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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공허의 감옥2019.11.24 PM 08:45
공허의 감옥
한 5년 전이었나? 온통 공감으로 사회가 도배 되고 있었을 때. ..미래엔 공감능력이 인생을 결정합니다! IQ에서 EQ로, EQ에서 다시 SQ로! 소셜 코션트! ...말은 못했지만 그때 많이 무서웠어. 난 공감능력 제론데? 귀신보다 인간이 더 무서워요! ...난 완벽한 실패자?
뭐, 이 정도야 받아들이지. 실패해봤자 부모님 속만 썩이지 누구한테 피해주는 건 아니잖아. 그런데 말입니다, 이 죄책감을 18배로 가중시키는 사안이 있었어. 바로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이들이 왜 사람을 죽이고도 아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할까요? 공감능력이 결여돼서 그렇습니다! ...어오. 그럼 나도 잠재적 살인마인가요? 코리안 싸이코!
그때부터였어. 일부러 더 공감하려 애썼지. 가슴으로? 아니. 심장과 맞닿는 공감까진 바라지 도 않아. 그저 상대방 입장에서 어떻겠구나. 상상해 보는 연습!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뇌세포로 하는 억지 공감?
그래도 꽤 효과는 봤습니다. 이전에는 함부로 내뱉었던 말도 브레이크 한번은 걸게 됐죠. 이를테면 세월호. 온 나라가 비극에 빠져있었지만 이 감정결여 된 녀석은 아무 느낌도 들지 않는 거야. 시간 들여서 머리로 굴린 후에야 겨우 그분들의 슬픔을 쬐끔 맛봤어. 턱까지 차오르는 바닷물.. 떨고 있는 친구의 손.. 그리고 마지막 어둠속에서 심호흡.....
그런데 딱 여기까지. 자식을 잃은 부모님 마음은 상상조차 안 돼. 내가 언제 사랑을 해 봤어야 말이지. 사랑하는 이가 떠나는 아픔을 알지 못해. 짱구로도 가늠할 수가 없어. 혹시 박근혜도 똑같은 심정 아니었을까? 주위에서 큰일이라고 하는데 정작 자기가 보기엔 별 거 아닌. 지지율만 떨어뜨리는 귀찮은 일로. 워호. 남일 같지가 않네.
이 공감 컴플레스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약물치료라도 해야 돼? 근육 스테로이드처럼? ...코호호. 그런데! 나같이 공감결핍 인간들에게 희망을 주는 책 한권이 여기 있습니다! 무려 세계 최고 명문 예일대 심리학 교수 폴 블룸이 쓴, 공감의 배신!
이분, 이분. 처음부터 아주 희망찬 메시지를 전달하셔. ..공감이 세상을 바꿀 거라는 생각은 모두 엉터리다. 공감은 형편없는 도덕 지침이고,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 와우. 이렇게 반공감적 튀는 발상을 제기하려면 근거가 확실해야 할 텐데.
이유는 간단해. 우리 속담에도 있잖아. 팔은 안으로 굽는다! 가재는 게 편! 아항. 인간은 평등하게 공감하지 않아. 자기와 가까운 사람, 비슷한 처지, 이해관계가 묶인 경우엔, 공감결핍 따위야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 빌어먹을 공감력 때문에 세상이 얼마나 멍멍이판이 됐는지 너무 많이 봐왔어. 대표적으로 드래곤볼! 꼬꼬마 때 얼마나 충격 먹었는지 몰라. 손오공이 이상한 말을 하는 거야. 이 세상을 포기하더라도, 손오반, 너만은 반드시 지키겠다. 웟더! 야! 자식에 눈멀어서 우주종말 시킬 자식아! 이딴 녀석이 주인공이라니!
크흠. 너무 덕후 감성 내세웠어? 그럼 일반인도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들겠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이었죠. 별장파티와 뇌물수수 혐의, 김학의 전 차관. 무죄! ..하하하.. 풀HD 동영상 자료도 있지만 무죄!.... 야!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 수박! ...한 식구 아이가, 떡검과 판새는 하나다. 공감 능력 최대로! ...공감이 고작 이런 거라면 사양하겠어.
다른 한편으론 공감은 편애를 낳아. 수 만 가지 사회문제가 있지만 유독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 있잖아. 이를테면 가난한 모녀, 아픈 아기들, 불의의 사고로 젊은 날 목숨을 잃은 생명. 여기에 감성을 자극하는 방송과 청원운동이 곁들여지면 스토리가 완성되지.
워워. 물론 이런 비극들이 자본주의 상품마냥 과대광고 됐다는 뜻은 아냐. 공감력 극대화해서 해결되면 좋지. 다만...그....아잇! 대충 감 오죠?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비극.... 자살, 고독사, 과로사, 이혼, 한부모 가정, 가출, 병원비 등. 그 산적한 문제는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는 정치인들에게 맡겨만 놓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
책 지은이는 여기서 한술 더 공감을 까. 지역이기주의, 인종차별, 나치, 막시즘, 대전쟁 같은 것도 다 공감뽕 잘못 맞아서 일어났다! 호오. 정말? 그럴지도. 뭔가 우르르 몰려다니는 곳엔 항상 공감이 있으니까. 우리는 모두 하나! 딴 소리 하면 배신자! ...이렇게 공감이 나쁩니다!
여하튼. 공감결핍환자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다니 정말 뜻깊은 책이지 않습니까, 여러분! 그럼요. 사람은 공감보다, 냉철한 이성으로 살아가야 하죠. 무미건조한 진실에 기초로, 자신의 입장을 초월하여, 수학적 가감으로만 이루어진 선택!
문제는... 난 공감 결핍에다 이성도 결핍된 인간이걸랑. 전형적인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돼! ....홍콩시위대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도, 내 똥 싸는 문제가 더 급하다고! ..공감을 비워낸 자리에 이성을 채워 넣을 수가 없어. ..이런 쌍쌍바! 결국 이 책도 답을 안 줬네! 이성을 바탕으로 공정한 도덕성을 발휘하라고요? 그 이성마저 부족한 인간은 어쩌라는 겁니까? 예!
한 가지 분명한 건 판사, 검사, 언론, 정치인은 이성만 잔뜩 찬 인간이면 좋겠어. 공감능력 제로라도 좋아. 자기 식구 감싸기가 뭔가요. 칼 같이 원칙 지키는 사람! ..청문회장에서 쇼 안 해도 좋아. 그러나 국민들 생활과 미래를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생각하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좋겠어.
우린 계속 공감하며 살면 될 거 같아. 서로 아끼고, 아파하고, 윗대가리들이 이상한 짓하면 확 모여서 뒤집고. 어...잠깐. 이거 계급에 따른 차등적 능력배분인가? 찰싹! 아닙니다! 방금 한 말 취소! 우린...둘 다! 연습하자고. 그래! 둘 다! 뜨거운 기둥과 차가운 불알을 위하여! ...응? 나? ....난 아랫도리 쓸 일 없어. 멀리서 자기위로하며 응원할게.
팟팟팟. 온 세상에 공감과 이성이 펼쳐질지어다. ..정준영이 부릅니다, 예? 공감.
공감의 배신, 예스24 : http://www.yes24.com/Cooperate/Naver/welcomeNaver.aspx?pageNo=1&goodsNo=78214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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