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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가난한 남자 백수를 위한 양복 #008 (시계)2019.07.09 PM 06:37
손목시계는 사치품일까요? 필요한지 아닌지 찬찬히 살펴봅시다. 필수적인 부분은 아니기에 선호에 따라 과감히 넘겨도 괜찮습니다.
손목시계는 왜 차는가?
시간을 알기 위해 찹니다. 물론 스마트폰을 보면 됩니다. 그러나 양복을 입었을 때는 상황이 달라지죠.
면접장에 양복을 입고 간 모습을 상상해 봅시다. 양복 주머니에 6인치 대형화면의 스마트폰을 넣고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옷맵시를 해치는 스마트폰은 당신의 가방에 있을 겁니다. 시간을 알고 싶을 때마다 가방 속에 스마트폰을 꺼내 봐야 합니다. 참으로 귀찮습니다. 이때 손목시계를 차고 왔더라면! 부산떨지 않고 유유한 자태로 시간을 볼 수 있을 텐데 후회합니다.
멋을 위해 찹니다. 남자의 액세서리랄까요. 시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뽐내기 위해 찹니다. 당신이 얼마나 자본주의적 성공을 거두었는가 알려주는 지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롤렉스는 1천만 원, 브레게는 1억 원, 파텍필립은 10억 원의 삶을 살고 있다는 표식이 됩니다. 소매 사이로 숨길 수 있어서 천박한 졸부라는 비난도 피할 수 있지요.
글쓴이는 첫 번째 이유로 손목시계를 사는 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이왕 사는 김에 양복에 어울리면서 저렴한 시계를 찾아봅시다. 우리는 가난하여 마지막 이유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절실히 원한다면 짝퉁(20만 원 대)의 기운을 받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양복에 어울리는 시계는 어떤 모양인가?
아날로그 방식의 정갈한 시계가 가장 어울립니다. 보이지 않는 듯 하면서도 손목 한편 은은한 풍미를 가져야 합니다. 구체적인 조건을 봅시다.
시계 줄은 가죽입니다. 가죽은 튀지 않지만 기품이 있습니다. 가죽 색깔은 구두, 벨트와 일치시켜 통일감을 줍시다.
금속재질 줄을 가죽으로 교체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원래 가죽 줄인 제품을 쇠줄로 교체하기에는 규격 맞추기도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러나 쇠줄에서 가죽줄의 교체는 간단하고 비용도 비교적 덜 듭니다. 무게가 대폭 줄어들어 차기 편해지는 건 덤!
시계의 지름은 40mm를 넘지 않습니다. 두께도 10mm 이하로 얇습니다. 이보다 크고 두꺼우면 은근함이 사라지겠죠?
시계판도 단순함을 지킵니다. 별자리, 보석, 화려한 문양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시간을 알려주는 숫자마저도 복잡할까 작대기로 대체한 경우가 많습니다.
조건을 모두 맞추기란 참 힘든 일이죠.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꼭 기억합시다. 단순! 절제!
디지털시계, 스마트워치는 어떤가?
양복의 진중함을 살리려면 아날로그시계를 선택합시다!
하지만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된 세상에서 아날로그만 고집할 수 없지요. 디지털, 스마트워치를 써야 하는 경우엔 자신을 숨길 줄 아는 작고 단순한 형태를 고릅시다. 이에 걸맞은 제품을 보자면
카시오의 A168WA-1WD입니다. 손석희 앵커가 차고 나온 시계로 유명합니다. 자그마한 크기, 복고풍의 디자인으로 디지털시계지만 양복에도 어울립니다. 그러나 글자가 잔뜩 들어간 시계표면, 반짝이는 은갈치색은 아쉽습니다.
금속재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카시오 F-105W를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기능과 크기 모두 똑같습니다. 다만 이쪽은 검은색 본체에 까만 우레탄 줄입니다.
아날로그 형태의 스마트워치는 어떨까요. 샤오미 미지아 스마트 쿼츠, 레노보 WATCH 9 정도가 깔끔하고 단정한 형태입니다. 주의사항! 여기서 언급한 스마트워치는 디자인만 따져서 고른 것입니다. 스마트워치로서 기능, 연동성은 떨어질 수 있으니 꼭 확인합시다.
