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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가난한 남자 백수를 위한 양복 #009 (마무리)2019.07.12 PM 06:24
막바지에 왔습니다. 힘냅시다! 양복을 입을 때 기타 도움 될 만한 점에 대해 알아보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양복 상의 단추는 위에 하나만 채웁시다.
생애 첫 공기업 면접. 글쓴이는 양복 상의 단추 2개를 모두 잠그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왔다 갔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습니다.
단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단추를 모조리 채우는 당신. 안 됩니다. 양복을 입을 땐 상의 단추는 위에 하나만 채웁시다. 밑에 단추는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영국에서 유래된 양복 예절이랍니다.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줄 방법이니 안 따를 이유가 없습니다.
심지어 앉을 때는 단추를 모두 푸는 게 법도라고 합니다. 여유 넘치고 안정된 자세가 나옵니다. 우리 모두 도전합시다.
고정 실을 뜯어주세요.
양복 상의 뒤쪽 트임을 봅시다. X표로 바느질이 되어 있어서 고정되어 있습니까? 그렇다면 칼로 과감히 봉인을 풉시다. 이제 트임의 역할을 제대로 할 것입니다.
주머니를 봅시다. 못 쓰게 실로 다 막아놨습니다. 이것도 잘라 내버릴까요? 여기선 선택지가 있습니다. 주머니에 체크카드 한 장 정도는 넣고 싶다 하는 분은 뜯읍시다.
보통은 양복주머니에 물건을 잘 넣지 않죠. 주머니에 지갑이라도 넣었다간 깔끔한 양복 분위기를 망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능보다 외관에 투자하겠다는 분은 주머니를 뜯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주머니를 탄탄히 잡아주어 구김을 방지합니다.
소매 부분을 살펴봅시다. 혹시 회사상표나 알 수 없는 영어(원단 이름)가 적힌 표가 붙어있습니까? 떼어냅시다! 당신은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 아닙니다.
소매 단추 부분을 봅시다. 열에 아홉은 이 부분도 단단히 닫혀 있을 것입니다. 단추가 4개씩이나 박혀있지만 기능은 없고 장식에 그칩니다. 뜯을까요? 절대로 뜯으면 안 됩니다!
만약 단추 구멍을 진짜로 만들고 싶다 하면 양복 전문 수선집에서 고쳐야 합니다. 구멍 하나당 1만원 꼴로 우리가 할 것이 못 됩니다. 그대로 둡시다.
어깨부위나 주머니 겉에도 엉성하게 꿰맨 실이 보이십니까? 양복과는 색도 달라서 눈에 확 띄는 실입니다. 이 실도 제거합시다. 시침실이라고 해서 양복을 만들 때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있는 것입니다. 다 만들고 나서 왜 안 떼고 파느냐고요? 시침실을 사용할 정도로 수작업이 들어갔다는 걸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그대로 둔다고 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 일부 고급 양복에는 멋을 위해 바늘땀을 남겨둔 것도 있습니다. 이 경우엔 시침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실의 간격도 일정하고 야무지게 박혀있습니다. 색도 확 튀는 것이 아니라 잔잔히 어울립니다. 이런 실은 떼면 안 됩니다.
셔츠 안에 속옷을 입을 것인가?
양복에서 셔츠는 속옷의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셔츠 안에 속옷을 입을 필요가 없습니다. 덥다고 양복 상의를 벗고 다니면 속옷 바람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것과 같겠죠.
그러나 글쓴이는 반드시 러닝셔츠를 입고 그 위에 드레스셔츠를 입습니다. 하얀 드레스 셔츠를 빨려면 얼마나 힘든지 당신도 아실 겁니다. 드라이클리닝이라도 해야 되면 피 같은 돈이 듭니다.
사람의 체취, 땀방울을 조금이라도 덜 닿게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속옷을 여러 겹 입는 게 무슨 잘못입니까? 물론 셔츠에 비치는 속옷이 안 좋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복 상의를 입고 있으니 큰 문제가 안 됩니다.
속옷이 비치는 게 젖꼭지 털 보이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
당신의 선택을 기대합니다. 러닝셔츠 파에 가담하십시오.
양말은?
구두와 바지 사이로 슬쩍 비쳐도 시선을 전혀 끌지 않아야 합니다. 어두컴컴하고 아무 무늬도 없는 것을 고릅시다.
길이도 중요합니다. 발목을 훌쩍 넘는 기다란 양말이 좋습니다. 장목양말이라고 합니다. 의자에 앉을 때 당신의 다리털과 살갗이 보이지 않도록 해줄 것입니다.
양복 세탁은?
최대한 세탁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세탁 할 때마다 옷은 상합니다. 입을 때부터 더러워질 위험을 줄입시다. 땀이 나는 운동, 음식물 섭취는 삼갑시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볼 때도 조심해야겠죠. 장거리 여행일 경우 양복 보관함에 넣고 다니다 필요한 때만 갈아입는 것도 방법입니다.
세탁소라고 해서 옷이 상하지 않게 조심히 다뤄주지 않습니다. 그럼 자신이 직접 손세탁 하는 것은 어떨까요? 중성세제를 이용해서 아기 돌보듯 세탁하고 그늘에서 조심히 말려야 합니다. 다림질 할 때도 원단이 상하지 않게 적절한 온도에서 다려야 합니다.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닙니다. 취업은 안하고 뭐하냐는 어머니의 등짝 세례도 각오하셔야 합니다.
회색 눈은 거짓 미소로 감출 수 없었습니다.
제가 죽을 때 발을 보겠지요. 가죽은 없을 테지만. 죽은 어린 생명이 생각납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에게까지 껍데기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전 기쁨을 찾지 못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저와 다른 기억, 기대 속에서 살 것입니다. 기쁨을 찾길 바랍니다.
위대한 하늘의 선물을 받은 자여, 진실 된 우정을 얻은 자여, 여인과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자여. 다함께 모여 환희의 노래를 부르자.
그렇다, 비록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땅 위에 그것을 가진 모든 이가.
그러나 그조차 가지지 못한 자. 눈물 흘리며 희망의 노래를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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