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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아름다운 카메라2019.11.27 PM 10:10
아름다운 카메라
얼마 전에 카메라 질렀다고 했지? 여러분은 절대 사지 마. 아무튼 사지 마! 왜냐고? 결혼은 미친 짓이야~ ...그렇습니다. 카메라 지름은 정확히 연애결혼 패턴과 일치하죠. ..연애할 땐 그저 좋아서 난리야. 보고 싶어서 잠 못 이뤘던 나날들! 그런데 막상 사잖아? 가족끼리는 그러는 거 아냐. 이제 우리 각방 써! ...곧 장롱으로 퇴실할 운명입니다. 안 써! 이 무거운 걸 왜 써! 가볍고 화질 짱짱한 폰카 쓰세요! 흑흑.
더군다나 요새 시국이 어떤 때입니까? 유니클로 히트텍이 공전의 완판 행렬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뭐? 감히 마빡에 소니? 캐논? 니콘? 핫.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죠. 바로 불법 촬영! 카메라만 들고 나가도 죄인이 된 기분이라니까.
뭘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냐 하시는데, 크응,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순천 불법촬영 사건을 아시나요? 지난 9월에 예비신부가 자살을 했어. 불법촬영 때문에... 직장 동료 아무개가 옷 갈아입는 장면을 도촬, 징역 10개월을 받은 사건이야. 크흠.
모르겠어. 만약 피해자가 자살하지 않았다면 그냥 넘어갔을까? .,그까짓 거, 고작 몰래 훔쳐본 걸로 뭘 그렇게 화를 내요? 징역 10개월 정도면 충분하네. ..이렇게 생각했을 거야. 정말 관대한 기준. ...반성합니다.
아참, 여기서 카메라를 위한 변명을 하자면, 적어도 우람한 카메라로 도촬하는 인간은 없어. 물론 600미리 초대포로 검찰청 창문 우병우를 도촬한 경우가 있지만 그건 특별한 경우고. 하려면 오히려 중국산 초소형 큐브나 폰카로 찍지. ...응? 아니!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봤을 뿐, 전혀 관심 없습니다! 내 불알을 걸고 맹세해!
아무튼. 그런 무식한 녀석을 매고 다닐만한 용자는 이미 프로패셔널한 영역에 다다랐을 가능성이 높아. 사진가로서의 양심, 도덕성을 갖추고 동의를 구하는 자! 인물이 안 된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분들은 뽀샵 성형에도 전문가들입니다. 다이아피부! 신체변형! 언버빌러블! 연락처나 하나 받아 놔. 나중에 공모전에서 입상이라도 하면 5:5로 배분하게. 호메시!
왜 이렇게 인간에 집착할까? 찍어도 아무 문제없는 풍경, 개, 소, 말, 고양이, 진달래, 똥만 찍으면 될 것을. ..그게 말이지..사람만큼 찍었을 때 자랑질하기 좋은 대상이 없거든. 생각해 봐. 풍경으로 관심 받으려면 진짜 죽을 각오로 찍어야 돼. 1톤 트럭 장비 들고, 꼭두새벽에, 정글을 뚫고, 산정상에서 촬칵! 그런데 날이 흐리네요? 내일 다시 오세요. 오!
반면 생동하는 사람 사진은 생각보다 쉽게 구할 수 있어. 그저 시내 한복판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눈을 부라리고 있으면 되죠. 아무도 모르게~ 찰칵! 일반인이 모델도 아니고 무슨 사진이야 할 수도 있는데, 천만에 말씀. 여러분도 집에서 사타구니 긁을 때는 정말 자연스럽잖아. 있는 그대로의 쾌감을 여가 없이 드러내. 전문모델 후려갈길 생동감 확정!
