잠들어서 아침 6시에 깨는 빌어먹을 일상. 누가 보면 고3 수험생이나 열혈 직장인으로 생각하겠네. 으휴.
먼저 밤 11시 이전에는 잘 수가 없어. 집이 버스 지나가는 도로변 바로 옆이걸랑. 그것도 7대나! 집 살 때 어머니는 말하셨지. 바로 뒤에 버스정류장 있네! 교통 참 편하다. 맞습니다. 그러나 디젤기관이 으르렁 대는 소음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어머니! 겨울에야 창문이라도 닫으면 된다지만 지금은 여름이잖아? 안되잖아.
문제는 아침. 감미로운 버스소리에 깰 정도로 녹녹한 인간은 아냐. 오늘처럼 소독차 뿌아앙 소음 정도가 아니면 깨어나지 않지. 그나저나 새벽 6시에 소독차 돌아다니는 건 대체 누구 아이디어지? 불법 아냐? 다들 자는 아침에. 민원 넣으려다 귀찮아서 참았네. 아무튼.
소리가 안 되면 다른 걸로 깨운다! 바로 진동. 호우, 금전감각 뛰어난 주인 아주머니께서 옥상을 주차장으로 만들었네? 옥상에 주차장이라니 이해가 어려우실 텐데, 내가 사는 곳이 부산 산복도로걸랑. 엄청 가파른 곳에 집들이 모여 있지. 몇몇 집은 옥상 옆으로 도로가 나 있어. 흐익.
아침 여섯시마다 부들부들 벽이 떨려. 크게 흔들리는 건 아냐. 수압 빵빵한 호수 만지는 느낌이랄까. 그 푸들푸들 떨리는 느낌. 근데 이게 완전 호러영화 저리가라지. 100만년 동안 축적된 생존본능이 위험하다고 알리거든. 지진이다, 도망쳐.
처음엔 벽이 부실해서 그런가 싶었어. 그건 아니더라고. 에어컨 설치할 때 보니까 두께가 무슨 내 허벅지만 해. 적어도 무너질 염려는 없다는 거지. 안전하니 푹 잘 수 있나? 아니, 그 중후하고 조용한 떨림은 심리적으로 극복이 안 돼.
하루는 궁금해서 올라가봤어. 대체 어느 님께서 이 진동을 만드는지. 검은색 벤츠 S클라스. 호오. 달동네 주차장에 외국물 먹은 역삼 뚝배기 자동차가 왜 있는 거야? 기분은 괜찮았어. 잠 깨우는 녀석이 그래도 고오급 차니까. 더 놀란 건 차 주인을 알고 나서였지. 스님! 그래, 머리 빡빡 석가모니불 스님. 와, 교회 뺨치는 불교의 자본력! 대단합니다! 두상 잘생긴 분들은 스님 한번 고려해 봐. 당신도 벤츠 탈 수 있습니다.
여하튼, 그래서 이런 빡센 생활패턴에 갇힌 백수가 돼버렸지. 낮잠도 못자요. 졸다가 엄마한테 들켜 봐. 어이구, 지금 잠이 오나? 맨날 먹고 자고. 잘 한다. 흐윽. 어머니! 전 진짜 잠 부족 이라구요. 보세요. 몰래 게임하면서도 졸잖아요. 응?
내심 그런 생각도 해 봤어. 이 탁월한 수면 방해 효과를 적절히 이용한다면? 지상 최강의 알람시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시계라기보다 기구라고 하는 게 맞겠네. 잠 깨우는 기구. 맞춰진 시간에 침대가 흔들흔들 하는 거지. 흔들리는 불안함. 시몬스터.
침대가 크고 너무 비싸다면 줄일 수 있어. 아주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부분만 노리는 거야. 바로 그곳.... 여러분이 생각하고 있는 그곳! 진동 딜도! 딜도가 아니라 로턴가? 뭐, 아무튼. 괜찮지? 확실히 깰 수 있어. 거기다 말 못할 장점도 있고. 리드미컬한 진동! 하루를 발기차고 건강하게 시작하세요. 이꾸! 주의, 본 기기로 인한 호르몬 배출 작용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자, 특허를 내보실까. 뭐야! 벌써 있잖아! 크억. 잠깐, 아직 남자용은 없는 거 같아. 관심 있는 공돌이 여러분, 연락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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