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집배원이 되고 싶어요2019.10.09 PM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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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이 되고 싶어요

 

 

내가 언제 요일 개념 투철하다고 했던가? 그 말 취소할게. 쌀 떨어져서 주문했는데 안 오는 거야. 택배추적 해봤지. 짜잔. 옥천 버뮤다 삼각지에서 멈췄습니다. 호메시! 아니! 시킨 지 이틀이나 됐는데 아직 안 오다니, 이게 나라냐!

 

...안 오는 게 당연했어. 오늘은 109일 한글날. 공휴일! 어휴, 이 개념 없는 백수를 어떻게 해야 좋을까. 결국 점심, 저녁 모두 오뚜기 오라면으로 때웠지. 오라면 먹어봤어? 난 불호. 너무 맵던데. 크흠. 잡담은 여기까지.

 

택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체국 집배원에 응시해 봤거든. 집에서 놀고먹을 바에 오토바이 타면서 공익을 실천해볼까 하고. 우선 사전조사부터 했지. 집배원, 얼마나 꿀인가? 결과는요! ...헬 중에 헬. 맙소사.

 

여긴 주 52시간을 밥 먹듯 어기는 곳이야. 평균 주 57시간! 이것도 그냥 들어난 것만 이래. 집배원 업무가 배달만 있는 게 아니거든. 배달만큼 빡치는 일이 있으니 바로 분류작업. 코호호. 내 눈을 믿을 수 없군! .그렇습니다. 따로 분류하는 인원이 없어요. 있어도 알바로 대충 때울까. 이러니 아침 일찍 출근해서 짐 정리하고, 퇴근해서도 내일 물건 체크해야지. 그럼 이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쳐주느냐? ..아니! ..너무한데.

 

또 하나 집배원 헬적화의 요소로 오토바이를 들어. 바이크를 타며 자유를 만끽하기엔 일이 너무 빡세. 미친 듯이 돌아다녀야 하지. 그러다보면 어떻게 될까요?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다. 오토바이라 다치면 바로 몸에 직격탄이다 이 말이야. 게다가 날씨 영향도 많이 받아요. 비오고 눈 내리면 어쩔 거야. 여름엔 쩌 죽고, 겨울엔 얼어 죽고. ..., 앞으론 오토바이 대신 쪼만한 자동차로 바꾼다곤 하는데 언제 보급 될지 몰라. 그 있잖아. 1인승 전기차.

 

그리고 대망의 연대책임. 정점을 찍어. 택배량은 정해져 있는데 누가 한명 구멍 냈다? 남은 인원이 채워야 하지. 대타가 없어요. 그러다보니 동료한테 미안해서라도 휴가를 쓸 수가 없어. 부모님 장례식이면 모를까. 아파도 나가야 하는 거야. 눈칫밥 안 먹으려면.

 

이렇게 빡세다 보니 안타까운 죽음도 일어났어. 올해만 10. 중노동에 시달리다 돌아가신 분들은 억울해서 어떻게 해. 어휴. 이렇게 힘든데 우정사업본부는 사람 안 뽑고 뭐하냐! ...그런데 말입니다....우체국 쪽에서도 이렇게 빡세게 굴리는 이유가 있어. 집배, 택배 쪽에서 계속 적자를 보고 있거든. 규모도 상당해. 올해 2000억 예상!

 

? 택배업무는 늘어났을 건데 왜 이래? 물론 큼직하고 무거운 택배는 늘어났지. 그런데 편지, 고지서, 서류봉투, 이런 것들. 요즘 봤어요? 없죠. 카톡, 문자, 이메일로 보내는 시대가 온 거야. ..잠깐만요! 택배는 우체국택배가 제일 좋던데! 맞습니다. 그런데 돈 문제가 걸리면 이게 좀 달라져. 소위 가격경쟁력! 경쟁업체 CJ택배 같은 곳 봐. 인간을 갈아서라도 가격 맞추잖아. 죽을 거 같으면 추노하고. 없으면 또 뽑고.

 

그러니 뭐다? 집배원 문제는 우체국 문제만이 아니다. 택배 사업 전체를 뜯어 고쳐야 돼. CJ, 롯데, 한진, 로젠, 편의점택배 이런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헬이잖아. 알바 중 기피대상 1, 택배상하차. 노가다는 하더라도 이건 하지마. 절대 하지마. 아무튼 하지마!

