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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오 나의 카멜라2019.11.09 PM 10:33
오 나의 카멜라
요즘 내가 카메라에 미쳐있다고 말했지? 어우. 돈도 없는 녀석이 사고 싶은 것은 많으니 이 사태를 어쩌면 좋을까? 다행히 저번에 여러분과 약속한 것처럼 특단의 대책을 썼어. 어떤 대책? 삽니다! 게시판에 글 하나 올려놓고 완전히 잊어버리는 방법! 가격은 신품의 60%! 상태는 아주 좋은 걸로! 떡하니! 소-니 아르엑스 마-크 뽀 삽니다! ....이 시국에!
기대하지 않았어. 어떤 분이 이 황당한 조건에, 게다가 찾기도 힘든 삽니다 게시판을 뒤져서 연락을 할까? 그런데 웬걸....왔네? 쿄호호. 와우! 이 기분이야! 합격한 사람의 기분! 간절히 바랐는데, 막상 덜컥 되고 나니 앞날이 캄캄하고 미쳐 날 뛸 기분! 앙! 여기 취업이나 이직 성공하신 분? 처음 그 기분을 어떻게 억눌렀어요? 내가 너무 소심해서 이런 거야?
그런데 말입니다....문제의 시작! 당신이 말한 108만원에 팔게요. 상태도 새 거랑 다름이 없답니다. 대신 박스가 없어요. 콜? ....어......오 마이 갓! 이런 상황은 시뮬레이션 돌리지 않았다고! 이 가격에 판다는 분이 나타날 줄도 몰랐는데 하물며! 끄응. 고민...고민! 고민! 끄아악!
지름신 물리치려다 오히려 쌩돈 108만원이 날아가게 생겼어! 백수 주제에 무슨 카메라를! 그 작디작은 카메라도 들고 나가기 귀찮아하는 녀석이! 무려 1.1KG짜리 준 대포를 산다고? 안 돼! 이 녀석아! 정신 차려!....아니. 남자라면 묵직한 대포 한 대는 갖고 있어야 하죠. 끼요옷!
그래서 세게 나갔습니다. 박스 없으니까 10% 디스카운트! 과감히 90만원 콜! 핫! 이 정도 깎았으면 불쾌해서라도 파토내시겠지! 히힛! 지름신이여 안녕! ....일 줄 알았건만. ..95만 원 정도까지는 해 드릴게요. 눈웃음 마크 딱딱! 와우.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95만 원 정도. 딱 잘라서 95만 원이 아닌 정도!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미묘한 단어가 심장을 후벼 파! 크악. 거기다 눈웃음으로 마무리! 하하하.....이 분 강적인데!
그러나 여기서 잠깐. 자고로 끌리는 거래는 사기를 의심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소양! 맞아. 좋은 매물일수록 두들겨 봐야 하지. 일단 더 치트 검색! 호오. 통과. 스르륵 클럽 아이디 전수 조사. 띠리리. 게시글은 적지만 아무튼 실명 인증한 회원. 통과. 결정적으로 부산 직거래! 통 통과!
그럼에도 아직 안심할 수 없어. 제가 누굽니까! 바로 덕후 물품으로 한 중고거래력 쌓은 소심이 아니겠습니까! 여기서 주의할 점은 바로 박스가 없다는 거야. 박스, 그게 뭐 대수라고? 아니, 중요합니다. 상태가 아무리 좋아도 풀박스 아니면 제값 못 받는 것이 인지상정. 거기다 하필 정품인증서도 없다? 박스랑 정품인증서가 없다라....이거 장물 아냐? 어디서 슬쩍해서! 어! 합리적 의심이 들 만하지.
다행히 대부분 회사에선 정품등록을 운영하고 있어. 요즘 웬만한 전자제품은 다 이렇지? 샤오미 보조배터리에도 정품인증 번호 있더만. 아무튼. 고가의 카메라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시리얼 번호 딱 찍으면 언제 생산되어서, 팔리고, 누가 등록했는지 바로 나와. 중고 거래에서 꼭 확인해야 될 사항! 특히 이번처럼 증명품이 날아간 상황에선 더욱! 자, 테스트 들어갑니다. ...정품인증 하셨나요? 해지 가능하시죠? ...예! ....크흠. 이런 시나리오가 아니었는데... 정품인증까지 문제없다고요? 끄아악!