쿼츠 시계란 무엇인가?
쿼츠는 번역하면 수정입니다. 배터리의 전기로 수정을 진동시켜 시계를 움직입니다.
1960년대 일본 세이코에서 쿼츠시계가 나오면서 기존의 기계식 시계 시장을 뒤흔들었습니다. 쿼츠는 구동이 간편하고, 오차가 적으며 결정적으로 쌌죠!
쿼츠라도 오차가 얼마인지에 따라 가격은 하늘과 땅차이입니다. 거기다 태양빛으로 가는 솔라기능, 스마트폰처럼 무선으로 시간오차를 조정하는 기능, 초침을 끊어짐 없이 가게 하는 등 여러 가지 신기한 재주를 첨가하기도 합니다.
쿼츠는 일본이 시작한 만큼 일본산을 인정해 줍니다. 전통의 시계강국 스위스산 쿼츠도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기계식 시계는 무엇인가?
기계식 시계는 수동으로 스프링을 감아 톱니바퀴가 가는 시계입니다. 기계식 시계 중 오토매틱이라고도 부르는 것이 있습니다. 오토매틱은 시계 내부에 로터라고 하는 추가 있어서 손목에 차고 있으면 스프링을 자동으로 감아줍니다.
초침을 보면 기계식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기계식 시계의 초침은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고급일수록 물 흐르듯이 지나가죠.
기계식 시계는 가격이 억대를 넘어가기도 합니다. 상처가 잘 나지 않는 사파이어 유리, 정교한 톱니바퀴, 마모를 방지하기 위한 인조루비, 정교한 세공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기능만 보자면 단점이 많습니다. 무겁고, 충격에 약하며, 태엽을 늘 감아줘야 하고, 시간 오차도 납니다.
추천하는 브랜드는?
시계를 전문적으로 만들고 전통이 있는 브랜드. 그러면서도 우리네 주머니 사정으로도 구입할 수 있는 브랜드의 시계를 추려봤습니다.
시계애호가로부터 비판받을 수 있는 회사는 제외했습니다. 다니엘 웰링턴, 엠포리오 아르마니 같은 곳이죠. 세련된 외관과 이름값에 비해 볼품없는 내부품질로 많은 질타를 받습니다.
우선 카시오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수능 시계가 대표적입니다. 단순 명료하여 양복에도 잘 어울립니다. 손석희, 빌게이츠 등의 유명인사도 차고 다니는 브랜드죠. 카시오, 가죽 줄, 2만 원 이하로 검색해 봅시다.
큐앤큐도 깔끔한 디자인에 저렴한 가격을 자랑합니다. 시계의 명가 시티즌 산하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알록달록 개성 넘치는 시계에서 단정한 양복용 시계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타이맥스입니다. 1854년 미국에서 시작된 전통 있는 브랜드입니다. 타이맥스는 인디글로라고해서 시계판 전체가 야광이 됩니다. 단점이라면 초침 소리가 꽤 큽니다. 조용한 도서관에선 주머니 속으로 넣어 버립시다.
타이맥스 시계 중에 단연 양복과 어울리는 것은 위켄더 페어필드(Weekender fairfield) 제품군입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2만 7천원에서 8만원까지 다양하게 나옵니다. 본체는 동일하고 나토밴드라 불리는 시계 줄 색깔만 다른 것이니, 제일 싼 걸 사서 줄만 가죽으로 교체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나토밴드는 20mm 규격이면 모두 낄 수 있습니다.
제품 크기는 남성용이 41mm, 남녀공용은 37mm입니다. 양복에는 자그마한 37mm를 추천합니다.
기계식 시계를 꼭 사고 싶을 땐?
전자시계로는 만족할 수 없는 당신. 그렇다고 백수로서 값나가는 명품 기계식 시계를 살 순 없는 노릇입니다. 저렴하고 또 저렴한 제품을 찾아봅시다. 10만원 이하입니다.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름값이 그래도 있는 세이코의 저가 기계식 시계를 고르는 방법.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떠오르는 신흥강자, 중국산 시계를 사는 것입니다.