 

이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때야. 여러분도 느꼈지. 이 헬의 근원. ...2,500원이면 받을 수 있는 택배비. 끄응. 당신은 이 땅의 택배노동자들을 위해 택배비를 더 내실 의향이 있나요? 최소한의 사람다운 환경을 만드는데 동참하실 건가요? ...끄응.....제 주머니 사정도 어려운지라....아잇! 어렵네!

 

아무튼. 우체국은 문대통령이 약속하기도 했고, 세금 부으면 되니까 어떻게든 할 수 있어. 올해도 1000명 가까이 집배원을 뽑지. 하고 싶다면 당장 2종소형부터 따자. 오토바이 있는 분이라면 하루만 바짝 연습해도 합격할 수 있어. 어떻게 아냐고? 여기 보이십니까? 제가 바로 2종소형 소유잡니다. 학원비만 대면 다 따죠. 후르릅.

 

그래서 응시한 건 어떻게 됐냐고? ....지금 내 신분은 백수. 보시는 대로. 탈락! 심지어 면접에 혼자 들어갔는데도 탈락! ...지금부터 집배원 채용 탈락 썰 풉니다.

 

집배원 채용 별 거 없어. 필기 같은 건 없고 체력테스트만 통과하면 바로 면접이야. 체력? 다들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1분에 30개는 하잖아? ...못하면 좀 그런데. , 체력은 평소 기르시고. 이제 면접인데 복장은 자유야. 정장 입고 온 분도 있고, 사복 입고 온 분도 있고. 옷은 별 관계없는 것 같더라고.

 

내가 지원한 곳이 사하우체국, 금정우체국, 남부산우체국, 그리고 중앙동에 있는 부산우체국이거든. 이 중에 다른 곳은 경쟁자가 있으니 떨어질 수 있어. 그런데 부산우체국은...면접에 나 혼자였다고! 이상하게 옆에 분들이 체력에서 다 떨어졌어. 맙소사. 나의 독무대! 이제 나도 직장인 되는 건가!

 

..했지만 면접관의 눈은 정확했지. 대번에 알아차린 거야. 이 녀석, 진짜배기다. 방구석 은둔 외톨이. ..아니면 말야, 혼자 면접 본다고 너무 용감했던 것 같기도 해. 나 혼잔데 거짓말 할 이유 없잖아. ..지원 동기가 무엇입니까? 안정된 직장을 갖고 싶습니다. ..다른 일은 안 알아보셨어요? 사실 공무원, 공공기관 준비했습니다. 그렇죠? 보기에도 집구석에서 책만 봤을 거 같더라. !

 

그래서 떨어졌어. 당일 바로 발표. 이번엔 합격자가 아무도 없습니다. 와우. 대단합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우체국에서조차 난 불합격이네? 그 날 내 인생을 다시 돌아봤어. ...? , 이젠 괜찮아. 차라리 잘 됐지. 그 지옥 같은 집배원 생활과는 영영 사요나라 했으니. ...이 시국에! 바이바이.

 

난 못했지만 여러분은 할 수 있어. 백만 백수 군단이여, 행복 우체국 건설에 지원하라! ....뒷일은 책임 못 집니다.

댓글 : 2 개
전 집배원은 아니고 우체국 택배일 해봤는데 정말 헬이예요. 시간에 쫒깁니다. 영상에서 말씀하시는게 다 맞지만 저는 점심은 챙겨먹긴 했지만 저런 노동량에다가 제 경우에는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 갈굼까지 더해져서 이대로 하다간 병 얻고 돈만 더 나갈거같아서 나왔네요. 해보니까 택배일은 그냥 빨리 기계가 대체하는게 낫겠다 싶은 생각 들 정도였어요. 전기차 얘기는 제가 집배원이 아니라서 막연하게 좋을거같았는데 편지 배달하시는거 보니 오토바이 타고 손에 편지들고 배달하시는데 안전을 위해서 차타고 다니는게 좋을거같지만 전기차타고 배달이 수월할까 싶은 생각도 드네요. 영상에서 나오신분도 인터뷰할 시간도 없이 바쁘셨을텐데도 방송 찍으신거보면 현실 보여주고 개선되길 바래서 나오신거 아닌가 싶습니다.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힘든 일에 고생하셨습니다. 인공지능이나 기계와 사람이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확실히 오토바이가 빠를 것 같습니다. 전기차는 편한대신 좁은 길이나, 타고 내리는 시간도 제법 걸릴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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