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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취포자의 면접2019.06.26 PM 10:16
취포자의 면접
하하하. 하하. 아.....오늘 정상이 아니더라도 이해해 줘. 면접이 잡혔어. 취업면접. 워호. 취포자라더니 이게 무슨 소리냐고? 내가 그 말이야. 왜 내가 뽑혔지? 언버빌러블!
실망하지 마. 면접에서만 20번도 넘게 떨어졌으니까. 방구석 쭈그리는 면접이 싫어요! 내 소심함과 땡땡 얼어있는 모습은 면접관들조차 지나칠 수가 없나 봐. 면접관들 어떻게 생각해? 처음엔 믿지 않았어. 어떻게 사람을 10분 안에 알아본다는 거야? 투시력이라도 있나? 근데....지금은 브라보. 정말 대단하십니다! 날 봐. 부적합하니까 떨어지잖아. 조직생활, 인생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동물적 감각을 무시할 수 없어.
오늘 점심 합격 문자가 왔거든. 면접 대상자입니다. 호오. 내 눈을 믿을 수 없군. 기어이 홈페이지 공고란을 다시 확인해 봤지. 있더라고. 내 이름이. 서류합격자는 12명. 근데 내 이름보다 더 눈에 들어온 게 뭔지 알아? 공고 조회 수. 300이 넘더라고. 하.....이 기분. 이 똥 같은 기분! 취준생이라면 알 거야. 합격발표일. 언제 발표하지. 제발 합격해라. 1시간 마다 올라왔는지 새로고침하고....이미 합격자에겐 문자 다 갔는데. 에휴. 그 심정 한데 모아 면접에 임하겠어.
이번엔 다행히 발표하자마자 내일 바로 면접이야. 급하지 않냐고? 괜찮아. 오히려 이게 낫지. 일주일 동안 뭐 물어볼지 끙끙대는 것만큼 편두통 오는 게 어디 있어. 아싸리 하루 만에 가자! 인정. 어 인정. 그래도 모처럼 온 외출기회니 준비를 해 보실까!
일단 정장! 이건 비밀인데, 백수를 위한 양복에 대해 글을 썼어. 어디 발표한 것도, 블로그에 올린 것도 아냐. 존문가가 인터넷 찾아보며 대충 적었는데 부끄럽잖아. 용기내서 올려 봐? 알았어. 욕먹을 각오하고 올려 볼게.
아무튼. 평범한 방구석인생보다야 패션에 대해 좀 알지. 양복은 뭐다? 모 100%다! 크흑. 이 못 말릴 허세! 답변은 어버버 해도 옷에선 꿀리지 않지. 허나 이젠 알아. 30만원 짜리, 아니 300만원 짜리 양복으로도 내 찌질함을 감출 수 없어. 떨어졌네? 양복이 구려서 그런가? 아니! 공허한 니 말 때문이야. 지식이 부족하거나, 진실이 부족하거나. 솔직한 말은 사람을 사로잡지. 면접관이라고 다를 바 없어. 난 지금까지 진실했나? 아니.....그러지 못 했어.
어차피 취포자인데 면접 뭐 있냐! 이번엔 진실만 말할 거야. 내 솔직한 모습. 안 맞으면 떨어뜨리라지. 왜 지원하셨나요? 집하고 가깝고, 정년 보장하고, 월급은 적지만 제 가족은 책임질 수 있고, 사람 사는 세상 볼 수 있어서요. 이 분야에 전문지식이 있습니까? 제가 뭘 알겠어요. 대신 컴퓨터는 잘 다룹니다. 입사 후 포부는? 열심히 할 겁니다. 소중한 일자리니까요. 연예도, 결혼도, 애도 가질 수 있을지 몰라요. 부산에 놀러오는 친구 식사대접도 할 수 있겠죠. 정규직에 대한 꿈이 있습니까? 해주시면 고맙습니다. 그래도 욕심 없어요. 무기계약이 어딥니까. 굽신굽신.
아! 면접하면 1분 자기소개지! 요즘엔 안 하나? 어휴, 취포자가 되기 전엔 정말 핵고통이었어. 온갖 강사들 강의 듣고. 말 잘하는 법. 면접관 사로잡는 법. 면접 예의. 부정적 말은 쓰지 마라. 구체적으로 말하라. 어휴. 이젠 아이돈케어. 그런 가면 쓰고 일 할 자신 없어!
내 장점 말하고, 코미디쑈를 꿈꾼다 말할까? 웃겨보세요. 오늘 면접관님들 관상이 다 돼지상입니다. 너 합격 돼지!....크흠. 왜! 오히려 이런 게 먹힐지 몰라. 딱 한명만 웃기면 돼. 사장님 아니면 경영본부장님. 아주 화기애애할 거야. 너님의 유머 점수는 하루 후에 공개합니다.
빽 걱정은 없냐고? 글쎄. 난 그래도 우리나라 채용 시스템을 믿어. 모 국회위원은 자식을 KT에 꼽는다 해도, 강원랜드가 버닝썬 했다 해도. 안 믿으면 어쩔 거야. 방법이 없습니다요. 그런 데라면 차라리 떨어지는 게 나아. 거기 어디야. 그래. 게임물관리위원회처럼. 아이, 지금도 열 받네. 왜 이리 게관위를 미워하냐고? 말 못할 사정이 있어. 언젠가 꼭 털게. 에헴.
아까 약속했지? 솔직하게 말하기로. 그러니 뭐 준비할 것도 없어. 포장도, 고도의 구라도 필요 없네. 부담 없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담담해. 이 시간에도 여러분과 수다 떨고 있잖아. 이거 끝나면 게임할 거야. 오늘 새 이벤트 시작했거든.....워워. 알았어. 회사 관련 소문은 좀 보고 갈게. 고마워. 엄마 외에 공부하라는 말은 당신이 처음이야.
아무튼. 장마야! 대지를 적시렴. 첨벙첨벙 신나게 다녀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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