먼저 세이코부터 살펴보죠. 세이코에선 세이코5라는 저렴한 기계식 시계 시리즈가 있습니다. 제품명에 SNK가 붙죠. 종류가 엄청나게 다양합니다. 가격과 디자인을 샅샅이 뒤져서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삽시다.
세이코5의 장점은 그래도 이름값이 있다는 거겠죠. 방수, 날짜요일 표시 기능도 쏠쏠합니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수동 감기 기능이 없습니다! 오직 자동감기만 가능하죠. 이게 무슨 소리냐, 멈춘 시계를 가게 할 방법은 당신이 손목에 차고 힘차게 흔들어야만 합니다. 옆에 튀어나온 용두라 불리는 곳을 아무리 돌려봐도 태엽은 감기지 않습니다. 게으른 백수에겐 참으로 곤혹스러운 시계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산 시계는 어떨까요? 타오바오, 알리바바, 큐텐 등에서 다양한 기계식 시계를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장점은 가성비입니다. 5만원 내외의 가격임에도 다양한 기능, 사파이어 글래스를 사용한 제품들도 있습니다.
단점은 남에게 보이기 살짝 부끄러운 브랜드, 부품의 신뢰도입니다. 베스트돈, 스타킹! 우리가 들어보지 못한 브랜드이지요. 마감과 부품의 질은 어떨까요? 짭이긴 하지만 나름 기술 축적을 이루었다는 평도 있고, 그래봤자 짝퉁이다 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중국산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들에겐 인빅타에서 만든 제품을 추천합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미국산 브랜드 시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대신 미국산 아니랄까봐 양복에 차기엔 부담스러운 큼직한 크기를 자랑합니다.
중고는 어떨까요? 그야말로 복불복! 내부 상태에 따라 전체 수리를 해야 할 경우도 있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집니다. 그리고 짝퉁 구분이 어려워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계식 시계는 어디서 사는가?
단연 인터넷이 가장 저렴합니다. 세계적으로 살펴봅시다. 일부 외국 샵에선 파격가로 풀리기도 합니다. 매스드랍(drop.com)같은 곳이 대표적이죠. 허나, 해외에서 시계를 구매할 땐 관세에 조심해야 합니다. 싸다고 그냥 구입했다간 사치품 관세에 정신을 못 차릴 수 있죠.
그렇다면 안전한 국내 사이트를 살펴봅시다 일단 랜덤박스로 여러분을 유혹하는 판매점은 거릅시다.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잘못하면 정말 우주를 볼 수 있습니다. 오픈마켓에 올라온 롤렉스가 20만원? 놀라지 마세요. 당연히 짭입니다.
시계를 전문적으로 파는 사이트는 어떨까요. 타임메카가 유명합니다. 다양한 상품, 정품 보증! 1년 수리보장까지. 정말 신뢰감이 가는군요. 그러나 잠깐!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백수는 범접할 수 없는 525만원짜리 오메가 씨마스터를 볼까요. 페이지 아래 상품상세정보란을 봅시다. 보증서 제공 여부란을 보면 트랜드메카 자체 보증서 제공이라고 나옵니다. 자체 보증서? 오메가 보증서가 아닌?
그렇습니다. 오메가 매장에서 AS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죠. 타임메카에서 AS를 담당합니다. 그럼 짝퉁이냐? 그건 아닙니다. 상품 자체는 오메가에서 만들었으나 보증은 안 해주는 제품이죠. 왜 이럴까요? 이 문제는 오묘한 시계 유통 구조에서 비롯됩니다. 아시다시피 시계는 사치품이죠. 허세와 가격조작이 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수량조절에 실패한 시계들은 소위 그레이마켓에서 풀립니다. 이것이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시계들이죠.
그럼 제조사의 완벽한 보증과 서비스를 받으려면 어디서 사야 할까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백화점 문을 열고, 1층 VIP코너로 달려갑시다. 여러 매장 중에서도 공인 된 정식매장에서 구입해야 합니다. 우리 백수로선 할 수 없는 일이죠. 돈 많은 친구가 있다면 겸사겸사 따라가 봅시다.
