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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CCTV2019.07.05 PM 10:39
-홍콩 시위 시민. 우산, 고글, 마스크로 감시카메라를 피하고 있다-
CCTV
2년 정도 됐을까? 오랜만에 집근처 공원에 갔어. 방구석인이라도 가끔 종아리에 바람들어간 날 있잖아. 생각보다 좋았어. 바람, 나무, 그리고 언제 지었는지 모를 50층짜리 아파트 단지. 세상이 정말 변하긴 변하더라. 크흠.
또 하나 변화를 느낄 수 있던 것이 바로 CCTV. 공원 곳곳에 있더라고. 밑에 지나갈 때마다 살짝 어색했어. 어떤 포즈를 취해야 할지 몰라서. 도서관 앞이고, 저기 으슥한 벤치까지 도도한 시선이 느껴지더군. 호오. 난 좋아! 안전? 안전은 CCTV 없을 때도 좋았어. 진짜 이유! 정신 나간 커플들 물러나라! 어디 신성한 공원에서 애정행각을 하고 있어! 팔짱 정도면 이해해. 여름밤 가보면 신음만 안 내지 완전 모텔이었다니까. 이젠 그 꼴은 보지 않아도 되겠네.
생각해보니 요즘은 CCTV 없는 곳이 더 드문 거 같아. 공원, 골목길, 놀이터, 주차장, 아파트 입구 가리지 않고 다 있어. CCTV 뿐인가? 좀 한다하는 폰이면 카메라가 5개나 박혀있지. 대 영상의 시대. 방에서 나가는 순간, 당신의 방송은 시작됩니다.
이런 가운데도 금단의 영역은 존재하지. 군부대? 군대도 요즘은 폰 쓰니까 제외. 어딜까? 바로 수술실! 핫. 의료사고 날 때마다 왜 CCTV 안 다냐고 이야기 나오지만, 달지 않아. 지금도. 왜지?
자기 일하는 모습 녹화되면 집중이 안 돼서? 고작 그 이유 때문에 반대한다면 실망인데. 요즘이 어떤 시대야? 컴퓨터 조립도 영상 다 찍어놓잖아. 우린 사기 치지 않습니다. 정성을 다해 조립합니다. 손님, 얼마까지 녹화할까요?
내가 그레이 아나토미 광팬이잖아. 병원드라마. 시즌 16은 언제 나오려나. 하악하악, 메러디스 짱! ........어. 크흠. 드라마서 보면 수술실은 완전 축제의 장이야. 견습의들은 옆에서 구경하느라 정신없고, 또 저기 수술실 위에서도 실시간 시청 중이거든. 이런데 왜 CCTV를 안 달겠다는 거지? 우리나라랑 미쿡은 다른 거야?
없어도 잘 하면 몰라. 몇몇 의느님들이 사고를 치니 문제잖아. 최근엔 응급실서 맥주 먹고 진료 본 의사들이 있었지. 애한테 인슐린 100배를 투여했다는데, 어휴, 확 마!
다행히 수술실에 CCTV 설치하는 병원이 늘고 있어. 법안도 준비 중이고. 나경원 할머니가 협조를 해줘야 통과되겠지만. 아무튼. 어린이집도 CCTV 설치되고 나서 별 말 없는 걸로 봐선 효과가 있을 거야.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집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왜 초등학교 교실엔 CCTV가 없을까? 7살과 8살의 차이? 선생님이 교대 출신이라서? 크흠. 이번에 초등학교 선생이 9살 애를 때린 기사 봤어? 애가 버릇없이 굴긴 했어. 칠판에 선생님, 아저씨 발냄새 나요 라고 적었다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거 적었다고 뺨을 갈겨? 선생님, 가정교육을 어떻게 배우신 거예요!
내 상식에선 이해할 수 없어. 정말 경멸적인 글을 적은 거 아냐? 이를테면, 강아지야, 발냄새 나니 꺼져. 이 정도면 스팀 뿜을만 하지. 그래도 뺨 날린 건 상식 밖이지만. 정확한 상황을 알아야 뭘 판단할 텐데, 없으니 피카츄 배 만질 수밖에.
초등학교에서 잠깐 일한 적이 있어. 호우! 비정규직 방과후 선생이니 오해하진 말고. 그땐 CCTV가 그리웠어. 1, 2학년을 맡았는데 그야말로 전쟁이야. 이 말썽꾸러기들! 8명을 한꺼번에 이끌긴 불가능했어. 할 수 없이 한 명 한명 잡아다 얘기했지. CCTV로 보여주고 싶었어. 이 아수라장에도 고군분투 하고 있는 내 모습을!
거기다 애매한 경우가 있거든. 숙녀들이 그냥 무릎에 안길 때면 아찔해. 헉!...복도에서 뛰면 안 되죠. 다칠라. 선생님, 심장이 뛰어요. 손을 잡더니 가슴으로 끌어당겨. 헉! 옆에서 보면 상변태로 보기 딱 좋은 상황. 이럴 때 CCTV가 있어 봐. 당황은 하더라도 놀라진 않았을 거야.
애들한테 한번 넌지시 물어본 적이 있거든. 경원아, 선생님은 교실에 CCTV가 있으면 좋겠어. 말썽꾸러기 경원이 모습 다 찍게. 안 돼요 선생님!....당사자들이 싫다니 안 되겠지? 나야 백번 찬성하지만 어쩌겠어. 게다가 중국을 보니 섬뜩하더라고. 초등학교 교문에 안면인식으로 체크 하더라니까! 웟더!
학생부터 선생까지 모조리 얼굴인식. 수업내용도 감시받겠지. 행동패턴도 모조리 녹화, 성적연동. 그리곤 20살 다 크면 공산당에서 잘 써 먹을 거야. 호오. 자네는 위대한 공산당 당원으로 적합한 삶을 살았군. 시주석의 충실한 개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여기 CCTV가 증명한다네. 합격!
어려워. CCTV, 뭐가 좋을까? 이리저리 궁리하는데, 으힉! 출발부터 난 엉터리였어! CCTV! 뜻도 모르고 지껄인 거야. CCTV가 뭘까요? 정확히 아시는 분? 중국 중앙 방송은 아니고!....오! 클로즈드 서킷 TV. 우리말? 한자어로는 폐쇄회로 TV. 우리말도 어렵네, 끄응. 이걸 뭐라고 해야 될까. 말 그대로야. 공개된 TV가 아니지. 특정목적을 위해서 특정인들만 보는 TV.
찍냐 마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왜 보냐도 정말 중요한 거지. 환자의 알권리를 위해, 학생의 안전을 위해, 커플의 사랑을 위해. 응? 정해진 사람만 본다면 괜찮을 거야. 공산당, 마티즈 안기부, 도촬범이 본다면 망하지만.
아무튼. 일단 난 찬성이야. 교실만 빼고. 애들이 싫어했으니까. 아이들 말썽꾸러기 권을 존중해줬어.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았지. 지금와선 후회 돼.....아이들과 나만의 CCTV를 찍어뒀다면 좋았을 텐데. 아! 아니구나! 내 머릿속에 있지! 누구도 볼 수 없는. 오직 아이들과 나만 볼 수 있는 추억.
오글거린다구요? 정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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