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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LG 심판의 날2019.07.25 PM 10:17
LG 심판의 날
벌써 7월 말이네? 핫. 요맘때가 되면 날 괴롭히는 문제가 하나 있어. 가족과 관련된 일인데. 7월 28일. 어머니 탄신일. 다들 아빠, 엄마 생일날 어떻게 해? 나야 그냥 현금다발 드리고 싶어. 그러나 현실은 방구석 백수. 할 수 있는 게 없네?
백수가 무슨 기념일을 챙기겠냐마는. 과연 그럴까? 처음엔 나도 백수 프리미엄으로 다 면제받을 줄 알았어. 생일요? 취직한 다음에 챙겨드릴게요..... 어이고 아들 하나 둔 거라곤 지 엄마 생일도 모르고!
꼬꼬마 시절 때야. 내 딴엔 과자뭉치를 사서 생일상을 만들어 드린 적이 있었어. 한 8천원 나왔나? 금액보다 그 정성을 보라고. 노느라 정신없을 초딩, 엄마 생일 챙긴 것만 해도 대견하지. 왜 과자였을까? 아마 그때 제일 숭배했던 음식이어서 그랬을 거야. 세상에, 그 맛있는 걸 포기하고 엄마 드릴 생각을 했다니. 장하다. 과거의 나!
그러나 엄마 반응은 예상과 정반대였어. 쓸데없는 거 사왔다고 야단맞았지. 엄마는 친구들과 놀러 그냥 나가버렸어. 크윽. 내 인생 최초로 기가 찬 게 어떤 감정인지 배운 날이었지. 워호. 이거 자체 패드립인가? 아냐, 아냐. 그런 일이 있었다 한들 엄마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아. 딱 하나. 생일날 그냥 넘기는 것 빼고! 소심한 복수. 히히...응?
사실 엄마가 대체 뭘 바라는지 모르겠어. 그냥 지나가도 한 소리, 뭐 좀 챙겨줘도 쓸데없는 거 샀다고 두 소리. 그러니 어떡해. 그냥 한 소리 듣고 넘길 수밖에. 돈 쓰고 욕먹는 것보다야, 경제적 불효자 되는 게 낫잖아? 아항.
후우. 알아. 그래도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는 걸.... 엄마 사랑해요. 속삭속삭. 으악! 무대서도 못 하겠어. 지금 여기 핏줄 일어난 거 보여? 차라리 아빠한테 하라지. 아무튼. 올해는 무슨 바람이 들어선지 엄마한테 생일선물을 하고 싶었어. 물론 비용은 아빠 지갑에서 나오지만. 크흠.
이전처럼 두 소리 듣지 않기 위해서 진짜 필요한 걸 찾아봤지. 27인치에서 머무는 환장할 TV? 여섯 번 돌려야 켜지는 가스레인지? 아님 인간돼서 취직하는 거? 호오. 이건 너무 어려운데. 평생 못할지도 몰라. 흠. 뭐가 좋을까. 앗! 그러다 생각났어. 매일 조그만 화면에 느려터진 속도로 인터넷 하는 모습. 용량이 없어서 카톡 사진조차 불러오기가 안 되는 스마트폰!
이전부터 바꾸자고 했는데 절대 바꾸지 않으셨어. 지금 쓰고 있는 녀석은 5년 전에 산 LG폰인데, 그 흔한 4G LTE도 안 돼. L70이라고 3G 마지막 유산인 제품이 있어. 구닥다리지만 장점이 전혀 없는 건 아냐. 고장 날 생각을 안 해! 배터리도 교체식이라 좀 덜덜되면 그냥 바꾸면 되고. 이런 거 보면 LG도 폰 잘 만들어. 그치?.....미안.
그렇게 샤오미로 바꾸자고 했는데도 대답은 응, 중국산 안 써. 엄마, 요새 중국산은 옛날 중국산이 아니다. 삼성, LG 다 발랐다. 성능 더 좋다. 응, 그래도 안 써......으휴. 역시 괜히 삼성이 아냐. 누가 진짜 돈줄인지 정확히 알고 있지. 스냅드래곤이 어쩌구 저쩌구, 램이 몇 기가, 실벤치가 얼마 나불대는 백수는 탱! 우린 구매력 있는 소비자만 상대합니다. 커억.
중국산으론 답이 없어서 잠깐 싸게 풀렸던 일제 소니폰도 말해봤거든. 그 있잖아. 개 털려서 본진 귀환한 소니 엑스페리아. 키야. 일본산은 그래도 5초 정도 고민은 하시더라. 그러나 역시 대답은 삼성, LG 아니면 안 써!
이 지독한 국내 대기업 사랑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전 국민이 우리 엄마 같았으면 일부러 일본제품 불매운동 할 필요도 없어. 여하튼, 처음엔 AS 때문인 줄 알았지. 잠깐, AS는 콩글리쉬라던데. 찍 후 지원? 크흠. 부레레. 주제로 돌아가서. 그런데 진짜 이유는 따로 있더라고. 계모임 수다소리가 울려 퍼질 때서야 진상을 알 수 있었어.
그래, 거긴 소리 없는 아우성. 대기업 아니면 낄 수 없는 격전장. 그런 곳에 샤오미를 들고 가라 했으니 씨도 안 먹혔지. 거기다 폰이 바뀌었는데 그냥 넘어가겠어? 어머, 폰 바꿨네? 어디 껀데? 샤오미. 이게 삼성보다 더 좋다더라. 에잇, 그래도 중국산 아니가? 삼성이 제일 좋지. 아들내미가 해줬나? 아니, 길가다 싸길래 샀다......갑자기 패배자가 된 기분이야. 숨겨야 할 자식이라니.
이럴 순 없지. 그래서 이번엔 우리나라 대기업으로 샀어! 삼성!...은 아니고 LG로! 신상은 내 주머니, 아니 아빠 주머니 사정 상 못 사고, 작년에 나온 걸 구입했지. 그저 그런 놈이 아냐. 플래그쉽! 모델명은 말하지 않을게. 그...G7, G6, G8도 아닌 G7. 중고가가 얼만지 알아? 20만원. 1년 지났다고 90만 원짜리가 20만원!. 브라보치아노! 존버해야 할 대상은 폰이지, 비트코인 따위가 아니었어.
문제는 중고라는 건데. 선물로 중고는 좀 그렇잖아. 그래서 백수 잉여력을 풀가동해서 새 거 같은 중고를 찾았어. 무려 4만원이나 더 줘서 S급 풀박스를 샀다고. AS기간도 9개월 남은 걸로. 이제 엄마 보기 전에 뜯어서 새 거처럼 주작할 일만 남았어. 으힉.
이건 뭔 택배박스고? 니 또 뭐 샀는데? 밥 먹고 살 궁리나 할 것이지 쓸데없는 거 살래! 짜잔. 엄마 생일 선물. LG꺼다. 크흠.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어. 등짝스매쉬 날아오는 건 아니겠지? 아무렴. 하나 뿐인 자식이 생일이라고 선물한 건데 그러기까지야..... 혹시 그렇게 된다 해도 억울할 필요 없어. LG가 패배한 거지 내가 패배한 게 아냐! 훗. 삼성은 좋아하셨을 거야.
사랑을 담아서.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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