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가난한 남자 백수를 위한 양복 #004 (셔츠)2019.07.03 PM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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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에 어울리는 셔츠는 어떤 것인가?

 

와이셔츠. White Shirt를 일본사람들이 발음한 게 흘러 들어와 굳어진 말이라고 합니다. 양복에는 하얀 셔츠를 입는 것이 예의라고 합니다. 드레스 셔츠라고도 불리지요. 하늘색 셔츠도 많이 보입니다. 그러나 오직 한 벌의 셔츠를 택해야 한다면 기본인 하얀색을 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자사몰에서 드레스 셔츠를 팔고 있습니다. 셔츠는 코오롱몰도 가볼만 합니다. 예작 셔츠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요. 셔츠의 경우엔 중소 사이트에서도 품질이 괜찮은 제품이 많으니 천천히 둘러봅시다.

 

양복과 마찬가지로 원단이 중요합니다. 100%를 고릅시다. 면은 감촉이 좋고 땀을 잘 흡수하여 보송보송합니다. 셔츠로는 딱이지요. 대신 구김이 잘 가고 때깔이 잘 나지 않습니다.

합성섬유가 섞인 주름이 잘 가지 않는 기능성 원단도 있지만 우리가 누굽니까. 일 년에 몇 번 안 입는 와이셔츠 부들부들한 것을 입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림질의 수고는 우리에겐 좋은 유흥거리입니다.

 

여기서 잠깐. 맞춤양복은 못 했지만 맞춤셔츠는 우리 주머니 사정에 괜찮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넉넉잡아 8만원이면 맞춤셔츠를 살 수 있습니다.

 

 

 

 

맞춤셔츠는 돈 값을 하는가?

 

우선 맞춤셔츠의 환상을 깨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맞춤셔츠하면 내 몸에 딱 맞고 고급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반은 맞고 반은 아닙니다.

기성셔츠는 일반적인 몸매에 맞추어 제작되었습니다. 당신의 몸을 그 일반적인 셔츠 속에 구겨 넣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갑갑한 느낌이 나더라도 보기에는 좋습니다. 반대로 맞춤 셔츠는 당신의 몸에 셔츠를 덧댄 것이기 때문에 걸림이 없지만 보기에는 어색할 수 있지요.

 

그럼 맞춤셔츠는 별론가 하시는 당신. 안 좋은 기억을 떠올려 봅시다. 이상하게 양복만 입으면 목을 죄고 가슴을 짓누르는 기분을 느끼셨나요? 그렇다면 맞춤셔츠가 이를 트이게 해줄 것입니다.

배가 남들보다 20cm 두터우신 분, 45cm 이상의 우람한 목둘레를 자랑하시는 분이 일반셔츠를 입으면 그 갑갑함은 말로 다 할 수가 없지요. 게다가 면접장이라도 가게 되면 목깃 단추까지 꼭꼭 채우고 넥타이를 칭칭 둘러맸을 때의 무더움을 상상해 보십시오. 끔찍합니다. 당장 맞춤셔츠로 숨 쉬십시오.

 

맞춤셔츠는 원단, 목깃, 소매, 단추, 주름 등을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할 수 있습니다. 블록을 맞추는 것 같은 재미가 있습니다. 남들은 몰라볼지 몰라도요.

 

 

 

 

맞춤셔츠 치수는 어떻게 사는가?

 

인터넷을 이용해 편하게 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치수를 재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판매점에서 무료방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부담 없이 부르라고 하지요. 그런데 부담이 됩니다. 여기까지 사람을 오라 가라 하는 미안함, 변변찮은 집안을 공개하는 부끄러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용기까지. 그래도 까짓것 불러봅시다. 오랜만에 목욕재개하고 방청소를 해야겠군요.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한 우리에겐 스스로 치수를 재는 방법도 있습니다. 부들부들한 줄자를 준비하고 판매점에서 상세히 설명한데로 따라합니다. 혼자 할 수 없을 것 같은 어깨넓이, 팔 길이, 기장길이도 잴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인체는 생각보다 유연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팁. 목둘레는 보통 자신의 목에서 손가락 2개가 들어갈 정도를 기본으로 칩니다. 이건 갑갑한 셔츠에 적응한 사회인 기준입니다. 셔츠 입는 것에 익숙지 않는 분이라면 손가락 3개를 추천 드립니다. 윗단추까지 졸라매도 갑갑함이 덜하죠.

 

맞춤셔츠는 주문한 후 약 일주일 시간이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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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원단을 고르다보면 100, 120, 140수 와 같은 표시가 보이는데 이건 뭘까요? 1g의 실로 100m, 120m, 140m를 뽑아냈다는 뜻입니다. 같은 무게로 더 길게 실을 뽑아냈으니 수가 올라갈수록 가늡니다.

