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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불법사랑2019.06.08 PM 11:27
불법사랑
모쏠이지만 짝사랑조차 못 해 본 대마법사는 아냐. 짝사랑이야 만인과 나눴지. 초등학교 때 짝궁, 중딩 때는 선생님. 의외로 가장 팔팔한 고등학생 때는 잠잠했어. 남중, 남고에 젖어버린 녀석이 무슨 여자 생각이 났겠어. 모니터 속 그녀들만이 날 반겨줬지. 아즈사 나가사와 짱, 유마 아사미 짱. 잘 살고 있죠?
그래서 남고를 벗어난 대학에선 어땠느냐. 크흠. 아무도 없죠. 슬쩍 스쳐가는 인연이야 3번 정도 있었지만 사랑에 시옷도 그리지 못 했어. 아아, 정말 타고난 모태솔로구나. 기회가 있어도 솔로의 길을 우직이 가는. 고독한 토끼 한 마리. 결국 모니터 속 그녀만이 날 다시 반겨줬지. 사야 이리에 짱. 하악하악.
서로를 위하는 사랑. 함께 하는 사랑 한번 못 해본 불쌍한 인생. 난 왜 이럴까? 사랑이 왔을 땐 그게 사랑인 줄 몰랐고, 사랑을 알았을 땐 이미 추억만 남았더라. 훌쩍. 아, 사랑하고 싶다!
이렇게 혼자 발광을 하고 있을 무렵, 내면 깊숙이 묻어놨던 이야기가 떠올랐어. 금단의 사랑. 사랑했던 내재종형제누나. 이게 뭔 말이냐고? 네이버에 쳐보니 이렇게 나오더라.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모할머니의 손녀딸. 내재종형제누나가 뭐야. 난 그냥 누나라 불렀어.
할머니랑 고모할머니가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하셨거든. 그러다 보니 누나랑은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지. 외동은 알 거야. 외동들은 누나에 대한 환상이 있잖아. 누나 있으면 인생이 달라졌을 텐데. 밥도 해주고, 용돈도 주고, 고민상담도 해 주고. 멍멍이 소리 말라고? 호오, 누나 있으시구나.
친누나가 아니라서 그런가. 누나는 나에게 정말 누나처럼 대해줬어. 모르면 가르쳐주고, 위험한 짓 하면 막아주고. 지금 와서 말인데 꼬꼬마 땐 아무 생각 없이 깡통시장 찻길을 누볐어. 진짜 미쳤지. 누나가 안 말렸으면 지금쯤 사탄 옆에서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었을 거야.
학교에서 왕따 당하고 와도 누나는 다 이해해줬어. 부드러운 말투, 단발머리, 고모할머니를 도와 열심히 장사하는 모습이 너무나 좋았지. 얼마나 좋아했으면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어. 뭔 소리냐고? 중고딩 한참 팔팔할 땐 지나가는 여자만 봐도 상딸이 가능한 시기잖아. 그런 상상력에도 누나는 상상할 수 없었어. 이게 남자의 순정이다! ....저기 콜라 던지려는 분, 진정하세요. 아무튼.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었어. 할머니가 일이 있어서 점빵을 내가 봤거든. 어색하게 자릴 지키고 있는데 누나가 왔어. 머리를 완전히 밀어버린 채로. 충격 그 자체. 얼어버려서 아무 말도 못 했어. 그저 놀란 눈으로 바라볼 뿐. 누나는 이해한다는 듯이 살짝 웃기만 했어. 곧 양말 몇 켤레 가지고 돌아갔지.
걱정돼서 그 뒤론 눈에 아무것도 안 들어왔어. 무슨 일일까? 왜 머릴 밀었지? 머리 민 모습도 아름답지만. 본인에게 물어보기엔 그렇고 결국 내당숙님이랑 아빠가 담배피우고 있을 때 슬쩍 떠봤어. 고모부, 내당숙님을 난 고모부라 불렀거든, 누나 왜 머리 밀었어요? 남자랑 헤어졌다고. 아빠랑 고모부는 깔깔 웃었지. 난, 난 정말 화가 났어. 누나 울린 놈 누구야!
그리곤 희대의 상남자짓을 해버렸지. 누나, 나랑 결혼하자! 앞뒤도 안 재고 그냥. 어우. 미쳤지만.... 멋지잖아! 장하다, 과거의 나. 고모할머니, 내당숙님, 아빠가 날 정말 황당하게 쳐다봤지. 특히 아빠의 눈빛은 혼란 그 자체였어. 망한 건가? 다행히 내당숙님이랑 누나는 웃으며 넘겨주셨어. 농담도 참......농담 아니었는데.....
집에 돌아와서 아빠가 조용히 불러. 니 누나랑 결혼 못 한다. 생각도 하지 마라. 왜요? 친척끼리는 못 한다. 누나랑은 4촌도 아니잖아요. 그래도 못 한다. 그때 내 인생 처음으로 법을 찾아봤어. 근친혼은 몇 촌 까지 되나.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은 결혼할 수 없다.
혈족은 나랑 피가 조금이라도 섞이면 다 혈족이야. 인척은 피가 안 섞인 거. 예를 들면 외숙모랑 나랑은 피가 안 섞였지만 3촌이니까 안 되네. 외숙모에 대한 뭔가 있는 건 아니니까 오해하진 말고. 크흠. 아무튼, 누나는 6촌 혈족이야. 법상으로 안 돼지. 불법 사랑.
그 날 이후 누나에 대한 마음을 접었어. 완전히. 내가 한 선비 했거든. 누나도 다른 사람 만나 결혼했고. 누나 결혼식까지 갔다 왔다니까. 황당한 첫사랑은 그렇게 끝났네. 근데 만약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 포기하지 않을 거야. 법이 뭐라고. 에잇! 일본 가서 살지. 중국, 미국 몇 개 주만 아니면 돼. 4촌 이상은 대부분 허용하더라고. 변태놈이라 손가락질해도 좋아. 사랑 놓아 버리는 것보다야 낫잖아.
뭐,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고. 지금은 보기 좋아. 식당하는 남편분과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 부러울 정도로. 진짜 사랑. 암요.
행복하다면 OK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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