제품에 문제만 없다면 진짜 빼도 박도 못할 상황까지 왔어. 크흑. 괜찮아. 아직 희망이 있어. 매의 눈으로 조사한다! 버튼에 상처 하나, 렌즈 곰팡이 때 국물도 넘기지 않는다! 단자 하나하나 꼽아보며 구멍의 역할을 다하는지 검사한다! .,..는 개뿔. 직거래가 가장 안전한 거래라고 하지? 그러나 대인기피증 있는 이 몸에겐 충격과 공포 수준이라고! 말도 못해. 어버버버. 그러다 그냥 미안하니 사고, 집에 와서 후회하고!
후우. 나 같은 분들을 위한 팁. 카메라같이 복잡한 녀석은 서비스 센터 앞에서 거래하는 것을 추천! 거래하는 동시에 바로 점검 받아보는 거지. 참고로 소니카메라 점검비는 무료야. 이와 유사한 항목이 중고폰! 기계만 멀쩡하다고 그냥 거래했다간 망할 수 있어. 도난폰, 요금미납폰에 걸리면 개통도 안 되고 환장할 노릇이라고. 그러니 해당 통신사 직영대리점이나 플라자 앞에서 처리하는 것이 안전. ...어떻게 아냐고? 당해 봐서 그래!
자, 이제 지를 일만 남았나? 끄응. 이 두려움은 뭐지! 내 안의 흑염룡이 꿈틀거리고 있어! 뭔가가 마음속에 걸리는 거야! 그 이유를 집중 탐구 해봤습니다. 막상 사려니 주저되는 이유, 바로 계절! 카메라 가격은 계절을 많이 타. 밖에 나가기 좋은 봄, 가을에 올랐다가 덥고 추운 여름, 겨울이면 떨어지지. 지금은? 이거 뭔 모기마저 앵앵거리는 알 수 없는 가을 겸 겨울? 아잇! 지구온난화 때문에 계절요인은 뭐가 뭔지 모르겠어. 패스!
그 다음이 신제품 발매 루머! 지금 사려는 카메라가 17년에 나왔거든. 지금으로부터 2년 전. 흐음...2년...딱 새제품 나오기 좋은 때! 어구어구, 구시대의 유물 마크 4를 사셨어요? 이걸 어쩌나. 성능 빵빵하게 개선 된 마크 5가 나왔는데! ....억울함에 잠을 못 잡니다.... 아차, 어차피 마크5 나와도 비싸서 못 사겠구나! 카메라도 이미 덕후 산업이 돼서 명품 고가 정책으로 돌아섰어. 그런 거 있잖아. 겨우 플라스틱 쪼가린데 캐논, 니콘, 소니 마크 붙여서 500배 뻥튀기 해먹는 장사. ...응? 후지, 파나소닉, 시그마도 다 같은 놈이야! 그 최고봉은 라이카고!
결정적으로. 2020년이 무슨 해입니까? 바로 방사능 콸콸 도쿄 올림픽 열리는 해 아닙니까! 카메라 사업 독식하고 있는 일본 본진에서 지구인의 한계를 시험할 축제가 펼쳐져. 이 기회를 카메라 기업들이 놓치겠어? 신제품 뻥뻥! 일본산 광학 기술을 맛보아라! 이 맛은...방사능맛! 핫... 삼성 갤럭시 11도 올림픽 전 2월에 출시! 1억 800만 화소 삼성 이미지 센서 넣어서! ....이런 시기에 카메라 사는 것이 맞을까? 크흠...
진짜 문제는 내가 이걸 질러서 제대로 쓸지야. 100만원....1년 치 식비. 두 마리치킨이 60통. 아오! 이럴 땐 부자가 부러워. 무슨 카메라 하나 사는데 한 달을 고민해야 돼! 막상 사 놓고 장롱행 하면 어쩌지. 1.1KG인데. 페트병 하나 들고 밖을 싸돌아다닌다고? 끄아악!
안되겠어. 한 번 더 진상짓 하겠습니다. 95? 노노. 90. 아니 90. 90만원. 90만원! ..응 안 팔아. ..오케이. 땡큐! 9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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