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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삭발머리2019.09.11 PM 10:20
삭발머리
요즘 삭발이 유행인가? 이언주 의원에 이어서 박인숙 의원까지. 아아, 그 분들껜 미안하지만 생각보다 노관심. 삭발로 관종이 되기엔 시대가 변했어. 적어도 아랫도리 왁싱은 해야지! 암, 과연 브라질 갔다 올 진성 관종 1호는 누가 될 것인가!
다행히 나경원 누나는 아직 안 밀었어. 일부 용감한 지지자들은 대표님도 머리 밀자고 하는데, 어허, 큰일 날 소리! 물론 까까머리 나경원 누나도 예쁠 거야. 워낙 기본이 되니까. 그래도 단발에 비할 순 없지. ...응? 내 취향 아니냐고? 으흠...인정. 중성적 매력과 함께 청초한 느낌이 있잖아. 아청하다고 할까. ....내가 지금 뭐라 했지? 잊어주세요.
그러고 보니 머리에 얽힌 사연도 다들 많을 거야. 엄마는 말하셨지. 머리는 바짝 깎아야 한다고. 하핫. 어릴 땐 그 이유를 몰랐어. 내 돈으로, 아니, 엄마한테 받은 용돈으로 미용실 가게 될 나이가 되자 그 의미를 알았지만. 한번 깎을 때 바짝 쳐서 재방문 사이클을 줄인다!
이유를 알면 다 받아들이잖아? 왜 솔직히 말해 주지 않으셨습니까! 어머니! 머리와 경제적 상관 관계를 일찍 알았다면 진작 스스로 밀었을 거야. 집에서! 돈 아끼려고. 엄마, 머리 깎게 돈 주세요. ..용돈에 포함되어 있단다. 자식아. 자르고 싶으면 니 돈으로 깎아!
아무튼. 군대에서 삭발이란 걸 해봤는데, 새로운 경험이었어. 정말 노래 가사가 와 닿더라. 이등병의 편지! 짧게 잘린 내 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다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굳어진다~ 머리카락 좀 잘랐다고 인생을 되돌아보고 있어! 아마 거울 속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서 그랬을 거야. 정말 가관입니다. 못 생긴 얼굴인데 머리 자르니 와. 이건 지나가는 조폭 엑스트라 69야.
그래도 삭발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어. 까슬까슬 한 것이 계속 쓰다듬고 싶어! 아랫도리 찹찹찹 하는 거에 이어 새로운 발견이었지. 왜 컷 중에 귀두컷이 있는지 알게 된 순간이었어.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삭쓰핀? 삭발 쓰다듬기 모르핀. 미안. 너무 억지네.
시원하지, 관리하고 쉽지, 우주적 교감을 하지, 정말 좋아. 딱 하나. 이놈의 머리빨 하나가 이 모든 장점을 다 잡아먹어버리지만. 아아, 집구석 인생이건만 머리빨의 중요성을 알아버렸어. 흑흑. 이제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돼버렸다고.
내 돈, 아니 용돈으로 머리를 깎기 시작한 때부터 바짝파에 들어갔거든. 어떻게 해드릴까요? 짧게 해주세요. 무조건 짧게. 6개월은 버틸 수 있게! 크흑. 내가 머리 자르기 귀찮거나, 싫어서 이러는 게 아냐! 주머니사정만 넉넉했다면 일주일에 한번은 자르고 싶다고. 잘라 주는 분이 누나든, 아줌마든, 할머니든! 그 감미로운 가위 샥둑샥둑 터치가 너무 좋단 말야. 간혹 허벅지라도 당겨주시면 전율! 아항? 남자 분들, 뭔 말인지 알지? 나만 변태 아니지? .,.하하. 그러나 현실은 한번 자를 때마다 시골통닭 한 마리가 날아가니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이렇게 잘 살아왔어. 주변에 나 봐줄 여성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 초등학교 꼬꼬마들과 짝짝꿍 할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전환점을 맞게 된 거야. 하루는 언제처럼 머리 바짝 치고 애들 앞에 섰어. 그 순간!
쌤, 머리 왜 잘랐어요? 싫어요! 못 생겼어요! 다시 기르세요! ..응? 아니, 머리는 하루아침에 자라는 게 아닌데. .끄아앙 울어버릴래! ...핫. 현자타임. 이런 수박바! 초등 1학년 1학기 첫째시간부터, 아니 유치원 때부터! 이 외모지상주의를 뜯어고쳐야 해. 이 봐주기 하나 없는 잔혹한 녀석들!
....후우. 애들이 무슨 죄겠어. 못생긴 내가 죄인입니다! 그래도 한 줄기 희망을 봤지. 아, 나도 머리 기르면 애들이 싫어할 정도는 아니구나. 이걸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네. ...응? 믿기지 않는다고? 무슨 소리! 이래봬도 초3 숙녀분이, 공유 닮았어요! 이런 충격적인 말도 해줬단 말입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전부 사실입니다. 전 초3이 도가니를 어떻게 봤는지 충격 받았고요....잠깐, 설마 도가니에 변태교장이랑 헷갈린 거 아닌가? 커헉.
상처 받았지만 고맙기도 했어. 애들 눈은 정확하니까. 호호호, 착하게 생기셨어요, 성실하게 생겼어요. 이런 립 서비스 없는 순수한 상태. 어쩌면 살아생전 듣지 못할 진실한 충고를 그때 들은 건지도 몰라.
그래서 애들이랑 약속했어. 머리는 너무 짧게 자르지 않기로. 이발 하는데 돈은 더 깨지겠지만 어때. 얼굴이 안 되면 머리로라도 커버해야지. 핫. ....아! 지금 생각난 건데, 애들은 머리 길이뿐만 아니라 색에도 민감해. 새치! 이 놈의 새치! 끄아악!
밥줄 걸린 면접에서도 염색 한번 한 적 없었어. 흑발 자신감! 그런데 애들 앞에선 쭈그리가 됐네? 그날도 정신없이 애들이랑 씨름 중이었지. 겨우 한 애를 다독여서 책 읽으려 하는 찰나, 정수리 동서쪽이 뜨끔한 거야. 응? 미워할 수 없는 한 녀석이 천진난만하게 흰머리를 보여주더군. 쌤, 흰머리. 다 뽑아줄게요. ....호메시!
아냐, 선생님은 괜찮아요. 흰머리도 소중해요. ..왜요? ..어...쌤은 대머리보단 흰머리가 좋단다. 키야! ...걱정마. 대머리 여러분. 이렇게 말 안 했어. 속으로만 했다고. 한 녀석이 뽑으니 6명이 달려들어. 초글링에 둘러싸인 울트라가 이 맘일까. 흑흑, 그 날만 12가닥이 뽑혔어. 검은 머리까지! 마이깟.
그러나 애들은 정확하잖아. 틈새 새치도 애들은 보기 싫었던 거야. 왠지 짠하더라. 그래서 물어봤지. 염색하는 게 좋을까? 예! 만장일치. 인생에 없던 염색약을 질렀네? 로레알 매직 리터치! 부분염색과 새치를 마법처럼! 아아, 한 통에 만원! 효과 직빵, 협찬 아닙니다.
꾸밈없던 아이들 생각에 기분 좋아졌어! 여러분 머리에 축복이 가득하길! ..대, 대머리는...아잇, 머리가 문제가 아냐. 원판이 중요하다고! 반박 못하죠? 인정해 버렸죠? .....죄송합니다.
아무튼. 나경원 누나 단발 수호를 위하여! .......왁싱은...찬성! 하악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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