이런 도촬인 듯 도촬아닌 길거리사진을 캔디드샷이라고 하더라고. 캔디드! 우리말로 하면 솔직한! 자연스러운! ...솔직히 찍고 싶어 손이 근질거릴 때가 많았어. 활짝 웃고 있는 꼬꼬마, 장난치는 여고생, 서로 스킨십에 열중하느라 찍는지도 모를 커플까지. 그러나 찍지 않습니다! 그냥...내 개똥철학 끝에 내린 넘지 말아야 할 선이야. 캔디드도 몰카다! 내가 찍을 수 있는 사람은 가족뿐이다! ....응? 전문모델? 응, 돈 없어. 크헉!
그런데 말입니다, 간혹 사람이 아닌 돌덩어리를 찍을 때도 양심의 소용돌이에 빠질 때가 있어. 어떤 때?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지에 갔을 때! 정말 고민했어. 여기서 사진 찍어도 되나? 노짱이 아무리 소탈하고 국민친화적 대통령님이라고 하더라도 이걸 반길까? 아무리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사진 하나 안 남긴다고? ...이런 고민! 여러분은 이 절체절명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거야? ...뭐 개인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나? 당당히 찍었죠! 나, 봉하장터에서 오리쌀이랑 감말랭이 산 남자야! 그, 그렇다고.
여기서 또 하나의 기준을 정했습니다! 무생물을 찍을 때, 어디까지가 적정선인가? 내 기준은 간단해. 옆 사람이 봤을 때, 저 놈 여기서 뭔 추수질이여? 하면 선 넘은 거! 가령 이런 거지. 4.19광장을 제대로 찍어보겠다고 혼령탑에 기어 올라가면 어떻게 보이겠습니까? ..저런 죠스바를 봤나! 바로 수박바 되는 거죠. 비비삑! .,.응? 노대통령 묘역은 어떻게 된 거냐고? 야! 내가 노대통령하고 밥도 묵고, 사진도 찍고 다 했어, 인마! 노무현짱이라면 나랑 사진 안 찍어 줄 이유가 없습니다! ...자기합리화라고? ...죄송합니다.
여하튼. 사진실력은 바닥이더라도 사진철학만큼은 플라톤 발톱에 닿고 싶어. ..홍콩시위를 보며, 가녀린 여자 대학생이, 머리에 총을 맞아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장면을, 조리개 5.6으로 선명하게, 1000분의 1초로 떨림 없이 찍고 싶다. 이런 미친 상상은 하고 싶지 않아. 사람이 아닌 사진에 매몰된 사고....깨부순다!
그나저나 시리아 난민 소녀가 카메라를 향해 손들고 있는 사진 봤어? 총인 줄 알고 손을 번쩍 든 사진. 눈망울은 떨리고. 크흑. 여기서 눈물까지 흘렸으면 대박이었을 텐데! ...찰싹! 펩시타임입니다. 시원하게 던져주세요. ....츄릅츄릅.
카메라를 얼마나 조심히 다뤄야 하는지 절실하게 느꼈던 순간이야. 에휴. 난 이런 것도 모르고 그저 기능에 충실한 카메라만 바랬죠. 사진기에 K2 소총마냥 개머리판과 방아쇠 셔터가 있으면 좋을 것을, 중국성님들이 안 만들어 주나?...이런 기능에만 충실한 생각.. 아이가 봤을 때 어떤 심정일지 하나도 고려하지 않은 생각. ...이 모자란 자식! 찰싹! 죄송합니다!
아이들, 남녀노, 동식물, 돌덩이. 누가 봐도 좋아할 카메라를 갖고 싶어. 시커먼 대포같은 녀석 말고. 알록달록 무지개에 조그마한 사진기! 보기만 해도 미소가 나오는 사진기! 없으면 직접 색칠하지 뭐, 꽃모양, 엘사 눈꽃 모양, 알록달록. ....어라. 안 돼! 지름신이 다시 강림했어! 오 갓! 이 몹쓸 장비병! 아테나님, 제발!
....그렇게 그는 중고장터를 뒤지기 시작합니다. 후원문의....
불법촬영 하찮게 보는 사회 :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9180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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