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린풍자쇼] 알리즈

알리즈

11월은 쇼핑의 계절! 블랙프라이데이부터 시작된 유구한 전통은 사이버먼데이로 발전하사 이젠 11절, 광군절 전 세계인의 지름문화가 됐죠. 어떻게, 쇼핑목록은 잘 준비하고 계십니까?

돈 없는 백수에게도 지금은 중요한 때야. 평소에 지르지 못했던 생필품을 살 기회거든. 이를테면 인덕션! ...응? 무슨 백수가 인덕션이냐고? 내 말이 그 말이야. 집에 가스레인지가 안 켜져! 한쪽은 맛이 갔고, 나머지 하나는 4번 돌려야 불이 겨우 들어오지.

해외 직구 물건 중에 제일 감명 깊었던 건 하드디스크였어. 그녀들을 위한 공간! 배송비, 관세 다 떼고도 국내 정품보다 절반이나 싸다면 믿어져? 이 비정상적인 가격은 2가지로 밖에 설명이 안 돼. .하드 만드는 회사가 사기 치거나, 국내 유통업자가 주작질 하거나. 자수해서 광명찾자!

요즘은 아마존보다 가까운 중국 알리익스프레스를 많이 쓰게 되더라고. 배송은 한 달 넘게 걸리지만 아무렴 어때. 압도적 차이나 머니 세례를 받아라! 고속 충전기가 단돈 천원! 샤오미 미 밴드 짝퉁이 5천원! 전신 망사 씨스루가 3천원! 응? ...배송비 공짜! ...나, 이래놓고 프리홍콩 외칠 자격 있나. 크흠.

알리를 헤매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 정품부터 짝퉁까지, 원하는 물건이면 무엇이든 있지. 혹시 찾는 물건이 안 나온다? 검색어를 잘못 입력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아무튼, 알리를 처음 접했던 게 3년 전이었나 그랬어. 의자가 박살나서 한참 고민에 빠졌을 때였지.

방구석에서 하루 종일 생활하는데 의자만큼은 좋은 거 사자, 이를 갈고 찾았습니다. 100만원도 넘는 허먼밀러 제품까지 눈팅했죠. 하악하악. 물론 못 삽니다! 시디즈, 듀오백, 광일 온갖 회사를 훑고 있는 가운데 눈에 딱 들어오는 제품이 있는 거야. 등판, 좌판 모두 메쉬! 인체공학적 헤드레스트! 이거야! 그런데 가격이 좀 세네? 70만원? 야! 이 돈이면 30만원 더 보태서 허먼밀러 사지! ...찰싹!

미련을 못 버리고 헤벌레 하고 있는데 여기서 잠깐. 광고에서 뭔가 차이나틱한 느낌이 나는 거야. 그 알지? 살짝 고전적인 글자체, 마더 러시아 누님이 모델로 있고. 아항? ...설마 중국산? 그래서 찾아본 것이 알리익스프레스!

결과는 어땠을까요? ...불길한 예상은 빗나가는 법이 없습니다. 똑같은 제품이 바리에이션으로 올라와 있더라! 그것도 24만원에! ...끄익! 이 쌍인들! 그냥 중국 꺼 떼 와서, 트리플 뻥튀기로 파는 거였잖아! 후우... 그때부터였죠. 큰 지름 전에 항상 알리부터 보는 습관을 들인 게. ...지나가는 말인데, 지금은 마데 인 말레이시아 의자 써. 메리페어 와우체어라고 아시려나? 플라스틱 덩어리 주제에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강추합니다. 당신이 딱딱한 의자에 적응할 수 있다면 말이죠! 몸에 닿는 건 자고로 딱딱해야 좋은 법. 크흠.

아무튼. 오늘 웬 쇼핑 이야기를 이렇게 주저리 했냐? 다름이 아니라 요새 와디즈란 곳이 핫하더라고. 와디즈? 처음 들어본 분들을 위해 풀자면 국내 최대 크라우드 펀딩 회사야. 영어 나왔다고 겁먹지 맙시다. 이름만 그럴 싸 하지 본질은 동네 다단계 약장수 확장판이니까. ...너무 비하가 심했나?

원래 의도는 좋아. 정말 좋은 아이디어는 있는데 돈이 없어! 이럴 경우 기존에는 대기업한테 특허 뜯긴 다음 팽 당했지만 지금은 다르죠. 공유경제의 시대! 구름 같은 투자로 생산에 돌입한다! 브라보.

그런데 돈이 가는 곳에 항상 따라붙는 분류가 있으니, 사기꾼들! 3년 전 내가 봤던 방식을 고대로 써먹고 있어. ..여러분! 자랑스러운 마데인 코리아입니다! 기술력으로 승부합니다! 저희를 믿고 투자해 주십시오! 초기에 투자해 주신 분들껜 일반 판매가의 50%만 받습니다! ..제품 소개 보니 그럴싸해. 사장 면상 보니 잘 생겼어! 투자!

그런데 파헤쳐 보면 이미 알리에 있는 제품이지. 그것도 3분의 1 가격에! 마데인 코리아는 무슨, 부품은 중국에서 다 수입하다 조립만 한국에서 한 페이크! 칫솔, 빔프로젝터, 살 빼는 약, 식기세척기, 밥통, 티타늄 안경테. 정말 장르도 다양해.

진짜 문제는 통수를 맞고 나서야. 제품 만든 곳에서 책임져 주나? 아니, 이미 먹고 튀었습니다. 그럼 중계했던 와디즈는? 전혀! 우린 투자 중계 회사지, 뒤치다꺼리 해주는 회사가 아닙니다. 웟더. ..심지어 우리의 희망, 소비자보호원에서도 뭐라 할 수가 없어. 물건을 산 게 아니라 투자한 거니까! ...와디즈는 투자손실의 위험을 보전하거나 보상품 제공을 보장해 드리지 못합니다. 니가 니 돈 투자한 걸 왜 우리보고 책임지라는 건데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최근 좀 시끄러워지니 개선 시늉은 해. 프로젝트 감시감독을 강화하겠다. 제품이 홍보물과 확연히 다르면 펀딩금을 반환하다. 아하. 확연히 달라야 반환되는구나. 중국 꺼 떼 파는 정도로는 아무 문제없겠네? 계속 하즈아!..신고포상금제도나 만들라!

...올바른 생각이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우리는 옳은 일을 합니다. 소통하며 협력하는 트러스트 캐피탈리스트 그룹입니다! ...개 짖는 소리 좀 안나 게 하라! 와디즈 사이트 직접 들어가 봐. 거기에 무슨 소통이 있고, 교류가 있는지. 오직 일방통행! 우리 제품이 이렇게 좋습니다, 자랑 뿐이야. 문의사항은 1:1만 됩니다. .,..야!

물론 정말 좋은 아이디어 제품들도 있어. 대표적으로 콜라보스페이스에서 나온 부메랑 옷걸이와 허들 바지걸이! 주름 없이 간편하게 쫙쫙 옷을 걸어드립니다! 덕후의 성지, 루리웹 베스트 게시판 인증 제품! ...덕후 치고 나쁜 사람은 없습니다. 게다가 사장이 잘 생겼죠. ...응?

크흠. 이렇게 말했는데, 알고 보니 중궈산 먹튀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아니지. 난 중계자일 뿐! 아무 잘못도, 책임도 없습니다! ...진짜야. 콜라보스페이스에서 0.1원도 안 받았다고!

아무튼. 오늘 결론은요! 와디즈 할 시간에 알리익스프레스를 하자. 시진핑핑이.

https://www.nocutnews.co.kr/news/5247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