 

일반적으로 수가 높은 원단이 비쌉니다. 가는 실을 뽑아내는 기술이 필요하지요. 높은 수의 셔츠는 하늘거리는 실만큼 부드럽습니다. 입었는지 모를 정도로 착용감도 좋지요.

그러나 무조건 수가 높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 하늘거리는 실만큼 찢어지기 쉽고 관리도 숫자가 올라가는 만큼 까다롭지요.

그리고 원단 회사마다 기술력 차이가 있어서 무조건 수만 보고 제품을 고를 순 없습니다. 중국산 200수 원단보다 영국산 100수 원단이 질이 좋다는 평을 듣지요.

 

그럼 어떤 수가 좋을까요? 글쓴이는 이를 알아내고자 부산 부경대학교에 위치한 맞춤셔츠점에 방문하여 원단을 하나하나 만져봤습니다. 결론은요!

100~ 140수 사이가 가격도 적당하고 부드러움과 튼튼함을 적절히 타협한 수라 생각합니다. 100수와 120수는 가격차이가 나지 않고 직접 만졌을 때도 느낌이 구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괜찮은 셔츠지요. 140수는 1만 원 정도 가격이 높지만 확실히 부드러움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즐거운 고민이군요.

200수 이상 정말 가는 실로 만든 셔츠는 가격이 배로 뛰었습니다. 부드러움이야 최고겠지만 온 몸이 비쳐서 젖꼭지의 비밀도 들어낼 정도입니다. 입을 때도 조심, 다림질도 조심, 세탁할 때도 조심해야 하니 시간 많은 백수라도 감당하기 힘든 점이 있습니다.

 

 

 

맞춤셔츠 디자인은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칼라부터 봅시다. 양복에 어울리는 것은 기본, 윈저, 탭 칼라 정도입니다.

윈저는 기본보다 칼라가 좀 더 벌어져 있습니다. 그만큼 중후한 맛이 살아나죠. 단점은 중후한 만큼 젊은 감각은 줄어듭니다. 또 칼라가 넓다보니 자동넥타이를 맸을 때 티가 날 수 있습니다. 탭은 칼라를 모아주는 단추가 하나 더 있습니다. 넥타이를 맸을 때도 칼라를 모아주어 보기 좋게 만들어 줍니다. 넥타이를 하지 않더라도 디자인을 크게 해치지 않습니다.

 

칼라를 부드럽게 하고 길이를 짧게 하면 착용감이 좋습니다. 목이 두꺼운 분이거나 위 단추까지 모두 매야 하는 경우가 많다면 추천 드립니다. 대신 넥타이를 매지 않고 단추 하나를 풀었을 때는 빳빳하고 높은 칼라보다 멋이 덜하죠.

 

소매디자인은 취향에 맞추어 고릅시다. 다만 투버튼은 버튼이 두 개라 입고 벗을 때 귀찮을 수 있습니다. 단추가 없는 소매도 있는데요, 이건 커프스버튼이라고 하는 액세서리를 따로 사야 하므로 주의합시다.

소매에서 더 중요한 것은 적절한 단추 구멍 크기, 단추 재질, 단추를 꿰맨 실의 품질과 방식입니다. 아쉽게도 이 부분은 잘 드러나지 않는데요, 주문 할 때 넌지시 물어봐서 판매자가 신경을 쓰도록 합시다.

 

앞면에 주머니는 달지 않는 것이 양복에 어울립니다. 어떤 무늬, 장식도 넣지 말고 깔끔함을 유지합시다.

 

셔츠 뒷면에 바지처럼 주름을 줄 수 있습니다. 가운데 두 줄 혹은 어깻죽지에 두 줄입니다. 둥을 구부려서 헐크자세를 취할 때 등에 주름이 있으면 편하겠죠? 다만 보기에 깔끔한 맛이 떨어집니다. 자신의 신체치수에 딱 맞게 짜인 셔츠이기 때문에 주름이 없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고 합니다.

 

하얀 셔츠는 한번만 입어도 목과 팔목 주변이 누렇게 되지요. 공을 들여 빨아도 누렁이들은 사라질 생각이 없습니다. 이러한 광경을 줄이기 위해서 안감배색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칼라와 소매안쪽에 색깔 있는 천을 덧대는 것이죠.

하지만 안감배색 선택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깔끔한 하얀 셔츠의 고상한 분위기를 한 번에 깨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치기 쉬운 수가 높은 원단을 썼다면 안감배색은 잊어버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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