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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안 선생님2019.11.10 PM 10:42
안 선생님
역사! 과거를 모르는 자, 미래를 열 수 없을지니! 역사 좋아해? 전 매우, 아주 좋아합니다! 보이십니까? 한능검 1급! 집에 이야기 일본사, 중국사도 있죠. 크흠. 이게 뭐라고. 그런데 역사에도 종류가 여러 가지 있잖아. 고등학교 교과서만 해도 국사와 세계사로.
세계사는 정말 좋아했어. 유럽이 그 암흑기를 거친 다음에 혁명 빵빵 터지는 역동성에 감격했지. 중국은 어떻고. 삼국지~. 당나라의 찬란함! 이에 반해 국사는...좋아하긴 하는데, 뭐랄까, 대한민국 입시 교육 체제에 물든 나머지 피하고 싶어!
구석기, 신석기만 내도 충분할 것을, 굳이 간석기, 뗀석기 다 구분하는 문제 내고. 어! 고구려, 신라, 백제마다 3중으로 정치, 교육, 역사서를 짬뽕으로 내는데 사람이 안 미치나고. 고려는 뭡니까? 불교! 스님과 해당 사찰을 바르게 연결하세요. 야! 내가 절 이름까지 외워야 하는 한가한 인간인 줄 알아! ..어...고려 말 무신정권과 대몽항쟁으로 또 한 번의 트위스트. 웟더.
이어지는 조선. 맙소사, 조선! 2019년 현재 정당이름도 헷갈리는데 400년 전 노론, 소론, 북인, 남인, 서인, 동인을 어떻게 구분하라는 말입니까! 조광조는 거꾸로 해도 조광조. 뭔 책이름은 그렇게도 많은지. 핫. 정조대왕님을 존경하지만 그 시대를 공부하자면 머리가 터질 것 같아! 실학? 정약용선생님! 실학이 어려워요! 균전론, 여전론, 한전론. 끼요옷!
그러나 지금까지는 다음에 올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한국 근현대사! 오우, 이런. 수박! ....일본 강아지 베이비! 이 죠스바 놈들은 왜 평화로운 나라에 쳐들어와서 이리도 많은 협약을 만들었어! 이에 질세라 이어지는 명성황후, 아니 민비! 가 벌이는 판타스틱한 일도 외워야 하지. 어떻게 하면 나라를 말아먹을 수 있는가! 국가망조는 민비처럼!
그래도 말야. 그래도! 여기까진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어. 일제 강점기 가면 어떻게 되죠? 하하하. 달이 차오른다. 가즈아! 독립운동가 여러분, 존경합니다. 그런데 조직은 통일되게 만들어 주시면 안 될까요? 신간회, 신민회. 비슷한데 하나로 뭉치시지! 그리고 또 뭐야. 저기 만주와 중국에서 열심히 싸우신 독립군 여러분. 좋아요, 다 좋은데! 왜 이리 많습니까! 조선의용군, 조선인민군, 조선혁명군, 한국독립군, 한국광복군. 끄아악! 미쳐버리겠네! 이렇게 중구난방이니 있어선 안 될 자유시참변 같은 사태가 벌어지죠!......찰싹! 이 민족혼 없는 녀석!
죄송합니다! 알고 있어요. 그렇게 고생하면서 나라 지키신 분들을 고작 시험범위 분량 정도로 치부하면 안 된다는 것을. 감히 어쭙잖은 지식자랑하려고 함부로 평가하면 안 된다는 것을. 그럼에도 너무하잖아. 진정한 역사를 가르쳐야 할 역사교수님들께서 오히려 연도별 이름 외우기를 장려하는 것 같단 말야. ..급퀴즈. 일제 하 물산장려운동은 어떻게 됐을까요? 일제의 관여로 흐지부지 되고 내부의 쌈박질로 결국에 잘 안 됐습니다.
