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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생명윤리 생명과학2019.11.01 PM 10:28
생명윤리 생명과학
지구온난화는 확실해. 11월 1일. 추울 때가 됐건만 모기가 앵왈애알! 모기 정도면 말을 안 해. 언버빌러블! 못 볼 걸 봤어. 공포의 화랑곡나방!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나! ...이러면 쌀은 완전히 나가린데. 수박바!
아무튼. 이 좁은 방구석이 뭐가 좋다고. 미세방충망도 어쩔 수가 없나 봐. 어디서 들어오는지 참. 팔랑거리는 나비라면 괜찮아. 모기 잡아먹는 잠자리도 웰컴. 그런데 들어오는 거라곤 기피할 녀석들뿐이지. 모기, 초파리, 화랑곡, 지네! 어휴.
그래도 아주 가끔은 반가운 녀석들이 보여. 화랑곡나방을 잊기엔 충분한 보물! 방충망에 딱 붙어있는 애사슴벌레 암컷! 누추한 곳에 귀하신 분이! 이럴 땐 산복도로 달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이 뿌듯하단 말야. 대도시에서 만끽할 수 있는 자연의 신비지.
곤충은 안 좋아해. 어릴 땐 거미 보면 굳어버렸어. 그런데 웃긴 건 바퀴벌레는 잘만 갖고 놀았거든. 엄지손가락만한 녀석들 있잖아. 할아버지가 잡아서 얼마나 끈질긴 녀석인지 똑똑히 보여주셨어. 라이터로 몸통 반을 지졌는데 꿈틀대는 생명력! ....잠깐, 이거 5살 어린애가 봐도 되는 장면인가? ....할아버지!
그런데 이상하게 풍뎅이류는 좋더라? 애완용 장수풍뎅이도 있다며? 같은 곤충인데 왜 이렇게 차별할까? ...딱딱하고 빛나는 갑질이 멋있어서? 그럴지도. 일단 멋있잖아. 딱 버러진 얼굴에 가운데 힘차게 우뚝 솟은 뿔! 보기만 해도 정력이 차는 거 같아. 응?
아참, 오늘 본 녀석이 애사슴벌레 암컷인지 정확히 안 데에는 사연이 있어. 때는 초등학교 5학년. 아빠가 애사슴벌레 수컷 한 마리를 주워오셨지. 들뜬 마음에 비싼 수박 먹여가며 여름방학동안 내내 길렀지. 그런데 말입니다....어휴. 방학 숙제로 곤충채집이 있었거든. ..끄아악!
정말 고민했어. 이 녀석을 계속 살려둘지, 아니면 메탄올 속으로 빠뜨릴지. 결과는! 인생 최악의 선택을 해버렸어. ...그렇습니다. 넣었어요. 내가 화장터에서 파이어 될 때까지 그 장면을 잊지 못할 거야. 알코올 속에서 허우적대는 애사슴벌레....누구 나한테 펩시 던져주실 분. 지금만큼은 설탕물 범벅이 되고 싶군.
요즘도 곤충채집 하나? ..,.뭐야, 유튜브에 많이 있네? 애들 상대로. 워워워. 절대 비추합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 학부모 여러분. 아직 죽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아이에게 죽임을 가르치지 마세요. 평생 트라우마로 남습니다. 고작 숙제 잘 해서 선생님께 눈도장 받는 용도로 생명을 죽이지 마세요. 진짜로요!
그러고 보니 내가 곤충을 싫어할 수밖에 없구나. 꼬꼬마 땐 바퀴벌레 반 토막 화형식 봐, 말벌 머리 뜯기는 모습 봐, 초딩 땐 수장되는 사슴벌레 봐. 맙소사. ...근데 이 공포기억이 최근에도 생겼어. 어디서? 초등학교에서! 내가 초등학교에서 알바 뛰었다고 했었잖아? 그때 아이들이랑 많이 놀았는데, 걔 중에는 상상을 초월한 실험가들이 있었지. 무슨 실험? ...교단에서 사마귀 잡아서 배 째는 실험! ....쌤, 연가시 없어요! 끼요옷!....쌤, 어느 게 암컷이에요? ..그건 왜 묻니? 수컷 잡아먹는지 보려고요. ....호메시!
어...애들이 나쁘다는 뜻은 아냐. 티격태격 실랑이는 벌렸지만 그 중에 한 마리만 하늘나라 가고 다른 애들은 풀어줬어. 생명에 대해 같이 생각하지 못한 내 잘못이지. 크흠. 애들아 미안하다! 그래도 돌로 배 짓이기는 건 너무하지 않니! 무서운 녀석들. ...실제로 수업시간에 무서워. 어디로 튈지 몰라서. 고 추 워!
생명 하니 도마뱀도 빼놓을 수 없지. 여름밤, 방충망에 붙어서 모기 잡아먹는 고마운 녀석! 물론 밑에 똥이 쌓이긴 하지만 그게 대숩니까! 모기를 잡아주는데! 낮에는 어디서 지내는지 모르겠어. 가끔 어떻게 들어왔는지 천장 구석에 붙어 있기도 하고. 참 신기한 녀석들이라니까.
그러고 보니 바다생물도 보고 자랐어. 부산 프리미엄! 바다생물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바로 성게에 얽힌 슬픈 이야기... 때는 남자가 가장 발기력 충만한 중학생이었을 때. 생물쌤이 누구 성게 구해 올 수 있는 사람 하는 거야. 바로 저요! 내가 그 때 완전 쌤들 애완견이었걸랑. 중딩 때부터 취향이 확실했어. 연상의 누님, 선생님, 유부....찰싹!
부산 송도 앞바다를 뒤지기 시작하는데 1시간 뒤졌나? 드디어 발견한 성게! 바로 잡았냐고? 아니. 일말의 양심은 있어서 이번에도 고민하긴 했어. 그땐 성게가 귀한 건줄 알았거든. 잡아놓고 하루 종일 통만 바라봤지. 가져갈 것인가, 다시 바다로 풀어줄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응, 잡아가, 쌤한테 칭찬 들어야 돼. 하악하악.
그러나 생각해 보라고.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운 주제였어. 과학적 발전을 택할지, 실은 쌤과의 사랑이지만, 생명을 지킬지. 이 문제는 지금도 모르겠어. 그러나 성게 정도는 이제 고민 않고 잡을 것 같아. 동해바다에 널리고 널린 게 성게란 걸 알았으니까! 백화현상의 주범! 바다를 위해 모조리 잡아버리겠어!
마음가짐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명분이 생기니까 죽이는데 아무 주저가 없죠. 제가 한 메스 했습니다. 황소개구리 해부해봤어? ...친구들은 하기 싫다는데 난 신나게 배를 찢었어. 생태계 교란종 황소개구리를 해부해 보아요. .예? 생태계 교란종! 하하, 죄책감 없이 죽이기 딱 좋은 황소로군. 부악부악. ...그 때 뉴트리아까지 있었다면 녀석 불알을 쪼갰을 텐데!
아무튼, 그래. 생명에 대한 고민 없이 생물을 배운 자의 전형! 그게 바로 접니다. ...아마 천황폐하와 황국을 위해서라면 인간실험도 자행했겠지? 이 썩을 놈! 찰싹! 역시 고대 그리스 센세들이 괜히 철학을 강조한 게 아니라니까.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요! 생명과학 보단 윤리. ...이과보단 문과? 어? 문과 소리 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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