기계식 시계는 어떻게 다루는가?
배터리가 필요 없지만 매일 스프링을 감아주어야 합니다. 보통 저렴한 기계식 시계는 최대로 감아주었을 때 40시간 정도를 갑니다. 감는 방법은 툭 튀어나온 용두를 손으로 직접 돌려서 감거나 시계를 핑핑 돌려 뒤에 달린 추를 통해 감을 수 있습니다.
스프링은 너무 과하게 감지 않도록 합니다. 스프링이 다칠 수 있거든요. 그러나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시계 뒷면 추(로터)가 달린 오토매틱이라 불리는 기계식 시계는 스프링이 다 감겼을 때 헛돌도록 하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보통은 용두를 빼지 않았을 때 스프링 감기, 한 칸 빼면 시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날짜와 요일이 있는 경우엔 더 빼기도 합니다. 제품에 따라 사용법이 다르므로 설명서를 숙지합시다.
날짜와 요일이 있는 경우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저녁 8시부터 새벽3시 사이에 날짜와 요일 조절을 피해야 합니다. 날짜와 요일 조절 톱니바퀴가 이 시각 사이에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잘못하면 톱니가 상해 고장이 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보통은 시침을 6에 맞춘 후 조절합니다.
월마다 30일, 31일이 들쑥날쑥 하므로 월 마지막 날에는 날짜와 요일을 맞춰줍시다.
전자시계가 배터리가 필요한 것처럼, 기계식 시계는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이걸 오버홀이라고 부릅니다. 톱니는 멀쩡한지, 인공루비가 깨지지는 않은지, 기름칠은 말끔한지 등을 보는 것이지요. 보통 5년에 한번이라고 하지만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는 달라집니다. 안타깝게 우리가 구입한 저렴이들은 오버홀을 할 바에 새것을 사는 편이 경제적입니다.
기계식 시계는 톱니와 스프링이 돌아가는 구조인 만큼 충격과 습기에 약한 편입니다. 격한 운동은 피해야겠지요. 자석도 위험합니다. 근처에 모터, 드라이버, 스피커는 두지 맙시다.
시계 보관함을 따로 구매할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 구매했던 상자가 보관함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것입니다. 와인더라 불리는 기계식 시계 보관함도 있지만 추천하지 않습니다. 제품 자체도 비싼데다 빙글빙글 돌아가야 해서 하루 종일 전기를 먹습니다. 게다가 와인더 모터에 자성이 있기 때문에 꺼림칙하지요.
정기적으로 태엽을 감아줘야 할까요? 여기에 대해선 의견이 갈립니다. 먼저 감아줘야 한다는 측에선 오래 멈춘 상태로 놔두면 내부에 윤활유가 굳기 때문에 감아줘야 한다고 합니다. 감아줄 필요 없다는 측에선 요새 나오는 기름은 성능이 좋아서 굳지 않는다고 하지요. 선택은 당신께 맡기겠습니다. 참고로 전 감지 않습니다. 시간을 보는 용도가 아니라 자랑거리기 때문이죠. 후다닥.
기계식 시계 시각은 어떻게 맞추는가?
핵기능을 지원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집니다. 핵기능이란 시간을 맞추려고 용두를 뽑았을 때 시간이 멈추는 걸 말합니다. 초침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하게 시간을 맞출 수 있지요. 세이코5처럼 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초침까지 맞추기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닙니다. 포기합시다!
24시간 시계가 아닌 이상 지금 맞춘 시각이 오전인지 오후인지 바로 알 수가 없지요. 그렇기에 귀찮더라도 조금 돌아가는 방법으로 시각을 맞춥시다.
1. 우선 시침을 숫자 6시에 놓습니다. 2. 날짜 요일을 지금보다 하루 전날로 맞춥니다. 3. 시침을 앞으로 살살 돌립니다. 12시를 지나 날짜 요일이 오늘로 바뀔 때까지 돌립니다. 4. 날짜 요일이 바뀐 순간 지금 시계가 오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정확한 시각에 맞추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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