아무튼. 글로만 배운 독립사였어. 부끄럽네. 반성합니다! 이 반성에 추진력을 부여한 분이 바로 안 선생님이셨지. 도산 안창호 선생님. 안창호 선생님 하면 뭐부터 떠올라? ...난 흥사단이었던 고등학교 친구부터 떠올라. 잘 지내려나. 야동교환까지 한 사이였는데. 어....무슨 말을 하고 있담. 참.
교과서에서 얼핏 배우기론 그저 유복하고, 좀 보수적인? 독립운동가로만 알았어. 아닌 말로 안 선생님이 미국물 많이 드셨잖아. 미국 유학 하셨지. 그리고 실력양성운동하면 떠오르는 분이 바로 이 분! 확 뒤집어 엎자가 아닌 차차 힘을 기르자. 흐음...아무래도 극적인 텐션은 부족한데.
그런데....내 미천한 생각은 한참 잘못됐어도 멍청했었어. 아오. 이 똥멍청이! 찰싹! 안창호 선생님! 죄송합니다! 난 그저 그분의 훤칠한 사진만 봤고, 훤칠한 사상만 배웠지. 후에 어떤 일을 겪으셨는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아무것도 몰랐던 거야.
안 선생님이 평생 4번 감옥 생활을 하셨는데, 당시 서대문수용소 처우가 얼마나 비참했겠어. 구타, 고문, 배설물, 억압.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변절하고 밀정이 됐지. 그러나 안 선생님은 다 견디셨어. 절대 자기 신념을 굽히지 않으셨다고. 충치와, 간경화와, 기관지염과, 만성소화불량 속에서도.
1937년 그 분의 마지막 수감생활. 체포 이유는 동우회 때문이었어. 흥사단 아래의 청년조직이었던 동우회. 흥사단 하면 교과서에서 뭐라고 배웠어? 실력양성운동의 대표주자! 내가 외운 건 이게 전부야. 으휴.이 바보. ... 실제는 혁명투사단체!
민족운동은 영구하고 민족은 영원한 실재! 동우회에서 펼친 뜨거운 주장이야. 이에 안 선생님은 자기 생각을 분명히 밝히셨지. 흥사단은 평범한 수양단체가 아니라 한국의 혁명을 중심으로 투사의 자격을 양성하는 혁명훈련단체입니다!
일제는 무자비하게 흥사단을 찢어 갈겼어. 폐가 물에 찰 때까지 쏟아 붇고, 발길질하고,...이런 핍박 속에서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된 독립운동가 분도 많아. 안 선생님이라고 다르지 않았어. 혹독한 취조와 고문. 피골이 상접한 모습....
2달간의 짧고도 긴 서대문수용소 생활. 이미 안 선생님은 목숨을 불태우셨지. 언제 닥칠지 모를 죽음만이 기다릴 뿐.... 일본은 마지막까지 그 분을 가렸어. 자기들은 아무 책임 없다는 냥 급히도 감옥에서 쫓아냈지. 3개월 후.... 돌아가셨어. 선생님의 장례식까지 일본은 간섭했어. 아무도 모르게, 누구도 알아선 안 될 것처럼 통제하고, 감시하고...
분위기 너무 무거워졌네. 급전환! 그래도 지금은 기뻐하실 거야. 대한민국! 아직 일부 정신 나간 정치인들도 있고, 일본 똥꼬 빨기 바쁜 모 신문사도 있지만. 여하튼. 서울 사는 사람은 한번 도산공원에 가보는 건 어때? 아니면 여러 독립운동가분들이 잠들어계신 망우리 공원도 괜찮고. 안 선생님 묘비도 망우리 공원에 있어!
오늘만큼은 서울 촌동네가 부럽군. 지방 부산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중앙동에 백산 안희제 선생님 기념관도 있고, 근대역사관도 있고, UN묘지 옆에 일제강제동원역사관도 있고, 민주공원 옆에 광복기념관도 있고, 박차정 의사 생가도 있고. 오!
진짜 많네. 와 이리 많노? ....노? .....어.....크흠. 부산 오면 함 들렸다 가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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