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만 6세2019.11.22 PM 08:42
만 6세
요기요 할인이벤트가 없지만 오늘은 치킨을 시켜먹었습니다. 그럴 일이 있어요. ...오늘 생일인 사람? 아항. 아이, 이쯤하면 대충 눈치 채셔야죠! 축하의 말은 안 해주셔도 됩니다. 대신 선물은 사양하지 않을게요. 돈으로 주시면 더 좋죠. ...찰싹!
생일이라...10살 이전까지는 꽤 즐거웠었던 것 같아. 평소와는 다른 식탁에, 선물에, 축하에. 근데 그 이후론 이래저래 그냥 지나가지 않았어? 핫. 내가 한평생 아싸로 지내서 그런가, 생일파티란 걸 해 본 적 없네. 나 자신도 초라해서 그냥 덤덤하게 넘기는 날....
오히려 그런 내가 불쌍해서 치킨을 시켰어. 내가 날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겨! 크흑. 요즘은 생일 마케팅 문자도 안 오더라? 올 때는 이것들 귀찮게 뭐야! 바로 스팸신고 했는데, 막상 안 오니 섭섭해. 참고로 유일하게 받은 생일축하 문자가 다비치 안경점에서 날아온 광고야. 고객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한 달 동안 10% 할인 쿠폰! ...앞으로 안경은 다비치에서만 해야지. 빗치 빗치 다빗치. 학.
생일이 더 싫어지는 이유는 나이 때문일 거야. 인생 정점을 지나고나니 한 살 한 살 먹는 게 서글퍼. 흑흑.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 말에 동감 못한다면 아직 20대 중반을 넘지 않아서 그래. 니들도 곧 이다. 인정하시죠, 우리 동년배들? 예아.
나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청년의 기준이 몇 살일까? 성인기준은 법에 따라 좀 다르지만 대충 19살 전후로 정해진 반면, 어디까지가 청년인지는 잘 모르겠어.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청년 혜택, 몇 살까지 받을 수 있나! 결과는요, 만 34세!
왜 만 34세지? 어...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만 34세. 이건 내가 사는 부산지역을 바탕으로 했으니까 지역마다 좀 차이가 날지도 몰라. 아무튼, 오늘부터 공포의 숫자는 13일의 금요일이 아닌, 만 34세로 바뀌었습니다.
만 34세가 넘으면 청년 디딤돌카드도, 청년 머물자리론도, 청년 희망날개통장도, 청년 부비론도, 청년 건강지킴이도 받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 뭐다? 34세 되기 전에 받을 거 다 받아놓자. 아무리 백수가 좋더라도 34세 이전에는 쇼부 보자!
그런데 말입니다....여기서 34세 이전에 취업할 자신 있는 사람? ...오! 코호호. 저기 손든 분.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손을 번쩍 드셨어요? ....아. 아버지가 사업 하신다고요. ..야!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인간비데 필요하진 않으세요? ...크흠.
아버지가 사업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은 어떻게 하지? 앞날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34번째 생일날 바다 수온 체크해야 하나? 핫. 요즘 이력서에서도 나이 안 보는데, 어떻게 일자리 정책에선 나이를 봅니까! 이게 나라냐! 18세에서 죽을 때까지 차별 없는 일자리 정책 시행하라!
물론 한정된 자원에서 쥐어짜내려는 공무원님들 사정이야 이해 못할 건 아냐. 그래도 좀...그래. 다행히 일부 정책 중에는 34세를 돌파해도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이 있어. 이를테면 청년 파란일자리 사업, 청년 해외취업 지원 사업. 몇 살까지? 만 39세까지! 와우. 5년 더 벌었습니다. 근데 39살까지 늘려봐야 취업할 수 있으려나? 뜨끔.
아차, 단 이건 군대 다녀온 사람만 해당됩니다! 군필자들 소리 질러! 억울하면 군대 다녀오세요. 히힛. 농담이고. 나이 차별도 서러운데, 군대차별이라니! 난 군필자지만 이 혜택 반댈세. 주려면 다 주지 뭔 제약사항을 걸어놔! 대신 군필자는 2년간 월 180 지원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찰싹!
만성 백수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것이 복지시설아동이더라고. 보호자가 없는...어...고아. 고아, 이 말 써도 되죠? 절대 나쁜 의도 없습니다. ..열여덟 됐으니 이제 나가! ...세상에. 지금 서른을 바라보고도 앞가림 못하는 전국 백만 백수군단이 도사리는데, 18살 애를 그냥 내보낸다고요? 너무하잖아!
물론 알아. 여기도 돈이 문제죠. 한도 끝도 없이 책임지기엔 부족한 예산. 그건 아는데...흐음... 아잇! 어렵네! 내가 너무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거야? 실제론 지원도 빵빵하고, 18살 전까지 특기, 사회교육 다 마친 후에 퇴소시키는데? 여기 고아원 출신인 분, 손? ...응? 찰싹! 끄아악! 이 뇌가 문젭니다. 또 가출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그나마 내가 직접 경험한 걸 이야기할게. 부산 남구에 소화영아재활원이라고 6살 미만 애들을 보살펴주는 곳이 있어. 제가 거길 또 가봤죠. 뭐 하러? 봉사시간 채우러! 봉사를 왜 하십니까? 제 영달과 취업을 위해서요! 아무튼.
거기 가서 정말 내 영혼과 육체에 얼음물을 끼얹은 듯한 느낌을 받았어. 창문 너머로 슬며시 본 아픈 아이들.... 운명이라 하기엔 너무하다고! 거기 수녀님들한테 따지고 싶었어. 하느님은 대체 뭐하는 작자기에 이런 꼴을 놔둡니까? 예! ...워워.
걔 중에 비교적 건강한 아이와는 직접 만날 수 있었어. 하하. 애라면 질색했는데, 나보고 아빠라면서 안기는 애 보니까, 와우. 사람 체온은 생각한 것 보다 더 따뜻합니다. 아이를 앉고 감회에 빠져있을 무렵, 벽에 걸려있는 시 한편이 눈에 들어오더라고.
정확히 기억은 안나. 아이들 앞날에 좋은 일만 있을 거라는 축복의 시였지. 근데...글쓴이 의도와는 정반대로 내 가슴은 비참 그 자체... 그런 꿈과 희망이 가득한 길보다 비극이 더 가깝게 보이는 걸 어떡해. 그러한 걸...
아잇! 오늘도 분위기 아래로 처박았군요. 치어업! ..딴 건 모르겠어. 백수제한 34세, 복지시설아동 18세, 하라지 뭐. 돈이 부족하다면. 그래도 이 아이들을 만 6세에 내보내는 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가장 약하고, 여린 생명을 나이로 판단하는 건 아니잖아!! ....오케이.
아무튼. 만 34세, 18세, 6세 맞은 이 땅의 생명들. 로또 1등 되라! 2번 되라!
user error : Error.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